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름씨입니다.
뮤직데이터그램 1편에서, 여러분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설문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분들이 "매력적인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선택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뉴스레터에서는 주위에서 자주 언급하는 채널 네 곳을 분석 대상으로 정해보았는데요, 누적 조회 수 순으로, 때껄룩(1.7억 회), 에센셜(1.2억 회), 리플레이(5천만 회), 민플리(5천만 회)입니다. 이 네 곳의 인기 플레이리스트 30개씩 총 120개의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보았고, 20개 모두 다 19년도 이후에 업로드된 영상들로, 조회수는 35만 이상인 굵직한 것들이에요.
그런데 데이터는 어떻게 마련하고 분석하면 좋담?
뮤직데이터그램은 (안타깝게도) 유튜브와 일절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텍스트는 한땀 한땀 긁어와서 분석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전문가 두 분을 섭외하여 수집 및 분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집 파트 김로사님은 대략 이런 것 - 분석대상의 제목과 조회 수 등을 크롤링 - 을 진행하셨어요.
텍스트 분석 파트 김잉어님은 대략 이런걸 해내십니다. 쨘~!?
저는 그 외의 일들.. 이를테면 채널에 대한 TPO와 분위기를 분류하는 등의 작업과 해석을 합니다.
그럼 이제 결과 볼게요. :)
한 눈으로 보는 요즘 잘되는 플레이리스트 제목
때껄룩은 추천을 들으면 사랑, 에센셜은 하루와 신나는 기분, 민플리는 한강/주말/아침, 리플레이는 우리 이거 같이...? 알듯 말듯하죠.
각 채널이 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요?
잘나가는 플리는 음악이 필요한 타이밍을 잡는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한눈에 보려고 그린 워드 클라우드입니다. 때껄룩은 추천을 들으면 사랑, 에센셜은 하루와 신나는 기분, 민플리는 한강/주말/아침, 리플레이는 우리 이거 같이...? 알듯 말듯하죠. 각 채널이 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요?
27개의 플레이리스트는 보다 세밀하게, 하루의 특정 시간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계절감과 시간대의 느낌은 섬네일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제목만으로 시간을 분류했지만, 섬네일을 보면 '이건 해 질 녘에 들으라는 거구나' 하는 플레이리스트도 있으니까요.
잘나가는 플리는 음악이 필요한 분위기와 상황을 담는다
제목에 담겨있는 분위기와 상황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살펴보았는데요, 그 첫 번째 방법은 제가 작업한 태그별 출현 빈도 분석입니다.
드라이브, 출퇴근과 같이 이동하는 것과 카페, 신나고 설레는 분위기가 눈에 띕니다. 이 세 가지 상황만 해도 조회수가 2천만이 넘더군요.
김잉어님의 도움으로 진행한 두 번째 방법은 기계학습 방법 중 하나인 LDA기법입니다. 120개의 플레이리스트들을 이 기법으로 묶은 결과, 10개의 주제 중 해석 가능한 다섯 개를 (직접 이름 붙여)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산뜻한 하루의 시작
에센셜, 월요병 ㅃㅃㅣ산뜻하게 충전하는 하루! 활력 뿜뿜 BGM 2,
에센셜, 산뜻하게 시작하는 행복한 하루ㅣ느낌 있는 펍에서 흘러나오는 트렌디 팝 - 두근두근한 분위기
때껄룩, 들으면 내심장 쿵쾅쿵쾅쾅쾅 와그작 와장창
때껄룩, 연인과 함께 있을때 들으면 위기를 분위기로 바꿔줌 - 신나고 힙한 분위기
민플리, 첫소절부터 겁나 신나는 팝송 모음
리플레이, 날씨도 좋은데 나올래? Hoody랑 SOLE도 같이 있어
에센셜, 사운드클라우드 힙한 감성 플레이리스트 - 이국적인 분위기
리플레이, 밤 11시 Tom Misch와 FKJ가 파리에서 만났다
리플레이, 우리 나중에 파리 여행 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
때껄룩, 평범한 자취방을 파리 한복판으로 바꿔줄 재즈힙합 모음 - 힘내서 과제 시작
때껄룩, 과제할때 들으면 교수님께 A+ 받는 팝송
민플리, 공부할때 들으면 원하는 대학 프리패스 쌉가능한 팝송
채널이 다른데도 묶이는 주제들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정리해보자면 이 4개 채널의 인기 플레이리스트들은 1) 출퇴근, 드라이브 등 이동할 때 2)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할 때, 3) 설레고, 신나는 기분을 유지하고 싶을 때, 4) 공부할 때 5) 어디론가 일상을 벗어나는 느낌을 원할 때 눈길을 사로 잡고 있는 것이군요.
조금씩은 다른 채널별 대표 주제
인기 채널별의 공통점 뿐만 아니라 차이점들도 훑어봅시다.
조회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니, 각 채널의 인기를 견인하는 플레이리스트 주제는 각기 다릅니다.
에센셜은 1개의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와 여러 개의 카페 분위기의 플레이리스트의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많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테마의 곡들은 시즌 한정적으로 듣게 될텐데도, 에센셜 채널의 효도 플리네요. 반면 리플레이는 여행 테마의 플레이리스트가 조회수로는 가장 눈에 띄고요. 상황에 대해서도 다른 채널보다 다채로운 종목들이 인기리스트에 두루 포진해있습니다. 민플리는 한강과 드라이브 테마가 핵심이예요.
분위기로 보았을 때 때껄룩은 '로맨틱한' 제목이 인기가 있는 듯 합니다. 반면 에센셜은 상당히 신나고 세련된 플레이리스트의 지분이 높고, 리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지향합니다. 채널들별로 인기있는 제목들로만 살펴보아도 이렇게 채널별로 각광받는 제목의 느낌이 다른걸 보면, 제목만 맛집이라고 되는게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맺으면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는 우리가 선곡을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제목과 썸네일을 통해서만 진입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아는 것처럼 친근하게 말 걸어주는 플레이리스트에 아무래도 시선이 가죠. 그리고 클릭해서 나오는 첫번째 곡이 마음에 들면 쭈욱 듣게 되는 게, 여름씨의 대학 시절에 한참 인기있던 싸이월드가 생각나게 합니다. 누군가의 미니홈에 방문에서 처음 나오는 노래가 맘에 들면 꽤 오래 머물렀던 기억도 나요.
이 분석 작업을 하면서 플레이리스트가 대중화 되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어느새 음악과 상관없는 일반 유튜브 채널에서도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채워넣거나,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사례들도 보입니다. 와, 제주맥주는 이번 여름에 제가 발견한 것만 세 개의 플레이리스트 협찬을 했더군요.
그래서인지 저는 이 주제가 꽤 흥미롭습니다.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고요, 큐레이션의 전혀 다른 시대가 열린 것 같기도 하고, 또 음악 감상법의 새로운 장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생애 첫 미디어인 게다가 제목 잘 짓는 법은 뉴스레터 제작자로서도 관심 가지게 되거든요.
다음 혹은 다다음 뮤직데이터그램에서는 어떤 제목에 어떤 곡을 선곡하는지, 유튜브 플리 채널은 한 아티스트의 명곡을 나름대로 모아두거나 두 아티스트를 멋들어지게 페어링하는 듯한 곳들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하도 채널이 많아서 어디까지 다뤄야할지 고민이라, 여러분이 즐겨 듣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오늘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가 필요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하단의 커피 보내기 혹은 메일(biz.kimlou@gmail.com)로 문의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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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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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이
크롤링에 자연어분석까지.. 게다가 LDA에 대한 언급.. 저는 정말 먼지같은 존재군요
음악파는 김루씨
전문가분들이 열일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은 전문가 섭외를 통하여..!
알랑이
김루씨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으세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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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음악 플리 제목에 이런 패턴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음악파는 김루씨
감사합니다, 즐겨 듣는 유튜브 플리가 있다면 제보 주셔도 좋아요! 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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