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며 앱을 350개 만들고, 월급을 뛰어넘어 퇴사한 1인 개발자가 있어요. 스레드에서 발견한, '프로그래밍좀비'님입니다.
좀비님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에요. 2017년부터 안드로이드 앱만 350개를 만들었고, 그 앱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이 일반 회사 월급의 4~5배 수준이에요. 특이한 스토리임에 분명해요.
좀비님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요. 은둔의 개발자이죠. 하지만 연락을 취해보았고, 설득 끝에 뵐 수 있었습니다. 또한 12월 11일 마루 180에서 진행하는 '솔로프리너 컨퍼런스:1인 개발자, 인디해커의 삶' 에서 연사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답니다. :)
💡 프로그래밍좀비님 프로필 요약
- 350개 앱을 만들고, 광고 수익을 통해 퇴사한 1인 개발자 (안드로이드)
- 2024년 초 퇴사, 현재 경기도에서 세 가족과 살고 있는 인디해커
- [프로그래밍좀비님 블로그] / [스레드]
Q. 직접 만드신 앱이 350개라고 들었어요. 정말인가요?
2017년부터 안드로이드로만 앱을 개발했어요. 숫자만 들으면 대단해 보일 수 있는데요. 무식하고 단순하게 개발한 결과에요.
처음에는 한 서비스에 모든 걸 걸고 6개월, 1년 가까이 매달리곤 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죠. 시장이 제가 만든 서비스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략을 완전히 바꿨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어요.
각 앱당 하루 1달러만 벌자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죠. 앱을 만들면 어떻게든 광고 수익이 들어오거든요. 저도 몰랐는데, 시의적절하게 앱을 만들면 하루 1달러라도 광고 수익이 들어오는 걸 발견했어요.
"한 앱 당 하루 1달러~5달러니까, 이게 월이 되면 30-50달러고, 치킨값은 넘게 벌겠구나. 그러면 이걸 수백개 만들면 월급을 넘겠네?"
이런 생각으로 만든거고요. 그걸 실현한거라고 보시면 되어요.
개인 앱으로 월 30만원만 벌어보자, 그렇다면 하루 8달러를 벌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8달러 달성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해보기로 했어요. 지속하면 괜찮을거야, 나도 100개를 넘게 만들어보자,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어요.
Q. 어떤 앱을 만드신건가요? 공개가 가능한가요?
한번 공개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복제를 시도했어요. 그래서 실제 앱을 공개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앱의 종류와 통계는 공유가 가능해요. 대체적으로 굉장히 트렌디한 앱을 빨리 만드는데요.
예를 들면 코로나19 진료소 검색, ChatGPT를 활용한 다양한 챗봇 관련 앱 등 '시의성'이 있는 앱을 만들어요.
주변의 불편함을 해소한 앱도 자주 개발해요. 한 예로, 제 아내가 이커머스를 하는데, '쇼핑몰 하면서 이거 너무 불편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간단한 기능을 만들어 배포했죠. 이 서비스는 지금도 2.5만명이 매달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 350개의 앱 중에서 실제 현황을 말씀드리면:
-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 앱이 10-15개 정도에요. 대부분 구글 애드몹 광고 수익이고, 가끔 인앱 결제나 구독 결제도 있죠.
- 하루 1-5달러 정도의 소소한 수익을 내는 중간급 앱이 20-30개 있어요.
- 아직 수익은 없지만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잠재력 있는 앱이 30-40개 정도고요.
- 출시 후 반응이 미미해서 거의 관리하지 않는 휴면 상태의 앱이 100개 이상이에요.
- 완전히 실패해서 스토어에서 내린 앱도 50개 이상 됩니다.
이렇게 보면 성공률이 높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경험이 저에게는 값진 교훈이 됐어요. 실패한 앱들도 다음 앱을 만들 때 중요한 밑거름이 됐거든요.
Q. 앱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첫 번째는 트렌드를 쫓아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관련 앱을 만들었는데, 빠르게 출시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한 달 만에 굉장히 의미있는 수익을 얻었죠.
두 번째는 시즌성 앱을 만드는 거예요.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있는 날씨 관련 앱이나, 크리스마스, 추석, 설날 같은 명절 앱들이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행사용 앱도 미리 만들어두면 그때마다 일주일에 50-60만원씩 수익이 나요.
세 번째는 네이버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서 결핍을 찾는 거예요.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유심히 보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죠. 이런 방식으로 만든 앱들은 홍보가 쉬워요. 이미 수요가 있는 걸 알고 시작하니까요.
Q. 커리어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거든요. 학교 생활을 잘 하지는 않았고, 개발 실력도 미미했어요. 막상 회사를 들어가보니 엄청 힘들더라고요. 신입이라 할 것도 많고, 제가 실력이 없었기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야근도 엄청 많이 했죠.
1년 동안 그 회사를 다녔는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연봉도 2,400만원이나 2,600만원 정도로 낮았고요. 실력을 조금씩 쌓았어요. 안드로이드 개발로 시작했는데, 이후 서버 개발자로 전직하여 약 4년동안 개발을 했어요.
너무 낮은 연봉에 고생하던 시절, 마침 동생이 미국에 살고 있어서 영어 공부를 하러 텍사스로 갔어요. 1년 가까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곳에 있다는 것 자체는 좋았지만, 돈도 많이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거든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개발자로 재취업 했어요.
Q. 그럼 정확히 어떤 계기로 1인 개발자의 길을 가신건가요?
2017년도쯤에 우연히 한 세미나를 참가했어요. 안드로이드 앱 개발로 돈을 버는 모임이었는데, '하루에 100만원 버는 개발자의 삶'이라는 주제로 한 개발자분이 발표를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처음에는 사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분이 실제로 수익을 보여주시면서 증명을 해주시는 거예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많이 만들고 개발 시간을 줄여 다작하기'가 컨셉이었어요. 또한, 개발보다 운영과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죠. 지금의 제 1인 개발 근간이 되었는데요. 안드로이드 아스날 등의 웹사이트에서 라이브러리를 참고하고, 만들고, 광고를 심어 수익화를 하는 컨셉이었어요.
이것이 제 첫 출발이었고, 인생을 바꾼 날이었습니다.
Q. 그렇게 1인 개발을 시작하셨군요. 첫 앱은 어떤 것을 만드셨나요?
환율 앱이었어요. 환율을 계산해주고 특정 환율이 도달하면 알려주는 단순한 서비스였죠. 처음이다 보니까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어요. 지금 제 실력으로는 하루에 만들 수 있는 걸 그 당시에는 4-5달이 걸렸던 것 같아요.
처음 출시하고 8개월 동안은 거의 수익이 없었어요. 하루에 잘 걸리면 0.5달러, 0.3달러 정도였죠.
지인을 보며 '시의성'의 중요성을 알다
같은 시기에 개인 앱 개발 세미나에서 만났던 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비트코인 시세를 조회하는 앱을 만들었어요. 그 당시에 빗썸 같은 곳은 앱이 없고 웹만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API를 활용해서 시세 정보를 쉽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엄청난 수익이 났어요.
자괴감도 들고 '내가 그동안 뭐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죠. 시기에 잘 맞는 앱을 만들었더니 수익화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게 된거죠.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아무도 내 앱을 사용해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라도 해보자고요.
그래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카페나 유학 관련된 커뮤니티에 가서 '이런 거 만들었으니까 써봐달라'고 홍보도 하고, 구글 애즈로 유료 광고도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원래 하루에 0.5달러, 1달러 정도였는데, 5달러에서 10달러, 많게는 30달러까지 올라갔어요. '알려지지 않는다면, 확실히 홍보라도 하자'라는 것을 깨달았죠.
Q. 1인 개발을 해도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네요. 이후 회사를 다니며 계속 앱개발을 한건가요?
네. 이중 생활을 계속 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7시쯤 밥 먹고, 8시즘 바로 코딩을 했죠. 새벽 2-3시까지요. 그리고 자고 7시쯤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주말에는 아침부터 카페 가서 하루종일 작업하고, 저녁에 맛있는 거 먹는 게 데이트였어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는 미안했지만요.
앱 개발을 시작한지 4년차가 되던 2021년부터는 회사 월급을 넘어섰어요. 하지만 바로 퇴사하지는 않았죠. 결혼하면서 지출이 많아졌거든요. 집도 좋은 데로 옮기고, 차도 사게 되고. 나가는 돈이 커져서 좀 애매하더라고요.
육아 휴직 후 앱 100개를 더 만들고, 퇴사를 하다
그러던 중 23년에 승부수를 띄웠어요. 육아휴직을 내고, 1년을 끈질기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앱을 더 많이 만들어보자'했죠.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였는데, 정말 무조건 성공해야만 하는 도전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미친 듯이 일했어요. 회사 다닐 때는 퇴근 후랑 주말에만 코딩했는데, 육아휴직 때는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를 코딩했어요. 1년 동안이요. 아내한테는 미리 양해를 구했어요. '1년만 고생해달라, 이 기간 안에 어떻게든 해보겠다'고요.
그렇게 절대적인 시간을 늘리니까 생산량이 확 늘었어요. 육아휴직 전에는 200개 정도였던 앱이 1년 사이에 100개가 더 늘었거든요.
목표는 '최소 수익이 월급의 두 배는 되어야 하고, 그게 6개월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였거든요. 육아휴직 동안 그 목표가 달성되니까, 이제는 정말 회사를 그만둬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정말 처절하게 노력했어요.
앱이 많아지니까, 마치 여러 주식을 가진 것처럼 안정적인 구조가 되었어요. 직장인 시절에는 절대 꿈꾸지 못할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기 시작했어요. 하나의 앱에서 수익이 떨어져도 다른 앱들에서 잔잔하게 수익이 나니까요. 100개 중에 70개가 크게 수익이 없어도 나머지에서 수익이 나니까, 수익의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어요.
'이제 정말 퇴사해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24년 초, 퇴사를 하고 지금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Q. 진짜,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앱을 만들고 출시할 수 있었던 건가요?
대부분 코드를 템플릿화했어요. 지금은 진짜 작정하고 하면 하루만에 앱이 만들어져요. 데이터만 DB에 넣고 빌드만 하면 앱이 나오는 구조가 되었어요. 주로 Android + Kotlin 조합으로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버는 Kotlin + Spring boot + Jpa + Mysql 조합으로 사용하고 있죠.
쉽게 설명하면 레고 블록 같은 거예요. 하나하나의 블록을 다 만들어 놓은 거죠. 나중에는 그냥 조립만 하면 되요.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그걸 또 모듈화해서 추가하고, 그걸 다음에 만들 때 또 쓰는 거예요. 이 방식을 바탕으로 앱 제작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Q. 퇴사 후 현재 라이프스타일은 어떠신가요?
집에서 코딩을 많이 해요. 제 방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작업을 하죠. 17개월된 아기가 있는데, 가끔 방에 놀러 와서 방해하면 그때그때 놀아주고 다시 일해요. 이제는 그런 패턴에 적응이 돼서, 잠깐 방해받아도 다시 일에 집중이 잘 돼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기 밥도 주고, 아내와 육아를 분담하고 있어요. 보통 오전이나 오후에 한 번씩 놀이터에 가요. 저희 가족은 주중에 주로 놀러가고요. 주말엔 집에 있는 편이에요. 저는 주말을 모두 코딩에 쓰는 편이에요. 주말은 너무 복잡하고, 주중은 사람이 없다보니 그 때 돌아다니면 너무 쾌적하더라고요.
Q. 행복하신가요?
행복해요. 만족스러워요. 예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쫓기며 회사에서 일도 하랴, 새벽까지 개인앱 개발하랴, 매일매일이 피곤에 찌든 삶이었어요.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디 가더라도 막히는 경우도 없고, 숙소도 싸게 잡을 수 있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어디를 가도 쾌적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이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350개지만, 앱을 3천 개 정도까지 늘리고 싶어요. 앱이 많아지면 수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고요. 어렸을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는데, 적어도 지금보다는 10배 정도는 더 벌고 싶어요. 아직 나이가 젊으니, 열심히 일해야 할 때 같아요.
제가 목표한 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빠르게 달성해서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거나 그랬을 때 온전히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꿈꾸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계속해서 열심히 달릴 예정이예요!
배운 점을 공유합니다.
좀비님의 '실행력', 그리고 '끈기'는 상위 0.1%가 아니었을까
좀비님의 사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이 있을거에요. 그러나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봐요. '꾸준함'이라는 것은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면에서 한 우물만 6년을 넘게 판 좀비님의 실행력, 끈질김은 누구나 구사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봤어요.
1인 개발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1인 개발자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각자의 성공방정식은 모두 달랐지만요. AI로 인해, 이제 개발자의 생산속도가 더 늘어났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인디해커'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좀비님, 커피한잔 개발자 김재호님, 엑싯을 경험한 인디해커 빈센트님 이렇게 세 분을 모시고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1회:1인 개발자, 인디해커의 삶'을 마루 180에서 개최합니다.
9월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했어요. 김재호님, 프로그래밍좀비님, 빈센트님을 직접 만나 섭외하고 다녔고, '인디해커의 삶'을 세상에 소개하면 정말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솔로프리너, 즉 1인 기업가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거에요. 그런 면에서, 국내 최초로 1인 개발자들의 삶과 노하우를 집중 조명할 수 있는 자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았어요. 이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요.
12월 11일(수) 오후 7시, 마루180에서 이 분들을 직접 만나뵐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좀비님은 단 한번도 외부에 나온적이 없지만, 이 자리에서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눠보실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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