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앱 350개를 만들어 파이어(조기은퇴)에 성공한 프로그래밍좀비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좀비님과 함께, 400명 규모의 1인 개발 컨퍼런스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시 뒷풀이를 하는데, '좀비님의 스승'인 '케빈'님께서 컨퍼런스에 참석하셔서, 의미있는 자리를 함께 했었어요.
케빈님은 정말 놀라운 분이었어요. 앱을 무려 3000개 이상 만들어서, 엄청난 자산을 일군 사람이에요. 안드로이드 앱 제작 + 광고에 집중한 결과였죠. 케빈님을 직접 만나기 위해, 경기권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였어요. 신상 공개를 할 수는 없지만, 아래 내용이 많은 분들께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봉 2400만원으로 시작한 개발자 커리어
Q: 케빈님은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셨나요?
2011년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어요. 사실 졸업 직전까지도 코딩을 잘 못했어요. 부모님 지원 없이 겨우 대학은 갔는데, 졸업하고 나니 막막했죠. 그래서 국비지원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11년도는 앱 개발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갤럭시S2가 최신폰이던 시절이니까요. 학원에서는 웹 개발을 권했는데, 저는 앱이 더 재미있어 보여서 앱 개발을 선택했어요.
Q: 첫 회사는 어땠나요?
친구 소개로 무역회사에 들어갔어요. 타이어랑 야구용품 파는 회사였는데, 사장님이 앱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개발자를 뽑은 거였죠. 연봉 24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근데 들어가보니 저한테 1년 동안 만들고 싶은 거 그냥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1년 후에는 나가야 한다는 조건이었죠. 그 회사 아저씨들이 아이디어를 막 던져주셨어요. "이거 만들면 어때? 저거 만들면 어때?" 하면서요.
그 뒤 언론사로 이직했어요. 거기서도 연봉 2400만원이었습니다. 짠내나는 생활 속에 살았어요. 돈이 없어서 목동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왕복 14km를 매일 걸어 다녔습니다. 빨리 걸으면 1시간 20분 정도 걸렸어요. 버스비 아끼려고요. 집에서 할줄 아는게 앱이니까, 우선 내놓고보자 하면서 여러 실험을 했었습니다.
Q. 처음 의미있는 수익을 낸 앱이 무엇이었나요?
포켓몬고 커뮤니티 앱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에 포켓몬고가 유행이었거든요. 단순한 게시판, 포켓몬 정보, 팁 공유만 이틀만에 만들고 내놨는데, 트래픽이 쏟아지는거에요. 사람들이 다 와서 정보 공유하고, 구글에서 포켓몬고 검색하면 제 앱밖에 안 나왔거든요. 타이밍이 좋았죠.
낮에는 회사 다니고 밤에는 커뮤니티를 관리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포켓몬 출현 위치 공유하고, 체육관 정보 공유하고, 레이드 모임도 만들고요. 오픈 채팅방도 만들어서 연동했어요. 지역별로 채팅방 만들고, 거기서 만나서 같이 포켓몬 잡으러 다니고 그랬죠. 커뮤니티가 정말 활발했어요.
Q: 수익은 어떻게 냈나요?
광고를 달았죠. 많게까진 하루에 80만원씩 들어왔어요. 지금 기준으로는 저에게 적지만 그때는 엄청난 돈이었습니다.
"아, 앱으로도 돈을 벌 수 있구나"하는 가능성을 봤죠. 회사에서 월급 150만원 받으면서 버스비 아끼려고 왕복 14km 걸어다니던 제가, 앱 하나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Q: 포켓몬고 커뮤니티 앱 다음은 뭘 하셨나요?
'커뮤니티 앱'을 여러개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디시인사이드 마이너갤러리처럼요. 웹이 아니라, '앱'으로만 아주 많이 만들었습니다. 포켓몬고 커뮤니티가 잘 되는 걸 보고 노하우가 생겼거든요. 포켓몬고 형식을 틀을 바꿔서, 아이돌 혹은 연예인 커뮤니티 앱을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스토어에 사람들이 연예인을 검색하는데, 그 트래픽을 커뮤니티에 유입할 수 있도록 한거죠.
Q: 얼마나 많이 만드셨나요?
거의 1000개가 넘었어요. BTS 커뮤니티도 만들었는데, 나중에 소속사에서 저작권 문제로 연락이 왔죠. BTS가 뜨기 전부터 만들었는데, 2년 운영하다가 강제로 앱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게임 커뮤니티도 만들었어요. 새 게임 나오면 다음날 바로 커뮤니티 앱이 나와 있었죠. 속도가 생명이니까요.
Q: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만들 수 있었나요?
당시 언론사 퇴사 후 세 번째 회사를 다녔는데, 거기가 앱을 다량으로 제작하는 회사였어요. 그 회사가 가진 앱이 몇천 개였습니다. 쇼핑몰 입점 업체들한테 앱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을 통해서요.
자동 빌드, 자동 배포 시스템 노하우를 당시 많이 쌓았습니다. 셸 스크립트랑 Fastlane을 섞어서 자동화했어요.
Q: 앱 수익으로도 이미 19년도에 꽤 재산 축적을 하셨던 것 같은데, 퇴사는 안하셨나요?
19년도에 퇴사했죠. 그 때 팀으로 잠깐 일했어요.
풀타임으로 뛰니까 앱 생산 속도가 10배는 빨라졌어요. 하루에 앱 5개씩 찍어냈거든요. 자동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니까 이름만 바꾸면 새 앱이 나오는 수준이었죠.
2018년도에 유튜브 API를 활용한 앱들이 대박이 났어요. 맛집 영상 모음, 레시피 영상 모음,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별로 다 만들었죠. 그리고 많이 마케팅했어요.
만일 그날 LG 트윈스 야구팀이 승리했다, 우승을 했다 싶으면 그 커뮤니티 앱이 곧바로 나오고, 단 하루만에 배포하는 식으로 구축했습니다. 단 이틀만 느려져도 속도에서 지는 경우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가장 빨리 내놓자'는 전략으로 계속 배포하고, 또 배포했습니다.
Q: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배포한다' 전략이군요.. 수익은 얼마나 늘었나요?
2018년도 매출이 15억 정도였어요. 2019년도에는 30억,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터지면서 100억을 넘었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Q. 어떻게 게임 개발 쪽으로 진입하신건가요?
2020년에 안드로이드 개발자 모임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게임으로 넘어가서 하루에 1억씩 번다는 거예요. 수익 자체의 단위가 다른거에요. 저는 앱 3000개 만들어서 하루 최대 3000만원 버는데, 그 사람들은 게임 하나로 하루에 1억이라니.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였죠.
심지어 한 친구는 게임 하나 출시해서 한 달에 100억 매출을 냈대요. 하루에 3억씩 버는 거죠.
경기권에 게임 개발자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 10월에 경기도로 사무실 옮기고 게임 사업을 시작했어요. 돈도 돈이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어요. 앱은 이미 다 해봤으니까요.
아는 게임 개발자 동생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가 직접 개발할 노하우가 없으니, 동업 개념으로 같이 시작해보자 싶었어요. 그 친구는 이미 게임으로 엄청나게 벌고 있었어요.
Q: 게임 개발을 직접 하고 계신건가요?
지금은 저도 한개 만드는데요. 처음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찾아서 인큐베이팅하는 형태로 시작했어요. 돈 없는 인디 개발자들한테 "프로토타입 가져와라. 괜찮으면 투자하고, 내가 숙식이랑 여건 제공할테니 함께 하자"고 했죠.
리소스 비용은 우리가 다 지원하고, 게임 출시하면 마케팅도 우리가 하고, 순수익에서 나누는 구조예요. 제 동업자가 게임 보는 눈이 좋아서 선별은 그 친구가 하고, 마케팅이랑 운영은 제가 맡았습니다.
Q: 첫 게임의 성과는 어땠나요?
첫 게임은 1년 동안 만들어서 연매출 20억 정도 나왔어요. 주변에서는 성공했다고 하는데, 저는 기대치가 높아서 실패라고 생각했죠.
지금까지 인큐베이팅 포함해서 7개 정도 나왔는데, 다 잘됐어요. 최근에 한 친구는 16일 만에 7억 매출을 냈습니다. 하루 최고 7000~8000만원씩 들어왔어요.
Q: 게임은 진짜 판이 다르네요.. 게임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100% 인앱 결제예요. RPG 게임이라 상위 100명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합니다. 지금 제가 만든 게임에서 제일 많이 쓴 사람이 26일 만에 3200만원 썼어요.
게임 유저들은 더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끝이 없어요. 상위 매출 유저에게 3000만원은 취미 활동비 정도거든요. 광고를 하기도 하는데, 전 세계로 광고를 쏩니다. 지난주에 글로벌 출시한 게임은 어제 500만원, 오늘 15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어요. 아직 초기라 적지만, 곧 올라갈 겁니다.
Q: 게임 개발자로써,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그냥 이대로 할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인디 개발자들이 찾아와요. 어제도 "형, 저 게임 하나 만들었는데 똑같은 조건으로 해주세요"라고 연락 왔어요.
회사를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구조가 제일 효율적이거든요. 사무실에 있는 개발자들은 다 프리랜서고, 재택근무해요. 3년 동안 얼굴 한 번도 못 본 개발자도 있어요.
Q: 최근 바이브코딩이 유행이죠. AI로 아주 빨리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까요?
그렇죠.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니까 경쟁자는 많아질 거예요. 하지만 앱 비즈니스의 핵심은 개발이 아니에요. 개발은 전체의 20%밖에 안 돼요. 마케팅이 40%, 운영이 40%라고 봐요.
제가 커뮤니티 앱 하나 만들어서 잘 되면, 3일 지나면 똑같은 거 5개가 나왔거든요. 베끼는 사람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있어요.
앱 만들 때, 카카오톡 오픈채팅 참여에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포켓몬, BTS, 이런 오픈채팅방에 수백 개 들어가 있었고 거기서 "이런 앱 만들었는데 써보실래요?" 하면서 홍보하고, 강퇴당하는 나날이 많았어요.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 올라오면 바로 앱 설명에 그 키워드 넣는 작업도 많이 했어요. 최순실 사태 때는 관련 키워드만 넣어도 다운로드가 10배는 올라갔어요. 돈 한 푼 안 들이고요.
이런 식으로, 완벽한 앱 하나 만드는 시간에 60점짜리 앱 5개 만드세요. 그중에 하나만 터져도 나머지 4개 실패를 커버해요. 그리고, 결국 알려줘도 안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만일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이 '실행'을 했다? 그러면 상위 5% 안에 들어온 거라 생각해요.
아직 앱은 됩니다. 시장은 죽지 않았어요. 우선 만들어보세요.
배운 점을 공유합니다.
앱 개발, 시도 횟수가 늘수록, 성공의 확률도 올라간다.
시도 횟수가 곧 성공의 확률임을 배웠어요. 앱은 하루에도 수천개씩 나오고, 사실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이 거의 없는데, 케빈님은 '무제한 배포'전략과 '아주 빠른 배포' 전략이 결합된 아주 드문 성공사례로 보여요. 거기에 화제성있는 키워드와 트래픽이 입혀지니, 생각보다 더 기민한 전략으로 보였죠.
개인적으로, 바이브코딩이라는 트렌드가 실행의 횟수를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봐요. 점점 더 많은 앱과 서비스가 나올 것이고, 이 흐름을 누가 가장 빠르게 선점할지 궁금한 요즘입니다.
P.S 1. 조쉬의 책이 나왔어요. 추첨을 통해 10분께 책을 무료로 송부드립니다.
약 1년간 집필한 '나는 솔로프리너다'가 새롭게 출간되었어요. 제 1년 이상의 1인 기업 관련 노하우, 생각을 담은 일종의 '1인 기업 입문서'와 같답니다. EO에서, 10권의 증정본을 드렸습니다. 제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특별히 선물을 드릴게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
P.S 2. '솔로프리너 커뮤니티'가 곧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기를 신청하여, 빠르게 얼리버드로 탑승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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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_j
잘 읽었습니다 :)
조쉬의 뉴스레터
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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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스
매번 뉴스레터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퀄리티 높은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쉬의 뉴스레터
따뜻한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 매주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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