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동화로 만드는 사소함

2024.08.16 | 조회 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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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제게는 진주가 두 알 달린 머리 집게가 있습니다. 선물 받은 집게인데 마음에 들어서 요즘 매일같이 하고 다닙니다. 어제 급하게 집을 나서면서 엘레베이터에서 집게로 머리를 묶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차, 그만 집게를 놓치고 만 겁니다.

눈 깜짝할 새 바닥에 떨어진 집게에서 진주 두 알이 똑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재빨리 주워서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요. 우선 주머니에 챙겨 넣고 밖을 나섰습니다. 분명 주머니에 진주 두 알이 들어 있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걷다가 저도 모르게 주머니를 재차 확인하게 됩니다. 손으로 두 알을 만지고 나서야 마음을 놓는 과정을 몇 차례나 반복하는 것이죠.

버스에서 내려 다시 주머니를 확인하는데 기묘하게도 어린 시절이 연상됐습니다. 어느 놀이터에서 찾은 마치 보석같이 빛나는 유리조각을 발견하면 소중하게 들고 다니던 기억이요. 혹은 엄마가 용돈으로 준 지폐를 꼬깃꼬깃하게 쥐어 들고 다니던 때의 기억이요. 분명 잘 챙겨뒀지만 소중한 만큼 불안도 커져서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지던 마음이요.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읽은 '콩, 너는 죽었다'는 동시가 떠올랐습니다.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진주가 밖으로 삐져나와서 아스팔트 바닥 위를 이리 튀고 저리 튀며 구르다가 하수구로 쏙 빠져 버리는 상상이 자꾸만 드는 겁니다. 다행히 그런 일 없이 저는 무사히 지하철로 갈아 탔습니다. 진주가 빠져 쇠만 남은 머리 집게도 그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 당분간은 이대로 다닐까 싶기도 하고요.

아주 사소한 일에서 동심이 샘솟은 기억이 아주 맑게 남았습니다. 오늘의 기분 좋음을 기록하고 싶어 구독자님께도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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