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노트

웬만해선 수습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이유

2026.08.18 | 조회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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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된 후 맞닥뜨렸던 가장 힘든 일은 '팀원 평가'였다.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팀장 교육이 따로 없으니 구성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부딪히면서 배우는 스타트업이라지만, 평가라는 일만큼은 유독 머뭇거리게 되고, 신중해진다. '일단 배포하고, 문제가 생기면 롤백하면 그만인' 일반적인 업무와 달리, 평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 리더 시절, 팀원의 수습기간 종료 후 정식 합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3개월 지켜보니 치명적인 결함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확신이 서지도 않는다"는 생각과,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매번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습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종종 꺼내 들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으로는 최종 결정을 내릴 만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으니, 3개월을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논리였다.

당사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증명할 시간을 조금 더 주는 것이라고, 나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돌아보면 이건 배려가 아니었다. 내가 내려야 할 결정의 책임을, 그저 뒤로 미룬 것에 지나지 않았다.



기준이 없으면, 시간을 더 써도 달라지지 않더라

내가 결정을 미뤘던 진짜 이유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애초에 세워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보고 합격, 무엇을 보고 불합격이라 할지가 흐릿한 상태에서는 3개월을 보든 6개월을 보든 확신이 서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기준 없이 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갑자기 판단이 선명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연장을 택했던 한 케이스에서는, 연장 기간이 끝난 뒤에도 결국 탈락을 결정했다. 그러자 당사자가 나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왜 연장을 하신 거예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이 질문은 나의 결정 회피가 회사에도, 당사자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 주었다. 애매한 상태로 3개월을 더 붙잡아 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자리를 하나 낭비한 것이었고, 당사자 입장에서도 소중한 시간이 허비됐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결정이었다.



3개월 안에 판단하기 어렵다면,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기준이다

이 일을 겪은 뒤부터는 원칙을 하나 세웠다. 수습기간 3개월 안에 반드시 판단한다는 것. 그리고 그 판단이 가능하려면 입사 전부터 평가 기준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 둬야 한다는 것.

3개월 안에 판단하기 힘들다면, 6개월이 지나도 12개월이 지나도 판단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기준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개월 안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기간을 늘릴 게 아니라 먼저 평가 기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수습기간 내내 1on1과 피드백을 통해 당사자에게도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최종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든, 적어도 "왜 이런 결정이 났는지" 서로 납득할 수 있다.

애매함을 시간으로 덮으려 하지 말 것.
결국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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