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을 읽는 새로운 눈 (2/3)
왜 엔진에서는 실패하고 전기차에서는 성공했나
무리 전략이 통하는 산업, 통하지 않는 산업
지난 편에서 무리 속 개체가 두 가지 — 자기 경험과 옆 사람의 성공 — 만 보고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틀로 중국 산업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안행형태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동아시아 산업 발전을 설명해 온 고전적인 틀이 「안행형태론(雁行形態論)」입니다. 기러기가 줄지어 날듯이, 일본이 먼저 어떤 산업을 하고 한국과 대만이 뒤따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도쿄대 계열 경제학자들이 정립했습니다.
이 이론의 전제는 「기술 이전」입니다. 앞선 나라가 뒤따르는 나라에 기술을 넘겨줘야 성립합니다. 실제로 자동차에서 미쓰비시가 한국 기업에 기술을 넘긴 사례가 있고, 일본은 한국에 상당한 기술을 공여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워낙 크고 기술 유출 우려도 컸기 때문에, 일본은 중국에는 한국에 했던 만큼의 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국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 생겼습니다.
중국식 3층 구조
| 중국 산업이 움직이는 방식· 중앙(공산당): 「이제 이 산업을 한다」는 큰 방침만 결정. 몇 개 회사가 들어오든 관여하지 않음· 지방정부: 각자 관할 기업에 보조금과 토지를 제공. 지역마다 별개의 플레이어가 대량 출현· 기업: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진입. 해외 기술의 확보·모방을 포함한 온갖 수단 동원 |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압도적인 속도입니다. 제가 이바 교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한 회사가 새 기술을 적용하면, 그 다음 날에는 다른 중국 기업들이 전부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무섭습니다.」
구체적인 예가 스티어 바이 와이어(SBW)입니다. 핸들과 바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전기 신호로 조향하는 기술입니다. 테슬라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6개월 만에 중국 기업들이 따라 붙었고, 지금은 유력 업체 대부분이 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안전성을 이유로 조심스럽습니다. 일본은 렉서스 한 차종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엔진 시대에는 안 됐을까
제가 가장 궁금했던 대목입니다. 중국은 내연기관 시절에도 똑같은 정책을 폈습니다. 도요타 같은 해외 업체와 50:50 합작을 만들어 수많은 기업을 밀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이 실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산업용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 강한 영역이었고, 중국은 끝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로 넘어오자 성공했습니다. 지금 휴머노이드에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같은 전략인데 왜 결과가 다를까요.
이바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 진입 조건이 바뀌었다· 엔진·산업용 로봇 시대: 밑바닥부터 전부 만들지 않으면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전동화·AI 시대: 어느 정도 「형(型)」과 토대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서, 그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핵심 역량이 하드웨어의 축적에서 소프트웨어와 AI, 즉 「머리」로 옮겨 갔다· 기초가 확립되면 복제가 쉬워진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대량으로 들어올 수 있다 |
이바 교수는 자신의 스승인 이노우에 히로치카 교수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20년 전에는 휴머노이드가 걷는 것 자체가 난제였고, 한 대에 1000만 엔이 들었다고요. 지금은 비슷한 수준을 수십만 엔으로 조달합니다.
하드웨어의 형이 이미 완성되어 있으니, 이제 「머리」에서 승부하는 구조로 바뀐 겁니다. 산업의 논리 자체가 달라진 것이지, 중국이 갑자기 똑똑해진 게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무리는 로봇으로 옮겨 갔다
현재 중국 산업의 초점은 전기차가 아닙니다. 로봇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로봇이 보조금 대상입니다. 「전기차는 이제 어느 정도 됐다」는 판단입니다.
전기차를 하면서 쌓인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인력이 그대로 로봇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인간형 로봇 기업만 250개사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무리가 통째로 방향을 튼 겁니다.
그리고 예정된 과잉
이바 교수는 시뮬레이션 관점에서 한 가지를 짚었습니다. 자원은 유한합니다. 개체가 계속 늘어나면 자원을 못 얻은 개체는 도태됩니다. 시장이 계속 커지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가 정확히 이 단계에 있습니다. 전면적 과잉생산 상태입니다. 모두 같은 걸 만들었으니까요.
다만 여기에 제가 붙이고 싶은 단서가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가동률은 50~60% 수준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라면 심각한 위기로 볼 숫자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장 규모 자체가 크고, 낮은 가동률을 전제로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과잉생산으로 가동률이 떨어져 큰일이다」라는 우리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바 교수가 제시한 답이 흥미로웠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도쿄대학 이바 히토시 교수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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