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에게 보내는 송년회 초대장을 받아들고

2024.11.29 | 조회 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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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연말이면 제가 졸업한 학부 전공은 매년 졸업생을 초대한 파티를 엽니다. 저는 재학생 때부터 한번도 간 적이 없지만요. 안타까운 말이지만 재학생 때는 제가 제 원전공을 좋아하지 않아서 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념이 없던 스무 살의 저는 분명 이 전공이 좋아서 온 친구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과가 싫다는 망언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동기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합니다. 그렇게 싫으면 반수를 하거나 자퇴를 하면 되는데 또 상경계열로서 취업시장에서의 이점은 노리고 싶었나 봅니다(?). 혹은 지금에서야 꺼내놓는 부끄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학교 내에서 상위권 과라는 오만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졸업하고 난 다음에는 솔직한 마음으로, (오늘 여러모로 많이 솔직하네요) 먼 혜화까지 가는 게 귀찮기도 했고, 볼 사람들은 진작에 다 연락하고 보고 지내는데 굳이 거기까지 가서 만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같은 과라고 해도 굳이 안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데 만날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있나 싶은 복합적인 마음이었습니다. 졸업하고나서는 전공에 대한 애정이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상경계열을 전공한 사람들보다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더 궁금하고 마음이 가서, 반평생 상경계열 사람들을 만나고 지냈는데 또 새롭게 알아야 하나라는 불퉁한 마음이 새어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상경계열 싫다면서 또 다시 상경계에 딥다이브 한 모순은 뭘까요?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해당 자리에 참석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유달리 같이 저 파티에 가자는 동기들이 몇 있었습니다. 모두 단칼에 거절했지만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학과장 교수님께서 보내신 메일에 답이 있었습니다. 제가 곧바로 안 가겠다고 말하자 친구가 메일 읽어봤냐더라고요.

안쓴지 오래된 메일함을 열어봤습니다. 정말 진심이 아니고서야 쓸 수 없는 내용들로 꼭꼭 눌러 쓴 교수님의 메일이 보였습니다. 길고 깊은 메일의 내용을 차마 옮길 수는 없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 입학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14~16학번 졸업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10년! 정말 입학한 지 10년이 다 돼갑니다. 아직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혜화에서의 온갖 얼룩덜룩한 추억과, 때로는 서글펐던 순간들도 있지만 사회에서 보낸 4~5년 동안 그 시절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런 생각들이 문장을 읽는데 밀려오더라고요. 

또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 막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얼마나 멋져 보였고 또 어른 같아 보였는지,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 한 톨이라도 긁어 모으고자 했는지도 떠올랐습니다. 그때 진짜 동아리 송년회 등에서 만난 선배 가운데 제 진로와 비슷한 분이 있으면 따로 연락드리기도 하고, 아는 선배의 선배 중에서 기자가 있다고 하면 만나고 메일도 보내고, 그냥 그런 얘기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학교 밖의 세상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고, 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동경했거든요.

그런 추억에 빠져 들어가다가도, 지금은 제 코가 석자라서 너무 랜덤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에너지를 쏟고 싶지도 않고, 기존에 알았던 사람들에게라도 제 족적을 전하는 시간을 들이고 싶지도 않고, 졸업과 추억에 젖기에는 아직 닥친 현재에 급급하고 있어서 발을 슬쩍 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참여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작금의 상황들이 마무리 되고 나면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 3년 뒤 예상합니다.

아무튼 농담 삼아 이제 그 S대가 아니고 다른 S대라서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 매번 이 얘기를 할 때마다 농담인데 어쩐지 친구들은 진심으로 믿는 듯합니다. 저의 평소 언행의 문제겠죠. 아무렴 그 행사가 돌아왔다고 하니 어느새 정말 올해의 끝이 오고 있구나 싶기도 하네요. 이제 한해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12월을 안녕히, 또 2024년을 안녕히 보내주기 위한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겠네요. 일단 이번 학기를 잘 보내주기 위한 주말을 보내야 합니다. 눈 감았다 뜨면 12월 둘째 주가 돼 있길 바라며... 이번 주말도 안녕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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