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노트

답답해서 내가 직접 뛰는 팀장이 필패하는 이유

2026.07.13 | 조회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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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실무자를 거쳐 팀장이 되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다름 아닌 '실무자의 관성'을 버리는 것이었다. 애초에 실무를 잘해서 인정을 받아 팀장이 되었으니, 팀장이 된 후에도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고수하려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과 같이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체계적인 팀장 교육 프로세스가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제 막 팀장이 된 사람들은 '내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익숙한 방식 그대로 팀원들을 대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팀장의 일은 실무자의 일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실무자는 자신의 퍼포먼스로 증명하지만, 팀장은 '팀의 성과'로 최종 평가를 받는다. 요컨대 판 자체가 완전히 바뀐,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체질을 바꾸는 팀장과, 고민 없이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 답습하며 "왜 팀원들은 나처럼 못하지?" 하고 한탄만 하는 팀장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실무자에서 리더의 게임으로 판이 바뀌었다는 걸 인지하고, 현업에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종종 축구 게임을 상상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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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수, 코치, 트레이너, 감독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선수가 갑자기 감독 역할을 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코치가 답답하다며 매번 유니폼을 입고 필드로 뛰어든다면 그 경기는 필패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실무자는 필드 위에서 뛰는 선수의 역할을, 리더는 그들을 조율하고 키우는 코치나 감독의 역할을 각자의 위치에서 온전히 해낼 때 팀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낸다.

 

리더가 더 이상 필드 위의 단독 플레이어가 아니라 전체를 조율하고 선수를 육성·배치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제 구체적인 접근법으로 넘어갈 차례다. 스타트업 팀장은 상황에 따라 트레이너, 코치, 감독이라는 3가지 페르소나를 유연하게 스위칭해야 한다. 지금 내가 마주한 업무를 어떤 페르소나로 대하고 있는지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리더의 일을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1. 트레이너(Trainer) : 신규 입사자 온보딩과 기초 체력 다지기

팀원이라고 다 같은 팀원이 아니다. 이제 막 입사한 신규 입사자나 주니어는 회사의 문화부터 일하는 방식, 심지어 사내 메신저 룰까지 아무것도 모른다. 맥락이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이때는 설익은 코칭보다 확실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기차(Train)라는 단어의 어원처럼, 트레이닝(Training)은 정해진 기찻길 위를 정해진 속도로 안전하게 달리게 하는 것이다. 주도권은 탑승객(팀원)이 아닌 기관사(팀장)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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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는 리더십 책에 나오는 'How를 간섭하지 마라'와 같은 조언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아예 모르는 이들에게 너무 과하게 열린 질문을 던지거나 방임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독이다. 오히려 일의 아주 구체적인 How까지 밀착 가이드하며, 팀에서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습득시켜야 한다.

 

모든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1:1 밀착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직무별 온보딩 문서, 팀이 일하는 방식이 세세하게 정리된 그라운드 룰 문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팀원이 팀에 잘 녹아들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트레이너의 역할이다. 그리고 팀원이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다면 이제는 코치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2. 코치(Coach) : 구성원의 잠재력 성장과 1on1

신규입사자를 벗어나 어느 정도 조직에 적응하고 실력을 쌓아가는 구성원의 경우, 리더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성장 코치가 되어야 한다.

 

코치(Coach)의 어원은 마차다. 마차는 탑승객(팀원)이 키를 쥐고 목적지를 말하면, 마부(리더)가 거길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즉, 주도권이 팀원에게 넘어가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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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의 핵심 활동 무대는 정기적인 1on1 미팅이다. 리더는 주기적으로 팀원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그들이 원하는 커리어의 성장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결국 팀원의 성장이 곧 팀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연차와 실력이 쌓인 고성과자에게 여전히 '트레이너'처럼 군다면 그것이 바로 과도한 마이크로 매니징이 된다. 정해진 길만 강제하는 트레이닝은 팀원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동기를 저해한다. 팀장이라고 해서 모든 정답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리더는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방을 열어두는 질문의 기술을 통해 팀원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 "제가 드린 의견 외에 OO님이 보시기에 지표를 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건드려야 할 핵심 레버는 뭐라고 생각해요?"
  • "만약 우리가 예산을 2배 더 쓸 수 있다면, 혹은 예산이 아예 없다면 전략을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요?"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OO님이 새로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크게 욕심내서 주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 "그 영역을 주도하기 위해 새롭게 배워야 하거나 더 갈고닦아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질문들은 팀장이 마음속으로 정한 길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놓치고 있는 시야나 깊이를 더해 스스로 일에 몰입하게 하여 결국엔 성장에 이르게 하는 열린 질문들이다. 1on1을 정기적으로 하는 팀장이라면 답정너처럼 너무 닫힌 질문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코칭에도 한계가 있다. 바로 주도권을 가진 팀원이 협조적이지 않거나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아무리 훌륭한 코치라 해도 긍정적인 성장의 방향을 이끌기 어렵다. 그럴 땐 마지막 페르소나인 '감독'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3. 감독(Director) : 팀 방향성 얼라인, 명확한 피드백, 엔트리 구성

마지막 팀장의 페르소나는 '감독'이다. 감독은 개별 선수의 성장을 넘어, 팀이라는 전체 시스템의 승리를 책임지는 자리다.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궁극적으로는 전사 비즈니스 방향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팀의 목표를 동기화해야 한다. 때로는 매서운 전술적 지시나 변주도 과감하게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칭찬 피드백과 단호한 개선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이 지금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이정표를 세워주는 것 역시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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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감독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역할은 '엔트리 구성'이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거나, 지속적인 리더의 피드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기가 저하되어 팀 전체의 사기와 분위기를 흐리는 구성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배제하거나 역할을 재배치하는 결단력을 발휘해야 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이것이 나머지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 팀 전체를 지키는 리더의 책무다.

 


사실 이 세 가지 역할을 혼자서 타이밍에 맞춰 다 잘 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트레이너였다가, 코치였다가, 때로는 냉정한 감독이 되는 과정을 홀로 감당하다 보면 리더 역시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조직이 스케일 업할수록 리더의 무기를 지원해 줄 HR 조직의 서포트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팀장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는데 못하고 있는 것과, 몰라서 안 하고 있는 것은 차이가 크다. 현재 내 리더십에서 어느 페르소나가 부족한지 정확히 인지해야만, 그에 맞는 HR 기능을 내부적으로 추가하거나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이 뾰족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필드 위를 외롭게 질주하는 선수인가, 벤치에서 성장 궤도를 그리는 코치인가, 아니면 판을 짜는 감독인가? 당신의 페르소나를 자각하는 그 순간부터, 진짜 리더의 게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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