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로 4년 동안 유튜브각 세우는 법

리코더 유튜버 믕디 인터뷰

2021.11.22 | 조회 1.4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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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안녕하세요, 뮤직데이터그램의 여름씨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음악 데이터 이야기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인터뷰를 들고 왔습니다.

누구나 친숙한 악기인 리코더로, 4년 동안이나 꾸준히 작업하신 크리에이터입니다. 누적 조회 수는 130만, 영상 수는 83개인 이 크리에이터를 섭외해서, 악기 중심으로 유튜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리코더 채널 <믕디의 반란>의 믕디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믕디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조금 자신 있게 표현하자면, 리코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저를 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늘 준비하는 멘트가 있는데요, 틱톡 주간 1위를 기록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출연 경력이 있는 유튜버 "믕디"입니다.

 

유튜브각은 일단 시작해야 길이 보인다

전공자 출신이 아닌 음악 크리에이터라는 점이 제가 믕디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입니다. 리코더를 테마로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를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제 원래 전공이 수학교육인데, 임용고시를 붙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웃음) '빨리 자리 잡아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2016년도쯤에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별 고민 없이 일단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휴학하고 과외 3개씩 하면서 카메라, 조명, 크로마키 스크린 등등 살 돈도 모았던 것 같아요.

아, 처음엔 리코더로 꼭 주제를 잡고 시작한게 아니셨군요?

네, 일단 시작하는게 중요했어요. 당시엔 과자 리뷰 같은 가벼운 영상도 많던 시절이라, 고구마맛 마가레트에 김치 얹어 먹기 같은 영상도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리코더 부는 영상을 올렸는데, 당시에 딱 다섯 명밖에 없던 구독자 중에 한명이 '와 좋네요'라는 댓글을 달아줬어요.

이렇게 댓글 하나하나 달릴 때나 구독자가 4명에서 5명이 되었을 때 (4명이 모두 지인이었던 시절)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쁨을 느끼셨다는 후문. 
이렇게 댓글 하나하나 달릴 때나 구독자가 4명에서 5명이 되었을 때 (4명이 모두 지인이었던 시절)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쁨을 느끼셨다는 후문. 

설마 이게 괜찮은 걸까 싶어서 루키스트라는 페북 채널에도 올렸는데, 그때 처음으로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리코더로 연주하기가 친숙하고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남들에겐 이게 신기한가 싶었어요.

리코더를 13년인가 취미로 해오셨다고 하는데 어떤 점을 재미로 느끼며 지속해오실 수 있었는지요? 저의 경우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를 배웠는데 2년 넘게 지속한 악기가 없었습니다... 13년 동안 악기 취미가 지속된다는 게 놀라워요.

원래는 피아노를 좋아했었습니다. 피아노 콩쿠르도 꾸준히 나갔었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가족의 친구가 리코더 합주단을 했었다는 얘길 듣게 되었어요. 합주단에 같이 나가보자는 이야기에 처음엔 심드렁한 채 나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아마 혼자서 연주 연습하는 것이면 금방 그만두었을 텐데, 20~30명이 각기 다양한 음역의 크고 작은 리코더로 합주하는 것이라, 악기가 많으니 진동이 마구 느껴지는데 그게 참 짜릿하게 즐거웠어요.

믕디님 채널에 1인 합주 영상이 많은 것도 그 이유겠네요. 혼자서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점도 재미 붙이기가 좋은 부분일 것 같아요.

맞습니다. 거기에다 여행이든 어딜 갈 때에도 가방에 쏙 꽂아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라서 정말 좋아요! (사람들은 초등학교 수업용 악기로 리코더를 떠올리지만) 무겁거나 이동이 불편한 악기가 아니기에, 선사시대부터 인간의 역사와 함께 온 정말 오래된 악기예요.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는 리코더가 메이저 관악기였기도 하고요.

 

쉬워보여도 직접 해보면 만만치 않은 콘텐츠를 제작

음악 크리에이터는 카메라 켜놓고 연주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 많이 할 것 같아요. 실제 제작 과정이 궁금한데요.

유튜브 시작 하고 나서 느낌점 중 하나는, 세상에 아무리 쉬워보이는 것도 직접 해보면 쉬운 게 없더라에요. 저도 처음엔 그냥 카메라 틀어놓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일단 영상 아이디어, 섬네일과 제목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걸 마지막에 했었는데, 주변의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먼저 하라고 권유를 주셨어요. '섬네일과 제목의 결이 맞는 콘텐츠'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디어→썸네일&제목→상세기획→촬영→편집→섬네일 제작→업로드

이 정도 순서가 통상적이고요, 콘텐츠별로 제작 시간은 천차만별입니다. 이를테면 혼자 연주하는 영상은 녹음을 따로 하지 않기도 해서 컷편집만 하면 되니 빨리 끝나는데, 합주는 전부 세션 녹음하고 소리 밸런스를 맞춰주고, 조명과 의상도 맞춰 입고, 정말 손이 많이 갑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PD님도 이걸 어떻게 혼자 하느냐고 놀라셨어요. 그래도 이렇게 힘들게 촬영하고 밤새워서 편집하면, 새벽 나절에 끝낼 때 그 성취감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설명 듣고 다시 보니 정말 편집에 공을 많이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영상..
화면이 10분할... 최소 열번 촬영이네요.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후에, 잘 될 거라고 확신했는데, 생각보다 조회 수가 높지 않았던 콘텐츠는 있나요?

<세상에 이런 일이 브이로그>요! 방송 출연 뒷얘기라 흥미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그리고, <가을 아침>은 조회 수가 잘 안 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좋은 연주인데 조회 수가 약간 아쉬웠고요, 트와이스의 <Knock Knock> 커버 영상으로 조회 수가 잘 나온 경험이 있어서 한 번 더 작업했는데(<Fancy>) 이 영상은 <Knock Knock>만큼은 잘 안 되었어요.

반대로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놀랐던, 작업하신 영상은요?

네, 사실 리코더 영상들은 생각보다 잘 나온 게 많고, 제가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서... <알바 구하기>나 <집 곳곳 숨은 돈 찾기>, <대외활동 합격 브이로그> 등은 조회 수가 잘 나왔습니다. 사실 리코더에 한정하지 않고 영상 제작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유명한 리코더 노래 따라 불기>는 섬네일도 직관적이고, 운지법에 대한 내용이 꾸준하게 필요해서인지 조회수가 계속 오르고 있고요, <학교 종소리>도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섬네일에도 처음에는 제 얼굴을 주로 활용했는데, 살펴볼수록, 제 얼굴이 잘 보이기보다, 리코더를 불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아직 실행 못한 기획안은 없으셨나요? 어떤 이유로 실행이 어려웠는지도 궁금합니다.

몹시 많습니다. <아니 사람 키보다 큰 2미터가 넘는 리코더가 있다?> 하고 완전 커다란 리코더로 섬네일각도 잘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 리코더를 섭외하는 데에 실패해서 (리코더 합주단에, 해외 유튜버들에게 빌리는 방법까지 찾아봤었어요) 일단 미뤄둔 게 있어요. 또, 플라스틱 리코더 한 30개를 쫙 나열해놓고 <다 불어봤다! 추천해 준다!> 하는 안도 있었는데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코더가 귀족 악기였다고?> 하고 리코더의 역사에 대해 훑는 걸 해보고 싶은데, 이건 정보성이니 자료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 상당해서 미뤄두었어요. 그 외에 실행 못한 기획들은 '어떤 제목과 썸네일로 홀려야하지?'의 기획에서 더뎌지는 것 같아요.

 

최고의 마케팅? 결국,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

그동안 유튜브의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은 어떤 것을 해오셨어요?

(몹시 진지하게) 제목을 열심히 짓고, 섬네일을 열심히 만들었어요.

국영수만 신경 써서 공부하면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

물론 실질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첫째 틱톡, 두번 째 공중파 방송 출연이었습니다.

사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제 또래에게 핫한 방송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하루에 10명 정도씩 늘던 구독자가 방송하자마자 백 단위씩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요, 틱톡의 경우에는 댓글 수가 좋아요 수보다 많이 붙는 것을 보고 신기했습니다. 공유가 잘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니, 댓글로 친구들과 같이 하자며 태그를 걸며 반응이 왔더라고요.

거기에, 틱톡은 세로 영상이라서 빈 공간을 채우려고 계이름을 넣었거든요.

와, 이거 진짜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저처럼 음감이 없는 사람들은 악보 띄워주는 영상 보면서 칼림바 연습할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믕디님이 수학교육과 출신이라 '함께 하기 쉬운' 영상 제작으로 콘셉트를 잡으신 것 같아요.

네, 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음악 과목이나 악기 다루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많더라고요. 사실 악기를 취미로 하나쯤 하는 것이 아이들 발달과정에도 좋고, 어른이 되어서도 괜찮은 것 같거든요. 게다가 따라 하기 쉬운 영상이 틱톡에서 잘 되는 걸 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콘텐츠(운지, 리코더 잘 부는 법 등)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품질이란 누군가에게 가치가 되는 것이다(by 제럴드 와인버그)" 란 말도 떠오릅니다.

네, 주로 구독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궁리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제 커버 영상에도 댓글에는 항상 '믕디님 이거 어떻게 해요? 어떻게 잘해요? 저도 믕디님 처럼 되고 싶어요.' 같은 질문이 있었는데 말이죠. 리코더 잘 불고 싶어 하는 꼬꼬마 친구들의 귀여운 마음을 더 들여봤어야 했다는 반성을 해봅니다.

실제 유튜브 통계에서도 주요 구독자층이 10대 초반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그렇죠. 그런데 30~40대가 60% 이상으로 나와서 저도 신기했습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도 직접 설문을 해본 적도 있었어요. 댓글로도 설문조사로도 실제는 10대가 제일 많은데, 부모님 기기나 부모님 구글 계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실 각종 웹 이벤트나 사용자 분석해 주는 도구(Google Analytics 등)가 제공해 주는 데모그래픽 정보가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걸 눈치채고 직접 설문으로 검증했다는 믕디님에게 데이터일 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데이터 분석이 본업인 저는 주어진 자료를 의심하시는 분들을 아주 반가워하거든요. 
사실 각종 웹 이벤트나 사용자 분석해 주는 도구(Google Analytics 등)가 제공해 주는 데모그래픽 정보가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걸 눈치채고 직접 설문으로 검증했다는 믕디님에게 데이터일 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데이터 분석이 본업인 저는 주어진 자료를 의심하시는 분들을 아주 반가워하거든요. 

 

시작했다면, 멈추지 말자

유튜브 4년이나 해오신 셈인데, 그 사이에 깨달은 점들을 두루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그만두지 않고 지속해서 뭐든 기회가 생기가 되는 것 같아요! (로고송 등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고요, 최근에도 다른 리코더 유튜브와 콜라보도 했습니다) 또 좋은 영상은 당장은 조회 수가 나오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점이 있습니다. 조회 수가 몇십만씩 터지는 건 운이 필요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1만 회 정도 나오는 영상도 충분히 잘 된 것이거든요. 결국은 초반에 반응이 좋은 영상을 '서서히 반응이 올라오는' 영상이 조회 수를 넘어서게 됩니다.

처음과 지금 유튜브에서 콘텐츠 만드는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나요?

완전 초반에는, 인기 있는 아이돌이 신곡을 내면, 악보를 최대한 빨리 따서 리코더로 커버하는 영상을 냈었는데, 이게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힘들기도 하고.. 또 생각보다 반응이 오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 시기의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가 되게끔 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잘 되는 노래보다, 사람들이 누구나 알법한 노래가 좋겠다 판단하게 되었고요.

지금 핫한 것으로 콘텐츠로 만들어내려면, 심적 부담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조회 수도 빨리 고꾸라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되고, 빨리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쫓기지만, 스테디셀러는 언제나 내가 내고 싶을 때 내면 된다 생각하니 요즘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믕디님은 첫 직장 생활 중이시지요, 크리에이터가 다니는 회사는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합니다.

퇴사하고 나서 유튜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저는 주변에 유튜브든 인스타든 크리에이터 친구들이 많이 있고, 이 사람들은 색깔로 치면 알록달록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직장인의 삶은 카키색이나 좀 더 칙칙한 삶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다니면서 보다 보니 회사 일 열심히 하고 자기 인생을 알차게 사는 분들이 정말 많고 크리에이터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색을 가지면서 사는 게 회사 다니는 것과 꼭 대척점의 일은 아닐 수도 있구나 생각을 했고, 병행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는 공연으로 치면 1부이고, 저는 2부의 삶도 꿈꿔보고 싶어요. 1부를 열심히 하면 2부가 또 재미있잖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믕디님과 여러 리코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는데... 이렇게 친숙한 악기가 이렇게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을 왜 몰랐을까, 좋고 아름다운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가까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가장 좋은 마케팅은 좋은 프로덕트에서 온다는 점, 스테디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 뉴스레터 발행인에게도 크게 와닿는 말씀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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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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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랑이

    0
    over 2 years 전

    역시 능력과 전공은 무관!ㅋㅋ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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