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을 읽는 새로운 눈 (3/3)

무리에 맞설 것인가, 들어갈 것인가

2026.08.13 | 조회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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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을 읽는 새로운 눈 (3/3)

무리에 맞설 것인가, 들어갈 것인가

기생·경쟁·협조그리고 삼성과 도요타

마지막 편입니다. 제가 이바 교수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같은 종의 물고기인데 한쪽은 무리를 이루고 있고, 다른 쪽(한국·일본)은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이쪽 물고기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돌아온 답은 세 가지였습니다.

선택지 1 — 무리를 공격한다

큰 물고기가 무리를 공격하는 모델은 여럿 있습니다. 다만 큰 놈이 다가가면 무리는 곧바로 알아채고 일단 흩어집니다. 그리고 공격하는 쪽이 오히려 무리에 삼켜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택지 2 — 무리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는 건 가능합니다. 다만 무리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1편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내 과거의 성공 경험과 주변 최우수 개체의 관찰을 다 갖고 절충해야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타인을 관찰하고 모방할 의사가 없는 개체는 애초에 무리를 이루지 못한다는 겁니다. 미국·유럽은 자기 최적점에만 무게를 두는 성향이 강합니다. 물론 완전히 0은 아니고, 서양 사람도 남을 봅니다. 차이는 가중치입니다.

다만 기업 차원에서는 남을 안 보면 망하니까, 결국 남을 따라 하는 행동은 피할 수 없습니다.

선택지 3 — 무리에서 갈라져 나온다

무리는 커지면 분열합니다. 두 무리로 갈라진 뒤 각자 진화하고, 교류가 끊기면 결국 완전히 다른 종이 됩니다. 이걸 「섬 모델(island model)」이라고 합니다.

산업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같은 산업 안에 있는 한 같은 걸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새로운 산업을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새 산업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으니, 기존 산업에서 어느 정도 버티면서 동시에 밖에서 살길을 찾는 이중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리도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니까, 약해지기 전에 준비를 해 둬야 한다는 겁니다.

핵심기생, 경쟁, 협조의 3단계

이바 교수가 제시한 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이것입니다. 생물계에서 서로 다른 종의 관계는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공진화(共進化) 3단계· 1단계 기생(Parasite) — 숙주에 붙어서 존속한다. 숙주는 싫어하지만, 조건이 나쁘지 않으면 이 상태로 계속 가는 생물도 있다· 2단계 경쟁(Competition) — 숙주가 밀어내려 하면서 경쟁 국면으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완전히 절멸하는 경우도 있다· 3단계 협조(Cooperation) — 경쟁을 거쳐 양쪽 다 실력을 갖추면 협조 관계로 간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기생에서 협조로 곧장 가는 건 어렵습니다. 그런 생물은 거의 없습니다.

숙주가 밀어내려 할 때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이 없으면, 그냥 사라집니다.

협조의 사례로는 망둑어와 새우를 들었습니다. 전혀 다른 종인데 같은 굴에 삽니다. 새우는 굴을 청소하고, 망둑어는 새우를 지켜 줍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오랜 공진화 끝에 그렇게 된 겁니다.

삼성전자는 지금 몇 단계에 있나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올린 것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입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20%를 넘겼습니다. 지금은 1% 안팎입니다. 완제품으로는 사실상 시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화웨이 스마트폰을 뜯어 보면 삼성 부품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완제품 경쟁에서는 밀려났지만, 부품 공급자로서 무리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하자 이바 교수가 바로 말했습니다. 그건 「기생」이라고요. 당사자는 불쾌하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지만, 개념적으로는 정확히 기생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기생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것이며, 그 사이에 어디까지 실력을 쌓아 경쟁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

중국이 부품을 밀어내려 하는 시점은 반드시 옵니다. 중국은 지금 반도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때 경쟁할 힘이 없으면 절멸입니다.

도요타의 선택

도요타는 다른 길을 갔습니다. 명확히 협조 노선입니다.

  중국 내 연구개발을 전면적으로 현지에 넘겼습니다.

  발표회에서 일본인은 한 명도 발표하지 않습니다. 전부 현지 인력입니다.

  화웨이 같은 현지 생태계의 솔루션을 적극 채택합니다.

  한국 기업보다 몇 년 앞서 이 방침을 정했습니다.

전제는 「속도로는 도요타가 직접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바 교수는 이를 두고 「경쟁이 어려우니 협조 노선을 택한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점유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결국 무리 자체의 수명에 달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무리의 최대 약점

이바 교수가 가장 강한 어조로 말한 대목을 마지막에 두겠습니다.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입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 진화하지 않습니다. 무리의 결점은, 전원이 같은 방향으로 갔는데 그쪽에 나쁜 게 있으면 전부 죽는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스티어 바이 와이어를 떠올려 보십시오. 만약 그 기술에 문제가 있다면, 다 같이 채택한 결과 무리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태양광이 그랬습니다. 중국이 대거 들어가 과잉생산에 이르렀고 수많은 기업이 망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잊은 듯 새로운 대상으로만 몰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취약성은 위에서 설계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양성은 중앙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

아직 답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중국의 규모에 지나치게 압도될 필요도 없고, 중국의 방식을 무작정 따라갈 필요도 없다는 것. 그들의 강점인 속도와 규모는 동시에 그들의 약점이기도 하다는 것.

어쩌면 과거 한국 산업의 발전 방향과는 반대로, 이제는 안으로 조직력을 더 다지는 쪽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조금 더 정리되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3편에 걸친 연재를 마칩니다. 2026 8월 도쿄대학 이바 히토시(伊庭斉志) 교수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바 교수는 진화연산·인공생명·군지능 분야의 연구자입니다.


이바 교수 동경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이바 교수 동경대 홈페이지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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