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을 읽는 새로운 눈 (1/3)
중국 기업은 왜 떼 지어 움직이는가
도쿄대 이바 교수를 만나러 간 이유
지난 7월 중국의 공장들과 상하이 WAIC(세계인공지능대회)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 산업을 몇 년째 들여다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게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하나의 산업으로 몰려듭니다. 그중 일부는 크게 성장하고, 상당수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업들이 다시 다음 산업으로 우르르 몰려갑니다.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태양광·발전 → 전기차·배터리 → 자율주행 → 지금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개별 기업의 전략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일일이 지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눈에는 이게 마치 「무리(群れ)」의 이동처럼 보였습니다. 물고기 떼가 방향을 바꾸듯이 말입니다.
이 표현은 오사카산업대학에 있는 한 중국인 연구자의 글에서 처음 봤습니다. 「중국 기업은 작을 때는 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약한 개체들이 어느 순간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그 이상은 전개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이게 그냥 비유일까요, 아니면 학문적으로 성립하는 이야기일까요.

「무리」를 연구하는 사람을 찾아가다
「군집」, 「스웜(swarm)」 같은 단어로 검색을 하다가 도쿄대학의 이바 히토시(伊庭斉志) 교수를 알게 됐습니다. 진화연산과 인공생명, 그리고 군지능(스웜 인텔리전스)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8월 초 도쿄에서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배경부터 짚어야겠습니다.
새 떼나 물고기 떼의 움직임은 오랫동안 신비로운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 무렵,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 복잡해 보이는 군집 행동이 고작 네댓 줄짜리 알고리즘으로 재현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컴퓨터로 돌려 보니 진짜 새 떼처럼 움직였습니다.
이 발견은 곧바로 영화에 쓰였습니다. 1990년 이전에는 새 떼 장면을 한 마리씩 손으로 그려서 움직임이 뚝뚝 끊겼습니다. 알고리즘이 나온 뒤로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디즈니 「라이온 킹」의 그 유명한 누 떼 장면, 조지 루카스의 ILM이 「스타워즈」에 쓴 기법이 모두 여기서 나왔습니다.
무리 속 물고기 한 마리는 무엇을 보고 있나
여기까지는 재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무리 속의 개체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방향을 정하는가.
이바 교수의 설명은 명쾌했습니다. 무리 속 물고기는 결코 멍청하지 않습니다. 딱 두 가지를 봅니다.
| 무리 속 개체가 보는 두 가지· 내가 과거에 잘 됐던 지점 — 나는 원래 어디로 가려고 했는가· 지금 내 주변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놈 — 저 친구는 어디로 가는가 |
그리고 이 둘을 합친 지점, 즉 적당한 절충점으로 이동합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이 규칙만으로 진짜 새 떼의 움직임이 재현됩니다.
속도 조절도 합니다. 내가 너무 빠르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니까 늦추고, 처지면 따라붙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 — 아무도 전체를 보지 않는다
여기서 이바 교수가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신(神)이 개체에게 저기를 공격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의 통제는 없습니다. 개체는 자기 생각대로 움직일 뿐인데, 전체로 보면 무리로서 통일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창발(創発)이라고 합니다.」
물고기도 새도 자기 주변만 봅니다. 멀리 있는 개체와는 아예 소통하지 않습니다. 전체와 통신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무리 전체는 장애물을 피하고, 포식자를 따돌리고, 살아남습니다.
중앙의 사령탑이 없어야 무리가 성립한다는 것. 이 대목에서 저는 중국 산업정책이 떠올랐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제부터 이 산업을 한다」는 큰 방향만 정합니다. 몇 개 회사가 들어오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세세하게 관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산업정책 — 정부가 기업을 골라서 집중 지원하는 방식 — 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중국은 왜 내연기관 시대에는 실패했는데, 전기차와 AI 시대에는 성공하고 있을까요. 같은 전략을 썼는데 결과가 정반대인 이유가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도쿄대학 이바 히토시 교수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3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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