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결산] 올해 음악도 역시, 레트로 네버 다이 ♾️
2023년은 비주얼과 컨셉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레트로가 강세였습니다. 사실 이 유행은 새로운 것이 아닌데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레트로 음악과 2023년에 유행한 레트로는 음악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기존 레트로 음악은 어땠는지, 그렇다면 지금 레트로 음악은 어떤 양상인지 함께 알아봅시다! 😎
디스코 음악 전성시대 🕺
팝송을 잘 듣지 않으시는 분들도 2019년 The Weeknd의 ‘Blinding Lights’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빌보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노래’라고도 불리는 이 노래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미국 팝과 한국의 케이팝 씬에도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했는데요! 특유의 쿵짝 리듬 속에서 레트로한 신스가 반복되는 것이 인상적인 ‘신스웨이브’ 장르의 음악은 80년대에 유행했던 장르이지만 ‘Blinding Lights’를 시작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로켓펀치의 ‘Ring Ring’이나 트와이스의 ‘I CAN’T STOP ME’, 키의 ‘BAD LOVE’ 같은 곡이 그 유행 당시의 대표적인 신스웨이브 장르의 곡들이고, 최근까지도 키의 ‘Killer’나 지민의 ‘Like Crazy’ 같은 곡에서 그 감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스웨이브 장르 외에도 ‘누디스코’ 장르도 2020년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누디스코는 기존 디스코 음악에서 조금 더 신디사이저나 전자음악과 같은 현대적인 사운드가 들어간 장르로, 일명 ‘현대적인 디스코 음악'이죠! 해외에선 Dua Lipa의 ‘Don’t Start Now’가 그 시작을 알렸으며, 그 후로 전세계를 막론하고 수많은 누디스코 곡들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 트와이스의 ‘The Feels’, 선미의 ‘보라빛 밤’부터 시작해 피프티피프티의 ‘Cupid’, 아이브의 ‘Off the Record’까지!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케이팝에서 자주 활용돼 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신스웨이브 장르 역시 디스코의 파생 장르이기에 누디스코와도 배다른 형제 관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누디스코 장르는 레트로 감성의 끝판인 장르, 소위 말하는 ‘시티팝’과도 맞닿아 있어 더더욱 기획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았으며, 또한 1020대뿐만 아니라 4050대 부모님들에게도 친숙한 음악이니만큼 더더욱 보편적으로 쓰인 장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새로운 장르들의 역습 🫧
올해 역시도 분명 기존 신스웨이브나 누디스코 장르의 곡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위 장르들에 한정되지 않고 새로운 장르의 레트로 음악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인데요! 9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던 드럼 앤 베이스, UK 개러지, 저지 클럽과 같은 브레이크 비트류의 음악, 혹은 90~00년대의 힙합 소울, 콘템포러리 알앤비 같은 음악들이 가장 대표적인 장르들입니다.
드럼 앤 베이스는 제로베이스원의 ‘In Bloom’에서 18초 김태래의 보컬과 함께 들어오는 특유의 리듬이 메인인 장르인데요. 이 장르는 이 곡에서 특유의 속도감과 벅차오르는 감정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UK 개러지 음악은 조금 느린 드럼 앤 베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요. ‘쿵치딱치’ 하는 특유의 가벼운 드럼 톤과 리듬이 핵심인 장르입니다! 뉴진스의 ‘Cool With You’와 르세라핌의 ‘Perfect Night’ 등의 곡도 UK 개러지 장르의 곡으로, 같은 장르이지만 곡마다 각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죠.
반면 저지 클럽 (혹은 볼티모어 클럽)은 특유의 ‘쿵 쿵 쿵쿵쿵’하는 박자로 너무나도 유명하죠! 한국에서는 뉴진스의 ‘Ditto’를 시작으로 세븐틴의 ‘손오공’,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등, 많은 곡에서 널리 쓰인 장르입니다.
콘템포러리 알앤비 장르와 힙합 소울 장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장르인데요! 쉽게 말하자면 그냥 Y2K 시대의 알앤비 팝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작년 뉴진스의 ‘Attention’을 시작으로, 올해도 키스오브라이프 ‘Sugarcoat’나 ‘Nobody Knows’, 정국의 ‘Standing Next to You’, NCT 재현의 ‘Horizon’, 혹은 Y2K의 대표적인 디바 이효리의 ‘후디에 반바지’와 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입니다.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90-0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곡들이죠.
이러한 브레이크 비트 계통의 음악과 90년대 콘템포러리 장르를 섞은 음악도 최근 유행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한국에서도 ‘Boy’s a Liar Pt.2’로 유명한 PinkPantheress로서, 21년 ‘Break It Off’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하게 드럼 앤 베이스, UK 개러지와 같은 리듬 속에 특유의 알앤비적 감성을 녹여내고 있죠!
최근 발매된 노래인 ‘Nice to meet you’를 들으면 떠오르는 한국의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지 않나요? 🤔 바로 뉴진스이죠. 뉴진스 역시 ‘Ditto’부터 [Get Up] EP까지 이러한 음악 색깔을 구현했죠! ‘New Jeans’에서는 UK 개러지와 저지 클럽이, ‘Super Shy’에서는 드럼 앤 베이스와 저지 클럽이 절묘하게 섞였습니다. ‘ETA’와 ‘Cool With You’ 역시 잘 만들어진 저지 클럽과 UK 개러지 장르의 곡이고요! 그러면서도 특유의 90년대스러운 멜로디는 앨범 곳곳에 녹아 있으며, ‘Get Up’과 같은 트랙에서는 그 감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르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80년대 유행했던 디스코 계통의 음악들 – 신스웨이브나 누디스코는 이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데요. 2010년대 중반에는 Daft Punk의 ‘Get Lucky’나 Mark Ronson의 ‘Uptown Funk’를 비롯한 Bruno Mars의 레트로 음악들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죠. 이러한 음악들은 훵크나 정통 디스코 장르에 속하는 곡으로, 시기적으로 70년대에 전성기를 맺었던 장르입니다. 그렇다면 레트로 음악은 10년대 중반엔 70년대의 음악이, 10년대 중후반부터는 Calvin Harris를 시작으로 The Weeknd와 Dua Lipa와 같은 80년대의 음악이 대세였다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즉, 현재는 약 5년 단위로 레트로 음악의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흑인 음악의 역사상 디스코 음악 이후에 찾아온 힙합 소울과 콘템포러리 알앤비 장르의 열풍, 그리고 역시 비슷한 시기인 90년대의 브레이크 비트 장르의 음악들이 다시 떠오르며 디스코 장르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것은 ‘새로운 레트로’를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더더욱 빠르게 누디스코 계통의 음악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죠.
이렇게 지금의 레트로 음악은 눈 깜빡하면 매번 새로운 장르들로 우리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유행 이후에는 어떤 새로운 장르들이 다음 레트로 음악으로 떠올라 케이팝과 섞여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할지, 정말 기대가 되네요! 😊
Editing by 청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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