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퇴사 후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회사 다닐 때에도 정기적으로 갖던 모임인데 퇴사 후에 만나도 여전히 즐겁고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그중 신입 때부터 봐 온, 이제는 어엿한 5년 차가 된 핵심인재 동료가 이런 질문을 했다.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부족할 때 어떻게 팀원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사실 나도 리더 시절 내내 고민했던 화두이긴 하다.
그동안 해 왔고 익숙한 일들은 그냥 하면 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어제의 우리와 경쟁해서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새롭고 도전적인 일들을 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경험 많은 리더라 할지라도 확신이 쉬이 생겨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고민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게 하는 것, 그 한 발짝에서 뭐라도 배울 수 있게 판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확신이 없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확신이 들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정말로 이 일을 성과로 만들고 싶은 진심이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망설여지는 것일 수 있다.
지나친 낙관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리더보다, 팀의 소중한 리소스를 투입하기 전에 한 발 멈추고 숙고하는 리더가 더 신뢰감을 준다.
다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걱정만 하고 있다면 곤란하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확신 없음은 해보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행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스스로를 리더 자격 없음으로 자책하지 말고,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어떻게 하면 실행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행으로 나아가기
나는 실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확신의 기준을 70점으로 잡았다. 100점짜리 확신은 없다.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그래서 확신 점수 100점을 기다리다간 영영 실행하지 못하게 되고, 팀원들도 점점 에너지를 잃는다. 생각과 고민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인풋도 학습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해야 할 이유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실행하기로 결정하곤 했다. 물론 이러한 기준과 한계도 팀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했다.
나보다 더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대표님에게 조언을 자주 구했고, 물론 대표님도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걸 진행해야 하는 이유와 리스크를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내 논리도 점점 정교하게 다듬어지는데, 이러면서 내 확신점수도 조금씩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팀원들에게도 1on1으로 가볍게 의견을 묻는다. 팀원의 시각으로 본 프로젝트는 대표의 시각과는 또 다르다. 그러면서 팀원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팀원들의 의견을 무조건 다 수용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한다는 건 확신점수 100점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확신점수 70점이 되었을 때 바로 실행을 결정하고 킥오프를 진행했다.
실행에서 그치지 않고 배움까지 확장해야 다음이 편하다
아무리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잘 준비한 프로젝트라도, 실행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실행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일들이다. 이 상황에서 '역시 이 프로젝트는 시작하면 안 됐어'라는 불필요한 자책보다, '이건 예상 못했네, 다음 실행 전에는 반드시 체크하자'같이 '이 실행은 우리에게 어떤 배움을 주었나?' 의 관점을 리더는 항상 견지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하지만, 사실 실패는 쓰라리기 때문에 도무지 배워야겠다는 기분조차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그저 실패로만 남겨두면, 그게 완벽한 실패다. 리더는 실제로 실행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프로젝트 중간이나 마지막에 반드시 리뷰해야 한다. 그것도 대대적으로.
그래야 조직은 실행에서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절절히 깨닫고, 다음 실행에서도 머뭇거릴 때 '해보고 또 배워봅시다'같은 마인드가 형성된다. 이런 DNA가 잘 형성된 조직에선 리더도 편하다. 리더가 일을 추진할 때 건전한 피드백을 받으면서도, 내용이 무르익으면 '일단 해보죠'라는 말들이 팀원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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