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결산] 2023,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은 계속된다 🔜
여러분은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엑 – 방 – 원 (EXO – 방탄소년단- WANNAONE)을 포함한 3세대 아이돌은 세계관 전성시대라 불리우며, 그룹마다 독특한 세계를 펼쳐나갔는데요. 초능력, 평행세계, 우주 등 세계관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직접 드러내거나, 단서가 되는 떡밥들로 해석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구현 방식을 선택하며 ‘세계관’이 그룹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아이돌 아티스트가 데뷔하며 k-pop 시장 자체가 커지고, 블랙핑크·트와이스 등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텍스트를 내세운 그룹의 성공으로, 언젠가부터 세계관 자체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관이 좁고 깊게 파야만 알 수 있는, 진입 장벽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죠. 아티스트와 신보의 홍수 속에서 앨범과 아티스트 하나를 깊게 파는 것보다는 바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말그대로 엔터테이닝 할 수 있는 가벼운 텍스트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 세계관 무용론의 가장 큰 이유로 떠오르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k-pop 시장에서 세계관은 정말 사라지고 있을까요? 🧐
2023년에 데뷔한 신인 아티스트와 신보들은 이와 다른 이야기를 꺼내게 만듭니다. 바로 '모습은 다를지 언정, 아이돌의 세계관은 계속된다'는 것인데요. 세계관 무용론이 떠오르는 지금, 세계관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을까요? 🔎
⭐️ '지금, 우리'를 건드리는 세계관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아이돌 아티스트들이 펼쳐 나가는 세계관은 바로 '지금, 우리'의 시대를 건드리는 '스토리'입니다. 세계관 텍스트의 최고라 꼽을 수 있는 MARVEL 시리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탄탄하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함께,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만 같은 ‘생동감’에서 나오는데요. 언젠가부터 아이돌 아티스트들도 세계관이라는 창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의 시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데뷔한 ENHYPEN (엔하이픈)은 '연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너와 나, 서로의 연결과 결속,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감과 사랑을 '뱀파이어'의 서사로 풀어왔는데요. 2023년에는 'BLOOD' 시리즈(미니 4집 [DARK BLOOD], 미니 5집[ORANGE BLOOD]) 를 통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기, 엔진(팬덤명)과 직접 마주하고 서로 더욱 단단하게 결속하여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전세계를 덮친 팬데믹과 이후 이어진 앤데믹까지. 엔하이픈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상황과 이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결핍과 아픔을 세계관이라는 장치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를 건드리는 스토리를 통해 K-POP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HYBE JAPAN LABEL에서 데뷔하며 2023년 왕성한 활동을 한 &TEAM(앤팀)도 엔하이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데요. 앤팀은 ‘늑대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서사를 담아냅니다. 'Howling'이라는 시리즈명처럼 세상에 포효하고자 하는 앤팀은 늑대 무리를 연상시키는 안무, 늑대처럼 웅크린 포즈 등의 퍼포먼스로도 자신들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TEAM(앤팀)은 팀명에서부터 '&'을 담고 있는데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팬과의 연결에서 더 나아가 팬과 팬의 연결까지 바라는 앤팀의 메시지도 지금 현대에서 &, 연결의 의미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재의 세계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그리고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존재들을 활용하여, 신비로움 보다는 생동감 있는 텍스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 더블/트리플 타이틀 전략과 스토리텔링
2023년에는 '스토리텔링'을 정체성이자 강점으로 구축한 신인 아이돌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은 세계관이라는 큰 범주가 아니라 에피소드식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는데요. 더블/트리플 타이틀 전략을 바탕으로, 한 앨범에 여러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것이 유행한 2023년. 이를 따라 타이틀, 트랙끼리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습니다.
신인 여자 아이돌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는 이러한 특징을 통해 입지를 다졌습니다. 멤버들의 매력과 뛰어난 실력, 수많은 호평을 남긴 음악과 함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니 1집 [KISS OF LIFE]에서는 가난한 아티스트, 발레 천재 외동딸, 완벽해 보이는 퀸카, 두 얼굴의 SNS 스타라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멤버 별 솔로 곡으로 담아냈는데요. 단체 곡인 더블 타이틀 '쉿(Shhh)', '안녕, 네버랜드'에서는 이들의 만남을 연출하는 흥미로운 전략을 사용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니 2집 [Born to be XX]에서도 키스오브라이프의 빌런같은 모습을 담아낸 첫 번째 타이틀 'Bad News'와 그 뒷이야기로 반전을 담아낸 두 번째 타이틀 'Nobody Knows'를 통해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며 K-POP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BOYNEXTDOOR(보이넥스트도어) 또한 데뷔 앨범부터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는데요. 싱글 1집 [Who!]은 처음 사랑에 빠져 혼란스러운 감정을 노래한 '돌아버리겠다', 고백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멋을 내는 'One and Only', 파도처럼 밀려오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 첫 세레나데를 부르는 'Serenade'의 트리플 타이틀로 이루어져, 사랑에 빠져 고백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그려냅니다. 뮤직비디오 세 편 또한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더욱 흥미를 끄는데요. 이후 발매된 미니 1집 [WHY…]의 트랙 'Crying', '뭣 같아', 'ABCDLOVE'로 담아낸 이별의 서사는 마치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선공개 곡, 더블/트리플 타이틀 등의 전략이 돋보였던 2023년. 아이돌 아티스트들은 이를 잘 활용하였는데요. 더블 타이틀을 통해 스토리에 반전을 주기도 하고, 타이틀들을 일련의 과정으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 텍스트는 K-POP팬들에게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Dramatize(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만든 뮤직비디오를 뜻하는데요. 드라마타이즈 형식은 1998년 조성모의 '투 헤븐'을 시작으로 유행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이 시기의 뮤직비디오는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 예기치 않은 사건->한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지는 줄거리가 대다수였는데요. 퍼포먼스와 비주얼에 집중하는 아이돌 시장에서는 이러한 뮤직비디오들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세계관이나 스토리텔링을 아이덴티티로 삼은 아이돌 아티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입지를 다진 TOMORROW X TOGETHER (투모로우바이투게더), ATEEZ(에이티즈)가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를 선택한 대표적인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발전한 VFX(Visual Effects, 영상 특수효과)와 CG(Computer Graphics,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로 다채로운 콘셉트와 화면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전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2023년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뮤직비디오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아티스트들도 올 해 드라마타이징 기법을 활용한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를 빠져들게 하는 뮤직비디오 몇 가지를 살펴 볼까요? 🔎
온라인 가상 합주를 할 수 있는 ♭form(플랫폼) 속에서 결성된 밴드 Xdinary Heroes(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엑디즈는 플랫폼 속에서 노래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히어로이면서, 세상에는 혼란을 주는 빌런으로 존재하며 재미있고 독보적인 세계관을 펼치고 있는데요. 미니 4집 [Livelock]의 타이틀곡 'Break the Brake'은 엑디즈의 세계를 특별한 소재로 풀어낸 뮤직비디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어 전진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노래한 ‘Break the Brake’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소재는 ‘타임 루프’인데요. 무한 반복이라는 뜻의 앨범 명 ‘livelock’의 텍스트를 끝없이 반복되는 오류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래 폭풍이 기차를 집어삼키는 상황 속에 갇힌 엑디즈가 어떻게 루프를 탈출하는지, 루프가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장면들의 디테일을 찾으며 엑디즈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미니 4집 [Guilty]로 2년 5개월 만에 컴백한 태민은 여전히 독보적인 콘셉트와 함께 타이틀곡 ‘Guilty’의 뮤직비디오에서 독특한 스토리를 보여주며 이슈가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다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태민, 통제 받는 소년들이 가득한 공간, 억압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태민 등 퇴폐적이고 아슬아슬한 내용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전보다 발전한 촬영, 편집 기술과 다양한 연출을 활용한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더욱 잘 구현할 수 있는데요. 이로 인해 K-POP 팬들은 그들의 세계에 더욱 푹 빠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철저하게 기획된 아티스트가 노래함에도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끼는 것, 그것이 K-POP의 가장 큰 매력인데요. 2023년의 신보와 신인 아티스트들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어떠셨나요?
세계관이라는 이름 아래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아티스트, 더블/트리플 타이틀 전략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아티스트까지. 결국 영화적 설정과 장치가 공감하기 쉬운 방향으로 향했을 뿐, 여전히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는데요. 때로는 깊고 때로는 얕은, 그들의 세계와 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
Editing by 별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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