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뚜벅이는 버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다. 어딜 가던지 대략 한 시간이 소요가 되는데, 이미 경기도민은 교통편에서 지내는 시간에 단련이 되어 있어서 괜찮다. 한 시간이면 가뿐하다. 한 시간 반이면 조금 오래 걸리네 정도인 셈이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여행하기는 멀어서 어렵다고 하지만, 서울 끝에서 끝으로 가는 거라 생각하면 퍽 오래 걸리는 편도 아니다. 서울 끝이나 제주 끝이나 어찌되었든 한 시간 가량이면 어디든 갈 수가 있다. 다음에 올 차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을 보려고 가져왔지만 흔들리는 버스에서는 문장도 덩달아 흔들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거.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이 아니었고, 나만의 취향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할 때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여 상황에 맞는 노래를 듣는 편이었다. 이번에는 유튜브 뮤직 랜덤 재생으로 듣고 있던 때였다. 그때 만났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이번 쇼미더머니10에 나온 노래였다. 국힙원탑 이찬혁(?)부터 시작해, 인생의 회전목마, 리무진까지 왜이리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 건지. 이 노래 가사가 더 와닿은 건 베이식의 인생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래퍼로 성공했다가, 결국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래퍼로서의 삶이 계속 생각나던 그의 고민들이 가득 한움큼 담긴 가사였다.'꿈'이라는 주제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다들 마음 한 켠에 이루지 못한 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을 쓰기 위해 제주로 내려왔다. 장편을 완성은 못하더라도 반절은 완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아직도 단 한 줄도, 심지어는 쓰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다. 일 년간 글쓰기를 쉬었기에 뒤처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지금은 내가 어느정도로 쓸 수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쓰질 않으니 실력을 알 수가 없다. 그냥 지금은, 마주하기가 싫다. 애써 피해버리게 되는 거였다. 바다나 보면서. 괜한 우울과 감성에 젖는 걸 오히려 즐기며.
그럼에도 놓지 못할 걸 안다. 아마도 영영 이별 할 순 없을 거다.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될 길이라는 걸 아니까, 굳이 돌아가려 하진 않는다. 그나마 이렇게 메일을 쓰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메모를 하며, 버스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의 먹부림
은갈치 김밥
제주시 용마서길
제주도는 다양한 김밥이 있다. 전복 김밥, 보말 김밥 등 서울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김밥이 특징이다. 그중에서 오늘은 흔하지 않은 '은갈치 김밥'을 한 번 먹어보았다. 갈치를 살짝 튀겨서 다시마와 함께 넣은 것. 맛은... 돈까스를 먹는 식감? 바삭바삭한 튀김이 돈가스를 연상케 하는데, 생선의 풍미가 나름 있다. 씹는 식감이 꽤 괜찮았다. 다양한 김밥들을 하나씩 탐구해봐야지.
스타벅스 스노잉 백록담
제주도에는 또 제주만의 특산 음료가 있어서 꼭 먹어주어야 한다. 원래 후배가 흑임자를 추천해주었는데, 스노잉 백록담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미안... 이거 먼저 먹어볼게... 작년에 제주도에 왔을 땐 없었던 거 같은데. 스타벅스 역시 신메뉴 개발이 탁월하다. 파란색 베이스에 위에는 눈처럼 하얀 무언가를 올려두었다. 맛은 탄산 빠진 암바사맛. 소다맛 계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완전 취향 저격을 당해버렸다. 인생 음료가 될지도?
제주촌집
제주 표선
제주도 관광 왔으면 흑돼지 한 번쯤은 먹어주어야 하는 법! 하지만... 맛은...? 사실 흑돼지와 삼겹살이랑 별 다를바가 없다고 한다. 흑돼지가 일반 오겹살보다도 6,000원이나 비쌌다. (흑돼지가 18,000원이나 하다니) 껍질이 좀 더 쫄깃하고, 구워지는데 오래 걸린다는 특징. 가격에 비해서 먹을 만하냐면 글쎄... 흑돼지집 추천 받은 곳도 있어서 거기도 한 번 가봐야겠다. 내 숙소와 멀어서 슬플뿐.
오늘의 제주 바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서 찍은 숙소 오션뷰. 해는 구름에 가리긴 했으나, 얼추 빛이 반사되어 어렴풋이 바다가 빛나고 있다. 자연광 아래서의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거 같다. 오늘 드디어 구름이 개었다. 그런데 내일 또 흐릴 예정이란다. 원래 제주 날씨 이렇게 흐린 날이 많은 거였냐구요. 영국에 온 줄 알았네. (영국 가본 적도 없는 사람임) 해가 뜨기만 해도 행복할 거 같다.
예약 실패의 날
여담으로 오늘 연돈 예약을 한 번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나 분명 8시 되자마자 눌렀는데 왜 안 된 거지? 이거 분명 매크로 쓰는 사람 있다. 티케팃마냥 끝나버리는 연돈의 화력에 놀라버렸다. 내가 제주도 핫한 맛집을 우습게 보고 있었구나. 한 달 살기 끝나기 전까지 꼭 하고 만다.
수풍석박물관도 추천을 많이 받았다. 건축물이 경이로울 정도로 예쁘다고 하여 설렘을 가득 안고 예약창에 들어갔는데 2월달이 모두 마감이 되어 있었다. 1월도 아니고 2월 마감이라니. 3월에서야 겨우 몇 자리 남은 정도. 취켓팅을 해보긴 하겠지만, 예약의 대기까지 마감이 찬 상태... 여러분은 여행 일정 잡자마자 꼭 수풍석 박물관도 예약하기를!
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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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
스노잉 백록담 너무 예쁘네요~~ 저도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노래가 참 좋더라구요.. 처음 우연히 들었을 때는 데이식스 노래인가 했어요. 오늘이 아니어도,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계속 쓰고 읽겠죠. 작가님 소설에 서린 특유의 확신이랄까 견고하게 밀고나가는 기조랄까... 그런 것들을 좋아해요. 이렇게 매일매일 에세이를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기점으로 다시 자신감을 얻고 작가님만의 소설을 완성해나가실 수 있게 응원할게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_____^
제주 한 잔
ㅠㅠ 리미님 덕분에 여러모로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확신이나 기조라니 처음 들어본 말들인데, 리미님은 보면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글을 봐주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글들을 보여주고 싶네요! (물론 저도 리미님의 글을 보고 싶어요...ㅎㅎ...) 오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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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니
역시...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걸까요.. 쨍하게 맑은 하늘이었으면 했는데...! 하지만 흐린 하늘도 운치있고 좋네요! 모태 경기도 사람으로서 한시간 반이라는 거리에 대한 고찰에 깊이 수긍하고 갑니다... (한시간 반? 뭐, 나름 갈만하네) 제주도의 거리감이 비유적으로 잘 이해가 갔습니다.. 뚜벅이의 설움이지만 핸드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구욧! (경기도는 우리를 강하게 키웠나봅니다) 오늘은 드신 음식들이 많네요.. 특히 저 은갈치 김밥의 비주얼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스타벅스 스노잉 백록담이 정말 신기하네요! 제주도에 가면 꼭 한 번 마셔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하루를 보냈을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작가님의 제주도가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게, 가만히 읽고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매일 이런 분량으로 에세이를 쓰실 정도면 장편 소설은 뭐, 호로록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은... 기합이라고 배웠습니다... 오늘 밤도 에세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주 한 잔
제주에서는 절대로 일기 예보를 믿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역시 경기도인의 삶이란... 흐린 눈이 되네요... 이젠 어딜 가던지 단단해진 경기도민... 제주도에서 꼭 가야 하는 카페는 단연코 스타벅스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주만의 텀블러라던가 제주만의 음료들이 너무 맛있고 예뻐가지구... 스노잉 백록담도 좋지만 흑임자라떼도 추천받았어요! 그것도 나중에 먹어볼 생각입니다! 소설은 기합... 기합을 넣기 전에 잠깐 호흡 하는 시간 가져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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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물
와 제주도 맛난 것들 흑돼지 먹었으면 먹을 거 다 먹었네용 ㅎㅎㅎ 베이식 노래를 여기서 볼 줄이야ㅋㅋ 베이식의 서사.. 흑흑.. 제주도에서 팡일이 노래도 들어주세요.. 글 쓰는 게 뭐 누가 대단하고 누가 별로이고 그런 게 있습니까ㅎㅎ 항상 그대를 응원해유♥
제주 한 잔
베이식의 서사에 감겨서 정말 눕니다... 팡일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들어볼게요 응원해주는 그대 덕분에 늘 힘이나요... 종종 생각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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