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노트

팀장의 고민 2. 일을 맡겨도 결국 제가 다시 해요

2026.10.19 | 조회 45 |
0
|

실무자와 팀장을 가르는 가장 큰 역할 차이 중 하나가 ‘위임’이다.

 

실무자 시절과 달리 팀장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팀장은 어떤 팀원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야 팀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그런데 실무만 하다 이제 막 리더가 된 초보 팀장에게는 위임이 낯설 수밖에 없다. 내가 직접 일해서 성과를 내는 건 익숙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고 잘하게 만드는 건 해본 적도 없고, 난도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자 시절 에이스 소리를 듣던 팀장이 위임에 많이 실패한다. 대부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다.

 

일을 맡겨도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제가 그냥 하게 돼요.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위임에 많이 실패했다. 문제는 이 실패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일을 맡겼다가 다시 가져오는 건 생각보다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나는 팀장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처음 일을 맡겼을 때는 그만큼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섣부르게 일을 회수하면 잘하던 사람의 동기마저 꺾을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로의 신뢰도 깎인다.

 

그럼에도 위임은 반드시 필요하다. 팀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구성원이 성장하려면 위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위임을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위임에도 타이밍이 있다.

위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일을 맡기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팀원이 맥락을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해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 그 시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인지도 살펴야 한다.

 

당장 조직의 생존이 걸린 긴박한 상황이라면 리더가 직접 일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급한데, 팀원이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주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위임하면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일을 가져오기 쉽다.

 

나 역시 일이 너무 많아 빨리 내 일을 털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위임한 적이 있다. 이 정도면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다소 안일한 판단이었다. 그렇게 결정한 위임은 모두 실패했다.

 

돌이켜보면 위임보다는 일 떠넘기기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내 손에서 일을 내려놓고 싶었을 뿐, 상대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울 준비는 부족했다.

 

위임은 어느 정도 청사진을 그리고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는 일이다. 중거리 달리기처럼 접근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을 받을 사람이 준비됐는지만큼, 일을 맡기는 팀장도 그 과정을 함께할 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둘째, 처음부터 100점은 없다.

일을 잘하던 사람은 위임하자마자 팀원이 자신만큼의 결과물을 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맥락과 시야, 업무 기준을 어떻게 팀원이 하루 만에 이해하고 일에 적용할 수 있겠는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하는 셈이다.

 

처음 받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상태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60~70점짜리 결과물을 100점으로 만들려면 어떤 정보를 더 주고, 어떤 안내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결과물의 수준을 높여 100점에 가까워졌을 때, 위임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내가 잘 모르는 큰 일’을 맡기기보다 ‘내가 잘 아는 작은 일’부터 맡겨야 한다.

위임은 업무를 잘 넘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잘 아는 작은 일부터 맡기면 이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판단하기가 쉽다. 작은 일이라도 끝까지 책임지는지, 진행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지, 모르는 것은 묻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어디가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 일이 잘못됐을 때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작다. 팀원은 피드백을 받으며 일에 익숙해지고, 팀장은 그 과정을 보며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을 쌓는다.

 

반대로 처음부터 내가 잘 모르는 큰일을 맡기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설명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뢰보다 불안이 커지기 쉽다.

 

작은 일을 통해 신뢰가 쌓이면 다음 일을 맡기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how’를 맡기고, 점차 무엇을 할지 정하는 ‘what’, 왜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why’까지 위임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

 

넷째, 주변 동료의 평가도 함께 들어봐야 한다.

위임한 뒤 팀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팀장에게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한 번은 조직 내 중요한 일을 위임한 후 나에게만 잘 보이려는 팀원이 있었다. 주변 동료와의 협업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성과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이 사실은 주변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됐다. 한 번의 결과는 괜찮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쌓아가고 싶다면 영리한 방식은 아니라고 피드백했다.

 

실제로 일을 맡기면 완장이라도 찬 듯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팀장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팀장 앞에서는 깍듯하고 빈틈없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임한 뒤에도 그 팀원과 주로 협업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쌓인 신뢰를 공식적인 인정으로 이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위임이 how에서 what과 why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팀장뿐 아니라 주변 동료와의 신뢰도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된다면, 명시적인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효과적이다. 이때는 파트 리더나 다른 팀의 리더로 선임하고, 처우도 개선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사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동기를 얻는다. 지금처럼 일하면 된다는 확신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

 

공식적인 인정은 다른 팀원들에게도 자극이 된다. 나도 저렇게 일하면 인정받고 커리어를 키워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조직 전체의 기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위임은 단순히 업무 하나를 맡기는 일이 아니다. 팀원과 신뢰를 쌓는 기술이자, 조직이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위임의 영향은 그렇게 조직 문화까지 이어진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스타트업 리더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이웃 뉴스레터 Beta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다른 뉴스레터의 글이에요.

© 2026 스타트업 리더노트

인턴에서 CSO까지, 스타트업 리더의 실전 기록.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