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어떤 사람이 '다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베푸는 이들이 퍽 다정하게 여겨져요. 내게 돌아올 것을 계산하지 않고, 이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고려하지 않고 호의를 전하는 사람들이요.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잘 알려진 영국의 작가 C. S. 루이스는 그런 관점에서 참 다정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받는 모든 편지에 답장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보내는 편지는 물론 누군지도 모르는 독자가 보내는 편지에 일일이 답을 했죠. 한 두 통도 아닌데 매번 손편지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내 앞에는 편지라는 큰 산이 놓여 있다네. 난 아침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온전히 편지 쓰는 일에만 매달리고 나서야 내 일을 시작한다네. 내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말이야. 물론 내가 보내는 답장이 그들에겐 대부분 소용없는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때로 누군가의 편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그리고 바로 그들 때문에 답장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다네.”
정성들여 쓴 편지가 누군가에게 소용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계속해서 쓴다는 것이죠. 이처럼 남이 알아줄 것을 기대하지 않고 꾸준히 행하는 따뜻함이 참 좋습니다. 99명이 몰라도 1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력이 된다니. 얼마나 멋진가요.
하지만 보통 일은 아닙니다. 남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 생기기도 하고, 선행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니까요. 사실 그런 마음이 없어야만 진정한 선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기가 어찌됐든 결과가 선하다면, 실천하지 않는 선(善)보다는 훨씬 낫다고 믿어서요.
다만 저정도 경지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스스로를 더 닦고, 닦고, 닦아야 하나 싶습니다. 하다못해 갓생을 살고 있다는 것도 남에게 보이고 싶어 안달인 세상에서요. 저도 갓생산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인스타 계정도 따로 팠다가 게시글 몇 개 올리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귀찮더라고요.
이번엔 좀더 지속가능하게 친구와 같이 기록하는 SNS 계정을 하나 더 팠는데 이번에는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구독자님, 이번주도 잘 살아내셨습니다! 주말 푹 쉬고 월요일에 만나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