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악 파는 김루씨의 소담골입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다들 순조로운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음악서비스 '멜론'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대부분은 기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실시간 차트'나 연말 '멜론뮤직어워드'를 떠올릴 것 같네요. 사실 멜론 앱을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많은 피처(Feature)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멜론TV, 멜론매거진,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스테이션)까지 말이죠.
이 중 차트나 어워드만큼 대중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점차 메인 탭에서 존재감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 플레이리스트 입니다. 이미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감상이 대중화된 현재, 멜론은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요?
큐레이터의 삶, 그 네 번째 이야기는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지고 있는 이승엽 님과 함께 합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멜론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승엽이라고 합니다. 주로 플레이리스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플레이리스트와 콘텐츠 관리/제작, DJ관리, 멜론DJ 서비스의 기획/개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록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악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음악은 현재 취미이자 계속 나아갈 길인 것 같아요. 사실 음악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항상 제 머릿 속에는 '뮤지션이란 배고프고 힘든 직업' 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생계와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용기있게 도전을 못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시기에 저는 직업이 있는 상태로 음악을 병행하는 것을 택했는데 구인란을 보던 중 멜론을 발견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평소에 큐레이션에 취미가 있었나요?
기본적으로 음악 자체를 너무 좋아했던 헤비 리스너였어요. CD에 있는 곡을 MP3로 변환한 뒤 다시 공CD로 구워서 저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드는 것을 즐겼어요. MP3 시절에는 주로 (컴퓨터에) 폴더별로 음악을 관리하곤 했었죠.
처음 멜론에 왔을 때 맡았던 업무는 음악 콘텐츠 제작이에요. 단순히 신보를 접하고 음악을 감상하는 단계 그 이상을 원하는 리스너들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플레이리스트와 멜론 매거진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큐레이션의 세계에 발을 들인 셈이죠.
담당하고 계신 플레이리스트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초기에는 제가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만들었지만 요즘은 여러 업무로 인해 플레이리스트 제작 및 노출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있어요. 주로 다음의 사항들을 관리합니다.
- 신규 플레이리스트 제작: 다양한 시간대와 상황에 맞는 무드 플레이리스트와 장르 플레이리스트들은 내부제작팀에서 정기적으로 새로 제작하고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 서비스 내 노출 및 스케줄 조율: 멜론은 수많은 피처(feature)들을 담고 있는 음악서비스기 때문에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의 실제 배포 이전에 다양한 부서들과의 협의 및 스케줄링이 필수에요. 제작된 플레이리스트들을 언제,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물론 다양한 기획사/유통사들의 음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해요.
- 헤비 유저 관리: 내부 직원들 외에도 멜론 유저 중에서 고퀄리티의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해 주시는 '파워DJ'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 역시 최대한 케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위한 선곡 및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요. 테마, 장르, 시즈널(Seasonal), 시대별 주요 곡(Decades) 등의 키워드가 있겠죠? 이 중 적합한 주제를 선정하면 그에 맞는 곡들을 최대한 일관성 있게 선곡합니다.
제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마다 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수록곡 중 상위 순번(1~5번 트랙)의 구성이 유저의 락인(Lock-in)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해당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때 첫 곡이 별로라면 대부분의 유저는 참고 듣기보다는 바로 건너뛰어 버리거나 (그 플레이리스트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신경을 쓴 만큼 퀄리티가 나온다고 믿어요.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플레이리스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요.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는 이런 점이 다르다' 라는 부분이 있다면?
멜론 플레이리스트의 차별점이라면, 파워DJ를 포함한 많은 유저 참여에서 나오는 플레이리스트의 다양함과 퀄리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통상적인 음악 서비스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내부 큐레이터를 통한 제작을 떠올리기 쉬운데, 멜론의 경우 전자와 더불어 멜론의 유저가 직접 DJ로 활동하며 만드는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플레이리스트의 퀄리티를 위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플레이리스트의 주제와 제목에 맞는 선곡이 기본이고요. 수록곡 중에서도 대중적인 곡과 숨은 명곡 등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이 플레이리스트를 듣게 될 사람은 어떤 상황과 감정 상태일지 생각을 많이 하고 최대한 그것에 맞게 선곡을 하고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르, 분위기,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100% 충족시키란 어려운 일이죠. 가령 운동이라는 주제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고 했을 때, 헬스장에서 힙합이 나오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록으로 파워리프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저의 기대치에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들었을 때 수록곡 중에서 최대한 많은 곡을 얻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멜론 플레이리스트 이미지 특유의 톤이 자리잡고 있고 분류 역시 다양해졌다는 인상을 받아요. 점차 플레이리스트의 이미지와 카피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이 궁금해요.
플레이리스트의 유형에 따라 커버 아트의 스타일을 보다 세심하게 구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오늘의 DJ플레이리스트'에서 접하게 되는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내부 제작팀 또는 유저들이 직접 선정한 커버 아트에요. 날씨 기반의 플레이리스트는 날씨에 맞는 컬러와 톤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인팀에서 이미지 제작을 도와주고 계시고요. 그 외 'POP TOP100'처럼 차트형 플레이리스트들도 디자인팀과의 협의를 통해 정해진 템플릿을 사용하여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파워DJ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멜론의 파워DJ가 되기 위한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멜론DJ는 기본적으로 'DJ 신청-> 내부 심사-> 승인 or 거절'의 절차를 거치는 구조에요. 이 중 선곡이 좋은 DJ는 파워DJ로 권한을 부여받아, 멜론 유저분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승인하는 기준으로는 DJ 활동 기간, 멜론 팔로워 1천 명 이상, 플레이리스트 좋아요, 주간 차트 진입 이력, 그 외 선곡 퀄리티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어요. 특정 장르 위주로 제작하는 DJ의 경우, 아무래도 가요나 트렌디한 팝을 선곡하는 DJ보다 좋아요나 팔로워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개성을 가지고 우수한 선곡을 하는 DJ라면 언젠가 눈에 띄게 되는 것 같아요. 플레이리스트의 자체의 인기를 위해 트렌디한, 대중적인 노래 위주의 플레이리스트 제작에 특화된 경우들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본인만의 개성과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큐레이션 강화를 위해 멜론에서도 더 많은 파워DJ들을 발굴하고 콘텐츠 퀄리티를 많이 개선해 나갈 예정이에요.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과 '플레이리스트'도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진 키워드에요. 이 일을 해오면서 실감하는 청취 트렌드의 변화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확실히 사람이 만든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플레이리스트, 모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어요. 해외 서비스의 경우 Rap Caviar나 FRESH FINDS처럼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추세인데요. 앞으로 플레이리스트가 이 시대 혹은 미래의 앨범으로 통용되지 않을지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는 댓글을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에요. 인상 깊었던 유저 반응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유저분들이 제작한 플레이리스트에 “이 플레이리스트 너무 좋아요”, “지우면 안 돼요” 등 긍정적인 댓글을 남겨주실 때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댓글 기능은 멜론의 특화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악성, 비방, 사칭 댓글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댓글을 통해 유저들이 곡의 반응을 보고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들이 눈에 띄는데, 이분들은 멜론을 음악 SNS처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워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랙핑크의 팬인 DJ와 트와이스의 팬인 DJ끼리 서로의 플레이리스트에 재미있게 댓글을 달면서 소통하면 거기에 다른 댓글들이 따라붙는 식이죠. 어떻게 하면 이분들이 음악을 소비하면서 더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멜론의 플레이리스트를 전체적으로 제작/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작 측면에서는 추가하고 싶은 곡이 생겼을 때, 국내에 라이센스 계약이 안 되어 멜론에 없는 음원들이 있을 때 아쉬움이 있고요. 운영 측면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플레이리스트 제작에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점에서 아쉬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곡을 하는 DJ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멜론 메인에 소개할 수 있을까도 지속해서 고민하는 부분이죠. 주어진 시간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멜론의 플레이리스트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퀄리티와 별개로 재미 중심으로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있는데요.
아주 예전에 김연아 선수가 소치올림픽 때 은메달을 걸게 된 사건이 있었죠? 분노의 마음을 담아 곡명으로 연결한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였는데, 다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격한 공감을 해주시고, 수많은 커뮤니티와 카페, 블로그 등에 소개가 되어 인상 깊었습니다(플레이리스트 바로가기).
인상 깊게 본 다른 큐레이션 채널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있을까요?
물론 멜론을 가장 애용하고 있지만, 타 서비스 중 자주 이용하는 플레이리스트라면 스포티파이의 '새 위클리 추천곡' (Discover Weekly)입니다. 저와 다른 사용자들의 청취 패턴과 음악 타입, 서브 장르를 분석하여 저에게 핏한, 들어보지 못한,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의 곡이 추천되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을 하는 재미가 있어서 자주 듣고 있어요.
흔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후회할 일들이 생긴다고 하죠. 이 일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마음이 변하고 있나요?
인생을 살다 보면, 직업을 떠나 언제나 후회할 일들이 생기지 않나요? (웃음)
오히려 제 관심 분야라서 흔들리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에 번아웃 같은 건 생기지만, 음악 산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졌다면 오히려 제 인생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질문에 빠졌을 것 같아요.
플레이리스트 매니저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플레이리스트 매니저를 계속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제가 쉽게 답할 순 없을 것 같네요.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합니다.
플레이리스트 담당으로서 말씀드리자면, 플레이리스트/큐레이션 영역이 더 확장되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플레이리스트와 관련된, 혹은 음악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기반으로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음악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플레이리스트를 중심으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산업 내에서 아티스트, 레이블, 팬덤, 유저는 모두 음악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각 요소의 연결고리를 찾아 지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플레이리스트 담당이다 보니 멜론에 축적된, 검증된 플레이리스트를 개인화/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의 추천에도 활용될 수 있게 고도화하는 작업을 해보고도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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