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_큐레이터의 삶(2)

포크라노스 윤우석

2021.09.13 | 조회 2.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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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의 소담골입니다.

바이브(VIBE) 에디터 원지훈 님과 함께한 첫 번째 인터뷰는 재미있게 보셨나요? 플레이리스트 제작 과정과 함께 담당 장르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음악 유통사 포크라노스입니다. 각 콘텐츠에 대해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달리 유통사의 경우 매달 일정량의 아티스트 신보를 유통하는 업무 특성상, 특정 아티스트들에 대한 우선순위가 주기적으로 존재합니다.

플랫폼 소속의 큐레이터와는 다소 다른 환경 속의 그들이 생각하는 큐레이션과 제작 과정, 그리고 고민은 무엇일까요? 포크라노스에서 음악 유통과 큐레이션을 담당하는 윤우석 님을 만났습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포크라노스에서 음원유통 및 플레이리스트 에디터를 맡고 있는 윤우석입니다.

출처 : 포크라노스
출처 : 포크라노스

 

원래 디자이너의 길을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악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다니던 학교가 전문 디자이너의 양성보다는 디자인적 사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곳이었어요. 저는 원래 음악을 매우 좋아하면서 실제로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이라는 취미와 디자인이라는 적성을 어떻게 엮을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이죠.

그때 눈에 들어왔던 것이 음악과 디자인이 직관적으로 연결된 앨범 커버였어요. 대학 졸업 프로젝트로 한국 앨범 커버의 역사와 함께 국내 음악 시장을 분석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음악 씬(scene)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거든요. 때마침 포크라노스의 채용 공고를 발견했고 제가 씬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말씀하신 본인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제가 몸담은 포크라노스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현재는 음악 유통사 대신 ‘뮤직 딜리버리 브랜드’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단순히 음원을 유통하는 회사를 넘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다양한 형태로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달의 신보들을 프로모션할 때 음악 플랫폼 유통, 관련 플레이리스트 제작, 온라인 매거진 리뷰/인터뷰 등의 여러 방식을 포크라노스의 이름으로 동시에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죠.

어릴 때부터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 음악이 더 널리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직장에서 음악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으니 저에게 맞는 직무를 만난 셈이죠.

 

평소에도 큐레이션에 취미가 있었나요?

앞서 말씀드린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음악 시장 조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큐레이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피지컬 구매와 MP3 다운로드의 시대의 음악 감상 형태가 앨범이라는 묶음이었다면, 스트리밍 시대가 시작되면서 개별 곡 단위로 파편화되었죠. 하지만 들을 음악의 양이 전 세계적으로 방대해지면서 플레이리스트라는 새로운 형태의 묶음이 다시 감상 형태가 되어가는 흐름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정리하면 이전까지는 음악과 연관된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서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눈여겨보고 있었다가 회사에서 유관 업무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든 케이스라 할 수 있어요.

 

담당하고 계신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포크라노스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는 크게 애플뮤직과 유튜브로 나뉘어요. 애플뮤직 채널의 경우 아티스트가 직접 선곡하는 플레이리스트, 매주 발매되는 신보 중 추천할 만한 곡을 업데이트하는 위클리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특정 무드에 기반한 테마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위클리와 테마 플레이리스트를 맡고 있어요. 회사의 기반이 음악유통인 만큼 자사에서 유통하는 신보들을 주의 깊게 들어보고 회의를 통해 소개할 곡들을 최종 선정합니다.

유튜브 채널의 경우 별도의 테마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여 월 1~2회 주기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요. 매달 초에 기획 회의를 통해 어떤 주제가 적합한지 검토 후 함께 선곡하며 만듭니다.

출처 : 포크라노스

 

큐레이션을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최대한 디자인적 사고에서 출발하려고 해요. 디자인이 꼭 시각적인 무언가를 의미하기보다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한 후 이를 위한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다음 주까지 테마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기획한다고 해요. 이런 경우 선곡 이전에 가지고 있어야 할 문제의식은 ‘유저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듣기를 원하는가?’ 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 집중하면 플레이리스트의 메인 테마를 좁힐 수 있고, ‘무엇’에 집중하면 선곡을 위해 고르는 각 음악의 면면과 그 맥락에 있어 더욱 신중해질 수 있죠. 이 과정이 꼼꼼할수록 좋은 큐레이션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어요.

디자인적 사고(출처 : OVTT)
디자인적 사고(출처 : OVTT)

 

반면 큐레이션에 있어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큐레이션은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의) 창작물을 에디터의 맥락과 주관이 들어간 판단으로 재배열하는 행위이기도 해요. 그래서 때때로 저의 주관을 덜어내야 할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저의 취향과 기준으로 무의식중에 좋지 않게 들리는 곡들이 있겠죠. 하지만 플레이리스트의 목록을 구성하는 근거가 저의 개인적인 선호도가 될 수는 없어요. 곡의 템포나 분위기, 앞뒤 곡 간의 연결성 등 곡을 추가/제외하는 합당한 이유가 에디터를 보다 객관적으로 만들어준다 생각해요.

아이러니한 점은 큐레이션의 최종 결과물은 결국 에디터의 주관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동료들과 팀 회의를 통해 보완한다 해도 결국 매듭은 제가 지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어 갈 때쯤 저를 작업 대상자로 설정해요. 서비스에서 청취하는 실제 상황이라 가정했을 때 나라는 대상은 이 플레이리스트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려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들어보고 수정합니다.

 

플레이리스트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소속된 회사의 기본 베이스는 음악 유통업이에요. 그래서 자사에서 유통하는 신곡들을 최대한 적시에 고르게 소개하는 것이 모든 프로모션의 기본 전제이고 플레이리스트도 그 기조에 맞추고 있어요. 음악 플랫폼 회사와는 다른 베이스이다 보니 선곡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다소 까다로운 편이에요.

먼저 선곡 과정에서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은 많은 권리사와 계약이 되어 있어서 선곡의 퀄리티만큼이나 ‘선곡의 형평성’도 아주 중요한 키워드에요. 에디터 입장에서 좋은 흐름과 퀄리티의 선곡이 완성되었다 해도 특정 권리사의 음원들로 편중되어 있다면 다른 이해관계자들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아 보일 수 있겠죠. 그래서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할 때마다 해당 곡들의 권리사, 장르 등이 포함된 메타 데이터를 꼼꼼히 챙기면서 공정성 이슈에 대비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함께 살펴봐야 할 요소는 해당 음원의 계약 형태에요. 같은 음원이어도 국내 계약은 포크라노스와, 해외 계약은 다른 유통사와 체결된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에는 포함할 수 있지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는 포함할 수 없는 곡들이 생길 때가 있어요.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하기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고심하는 만큼 좋은 플레이리스트가 나온다는 생각에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게 본 다른 큐레이션 채널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때껄룩 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제목과 이미지, 선곡으로 댓글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노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현상에 많은 인상을 받았거든요. 플레이리스트가 새로운 음악 추천의 수단을 넘어 하나의 커뮤니티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신 사례라고 생각해요.

사진 : 때껄룩 유튜브 댓글 캡처
사진 : 때껄룩 유튜브 댓글 캡처

 

흔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후회할 일들이 생긴다고 하죠. 이 일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마음이 변하고 있나요?

저는 그동안 음악을 제대로 디깅(digging)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취향이 다소 깊고 좁은 편이라 음악을 들을 때도 한번 꽂힌 것을 여러 번 듣는 성향이었거든요. 이제 유통사 직원이 되니 반강제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매일 들어야 하더라고요. 그게 저라는 사람의 지식과 취향을 확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에디터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몇 년간 활동했기 때문에 떠오르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자주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신인 뮤지션 입장에선 자신이 만드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당장 발매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어떻게 알릴 수 있을 지 막막할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신인 아티스트들을 최대한 공평하게,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가 저의 향후 고민이자 제가 업무에 임하는 기본자세입니다. 플레이리스트 등 지금 하는 프로젝트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고민이 해결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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