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_큐레이터의 삶(5)

유튜버 우키팝

2021.12.27 | 조회 3.5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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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의 소담골입니다. 다들 크리스마스는 따뜻하게 보내셨나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과 조촐하게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보냈습니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 만큼 모두 연말 끝자락까지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한파로 인해 방에 콕 틀어박혀 유튜브를 시청하다 느낀 점이 있습니다. 음악을 추천받게 되는 수단이 꼭 플레이리스트뿐만은 아니라는 거죠. 가령 연말 결산의 목적으로 음악을 찾을 때는 플레이리스트보다 제가 팔로우하는 매체들이 선정한 리스트를 클릭해서 주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기도 합니다. 그날 꽂힌 아티스트를 좀 더 자세히 감상하고 싶을 때는 영화리뷰 스타일의 아티스트 영상을 검색하기도 하고요.

이런 정신 산만한 콘텐츠 서핑 중 제 눈길을 잡아끈 채널이 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섬네일과 단순한 일대기 요약의 수준을 넘어서는 탄탄한 리서치. 그런데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쉽고 재미있는 해설. 별안간 제 피드에 존재감을 깊숙이 새긴 이 팝 전문 유튜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올해 ‘소담골의 더: 인터뷰’의 피날레는 플레이리스트 채널 에센셜(essential;)의 기획자로 출발하여 현재 팝 아티스트 전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우키팝 님과 함께합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팝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우키팝입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근무하다 유튜버로 독립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악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 그리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대부분이 그렇듯이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중학생 때 용돈을 모아 아이리버를 샀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 그동안 모았던 적금을 깨고 미국에 열흘 동안 여행을 가서 공연만 봤어요. (칸예 웨스트, The 1975, 그 외 여러 인디 밴드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YG 공연 영상 제작팀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벅스 콘텐츠기획팀에 공채로 합격하여 플레이리스트 업무를 도맡았습니다. 정해진 일 외에도 항상 유튜브에 관심이 있었어요. 음악을 듣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당시 팀 내 유일한 영상 제작자로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실 에센셜(essential;) 채널을 만든 일입니다.

채널을 어느 정도 성장시킨 후에는 나만의 채널과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 오랜 고민 끝에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에센셜(essential;) 채널은 플레이리스트 퀄리티만큼이나 세련된 이미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요. 가령 요즘의 홈 인테리어, 연말 파티 사진을 보면 대부분 에센셜을 모니터 화면에 띄워놓고 있죠. 채널의 기획자 입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해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최초로 이런 현상을 목격했던 플랫폼이 ‘오늘의 집’ 이었어요. 단순히 PC/모바일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기분이 좋았죠. 그때부터는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할 때 이 플레이리스트가 공간과 플랫폼에 어떻게 활용될까 시뮬레이션하면서 이미지를 선정하고 톤을 잡았어요.

홈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에센셜(출처: 오늘의 집)
홈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에센셜(출처: 오늘의 집)

 

퇴사 후 첫 아이템으로 팝 아티스트 소개를 소재로 잡은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팝 콘텐츠 제작은 항상 해오던 일이었어요. 대학생 때는 사촌 형과 아프리카 TV에서 팝을 주제로 방송을 하기도 했고 개인 블로그에도 꾸준히 앨범 리뷰를 올렸거든요.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유튜브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팝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팝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우키팝’ 채널은 팝 아티스트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설명이 인상적이에요. 주로 방대한 디스코그래피의 아티스트들을 많이 선정하는데 유튜브의 영상 형식에 맞춰 요약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며 영상을 만듭니다. 어머니 나이대의 분들도 그 아티스트를 이해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작업해요.

이건 비평이 아니어서 유튜브에서 생소한 장르 이름과 음악 용어를 나열한다면 바로 외면 받을 거예요. 쉽고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유튜브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둬서 영상을 만들고 있고 어머니께 연락해서 꼭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그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습니다.

 

클릭하게 만드는 제목과 섬네일이 인상적이에요. 이를 만드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만들 때마다 자신이 없는 부분이에요. 채널 초기에는 ‘달빛 부부’ 채널의 섬네일을 많이 참고했어요. 작업하면서 점차 저의 스타일이 생기고 있는 것 같네요. 조금 뻔하지만, 진정성이 최대한 담길수록 제가 의도했던 유저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가령 DJ 칼리드 편의 섬네일을 놓고 누군가는 단순히 자극적인 키워드를 썼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DJ 칼리드의 커리어를 깊게 파보니 ‘X나게 버텨라’라는 말이 그의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키워드더라고요. 오히려 후킹함을 노리고 제목과 섬네일을 계획했다면 그와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해요.

출처: 우키팝

 

저는 우키팝의 영상 콘텐츠도 일종의 아티스트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글로벌 팝 아티스트 중 이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큐레이션이라는 것에 동의해요. 기존의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새롭게 배합해서 대중들이 이 아티스트에 대해 새로운 인상을 받을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예전에는 아티스트가 신보를 발표하는 시점에 맞췄는데 시의성이 꼭 조회 수를 담보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마음 가는 대로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있어요.

 

'우키팝' 채널은 현지 팝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어요. 섭외 및 콘텐츠 제작 과정 중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맥스(MAX)와 비비 렉사(Bebe Rexha)의 인터뷰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살면서 처음 진행한 해외 팝 아티스트 인터뷰였거든요.

위의 건들이 아티스트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을 받아 진행했던 프로젝트고, 제가 자발적으로 섭외하고 진행한 인터뷰라면 워터팍스(Waterparks)가 처음입니다. 알고 지내던 미국 친구를 통해 워터팍스의 매니저에게 연락했었고, 페스티벌도 볼 겸 미국 LA로 직접 가서 인터뷰했기 때문에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출처: 우키팝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우키팝 Radio'는 플레이리스트를 중점적으로 올리는 채널이에요. 기존의 '우키팝' 외에도 이를 별도로 개설한 이유가 궁금해요. '우키팝'과 '우키팝 Radio'의 관계는?

본래는 아티스트 소개를 하면서 함께 설명하는 장르나 스타일이 있다면 관련 곡들을 별도의 플레이리스트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에센셜 채널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플레이리스트 영상은 항상 저작권 위반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키팝 채널에 함께 올리기엔 리스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별도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개설했는데 아직은 가볍게 만든 채널에 가깝고 좀 더 다르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채널을 운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유튜브 댓글이나 기타 피드백이 있다면?

특정한 하나의 댓글을 꼽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영상을 올릴 때마다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구독자분들께 감사해요. 제가 한 분 한 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극적인 유튜브 세상 속에서 '음악'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면서 채널을 성장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음악 유튜버로 활동해 오면서 느꼈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타인의 인생을 콘텐츠로 제작하는 만큼 영상의 내용이 정직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퀄리티에 맞추기 위해 매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저만의 원칙이라면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는 일절 보지 않고 아티스트의 인터뷰 원문을 직접 찾아가면서 스크립트를 완성합니다. 이런 작업 과정이다 보니 영상을 하나 만드는 데 2~4주가 소요되고 있어요. 더 많은 영상 업로드를 통해 구독자분들을 자주 찾아뵙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간 제작해왔던 콘텐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기대 이상으로 잘 된 콘텐츠와 기대와 달리 아쉬웠던 콘텐츠가 있다면?

뻔한 대답이라 죄송하지만 모든 영상에 다 애착이 갑니다. 기대 이상으로 잘된 콘텐츠는 ABBA 편을 들 수 있는데요. 제 채널 구독자 대부분이 10~20대여서 ABBA 편은 사실 부모님을 위해 만들었어요. 그런데 50대 유저분들이 찾아오셔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되었고 그동안 볼 수 없던 부류의 댓글들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그분들께 기쁨을 드린 것 같아 뿌듯했고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분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쉬운 콘텐츠라면 빌리 아일리쉬 편이에요. 물론 좋은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유저가 빌리에 대해 알고 싶었던 내용과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빌리의 서사 간에 살짝 엇박자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 부분을 느꼈을 때는 조회 수도 정체되더라고요.

 

다양한 소스에서 영감을 받고 자신만의 콘텐츠로 새롭게 창조하고자 하는 노력이 채널 전반에 느껴져요. 즐겨 보는 해외 플랫폼/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해외 잡지를 많이 봐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하고 주로 웹 페이지로 많이 보는 것 같네요. 어떤 폰트를 쓰는지, 사진을 포함한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어떤지 등등 영감을 받고 참고할 부분이 많죠. 가독성과 세련미를 둘 다 잡고자 노력합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롤링 스톤’을 많이 참고해요. 다른 잡지들이 바로 음악적인 질문으로 들어갈 때 롤링 스톤은 서두에 아티스트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면서 독자가 아티스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느꼈어요. 같은 아티스트 콘텐츠라도 더 흡입력 있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배웠죠.

 

에센셜부터 우키팝까지, 채널을 키워나가는 방식이 하나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브랜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나이키예요. 인터뷰하러 나온 지금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를 입고 있네요. (웃음)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 독’도 몇 번이나 읽었고 기회가 되면 미국 오레곤 주 본사를 방문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왜 항상 나이키를 소비할까 생각을 해봤어요. 이들의 광고를 보면 자신들의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늘어놓기보다는 스포츠와 선수들에 대한 존중을 진정성 있게 담아요. 그래서 저 역시 단순히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구매하는 것 이상으로 제가 믿는 가치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더 열렬히 입고 소비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제 채널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출처: 더 가디언
출처: 더 가디언

 

흔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후회할 일들이 생긴다고 하죠. 이 일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마음이 변하고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아티스트의 삶과 음악을 직접 깊게 조사하다 보니 음악을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더라고요. 구독자분들께 더 가치 있고 재미있는 팝 콘텐츠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제 삶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버이자 큐레이터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팝을 국내에 소개하는 여러 ‘팝 문익점’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기본적인 기획은 모두 마쳤고 내년에 날씨가 풀릴 때쯤부터 제작에 들어갈 것 같아요.

목표라면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하자’입니다. 채널이 목표대로 잘 성장해서 함께할 사람들도 구하고, 더 큰 스케일의 다양한 팝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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