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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라는 이름 아래

[153rd night]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5.05.07 | 조회 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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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 하나의 깨달음. 교양지식 뉴스레터 리드나잇 🌙

153r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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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바티칸에서 엄숙하게 진행되었어요. 다만 이 자리에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인물이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랜 우정을 나눈 고령의 수녀가 조문에 나섰거든요. 원래 교황 장례식은 고위 성직자들이 중심이 되는 의식이라, 수녀가 그 곁에 선다는 건 금기시 된 관례라 합니다.

ⓒ AFP 연합뉴스
ⓒ AFP 연합뉴스

기도하고, 헌신해온 수녀들이지만 그 자리는 늘 ‘들어설 수 없는 자리’였다고 해요. 이 장면은 단지 교황의 마지막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이름 없이 사라져간 여성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왜 수녀는, 그리고 수많은 여성은 그 자리에 없었을까요?

오늘 리드나잇에서는 킬리언 머피 주연의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통해 종교가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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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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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해요. 주인공 ‘빌’은 평범한 석탄 배달부입니다. 아내와 딸을 돌보며 조용히 살아가던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녀원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곳엔 누군가 갇혀 있고, 말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직감하죠. 빌은 고민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말할 것인가.

ⓒ 메가박스 /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 메가박스 /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종교라는 권위 아래 얼마나 많은 폭력이 '정당화'돼왔는지, 그리고 그런 침묵 속에서도 어떤 작고도 용기 있는 선택이 가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가버릴 시대에, 그 ‘사소한’ 침묵을 바라보고, 결국 그 안에서 작지만 진실된 용기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응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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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 수녀원 또는 막달레나 세탁소로 불리던 이 시설은 18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아일랜드 전역에서 운영됐습니다. 겉으로는 ‘회개를 위한 여성 보호소’였지만, 실상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려진 여성들을 격리하고 통제하는 공간이었어요. 이곳에는 미혼모, 성폭력 피해자, 가난한 여성, 혹은 단지 말을 거칠게 했다는 이유로 수용된 이들이 많았고, 그들은 수녀들의 지휘 아래에서 무급 세탁노동에 동원되며,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 메가박스 /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 메가박스 /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해당 시설은 자선기관의 외피를 썼지만, 실제로는 국가와 가톨릭 교회가 결탁한 강제노동 수용소에 가까웠습니다.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1922년부터 1996년까지 약 5만 6천 명의 여성이 이 시설에 수용되었고, 그중 일부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공동묘지에 익명으로 묻히게 됐어요. 아일랜드 정부는 수십 년간 지속된 침묵과 착취의 역사를 인정하며, 2013년에 이르러서야 뒤늦은 공식 사과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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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 수녀원이 과거의 이야기라면, 로욜라의 공동체 수녀회는 오늘날 그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3년, 교황청은 슬로베니아의 이 수녀회에 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설립자인 루프닉 신부가 30여 년 동안 수녀들에게 성적·정신적 학대를 가해온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에요. 수녀들은 공동체 내부에서 침묵을 강요당했고, 그가 예수회에서 제명된 이후에도 다른 교구의 사제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EMERiCs / 인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수녀 성폭행 사건 처벌 요구 시위
ⓒEMERiCs / 인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수녀 성폭행 사건 처벌 요구 시위

공식 조사는 피해자들의 고소와 외부 고발 이후에야 이루어졌고, 교황청은 뒤늦게야 해산과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죠. 교황청의 조치는 분명 필요했지만, 비영리 단체들은 “조금만 더 빨랐다면 더 많은 피해자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번 사건은 오늘날에도 가톨릭 안의 권위가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를 지워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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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최근 한 가지 변화는 주목할 만합니다. 2025년 1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를 교황청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임명했어요. 그가 맡은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는 전 세계 수도회를 관장하는 핵심 부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여성에게 최초로 투표권을 부여하는 등 가톨릭교회 내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혁을 계속해 왔습니다.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의 자리를 다시 묻고, 천천히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에요.

공교롭게도 이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오늘, 바티칸에서는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시작됩니다. 전 세계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공개 투표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결정하는 절차죠. 여성은 사제 서품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교황 선출이라는 가장 중심적인 종교 권력의 자리에서조차, 입장마저 허락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에요.

ⓒ 리드나잇 자체제작
ⓒ 리드나잇 자체제작

하지만 이 불균형은 가톨릭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당하고, 권위 아래서 착취당해온 여성들의 역사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반복되어왔기 때문이에요. 침묵 속에 있었던 이름들이 하나둘 다시 불리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종교는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지우고 있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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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 '전남친 토스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큰 화제가 된 토스트가 있어요. 이 이야기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만들어준 토스트 맛이 너무 좋아, 결국 사심 없이 레시피만 물어보려고 다시 연락했다는 한 사연에서 시작됐답니다.

2018년에 이 대화 내용이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헤어진 전 남친에게 레시피를 물어볼 정도냐'며 엄청난 화제가 됐었죠. 레시피는 블루베리 잼과 크림치즈가 끝이지만, 2019년에는 편의점 GS25에서 관련 상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이름도 없이 '전 남친이 알려준 레시피'로만 알려져 있던 이 토스트가 최근 다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tvN의 예능 '지구오락실 3'에서 빵 관련 퀴즈에 뜬금없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유명 셰프나 프랜차이즈의 공식 메뉴도 아닌데, '지구오락실 3'에서 토스트가 나오자 미미, 이은지, 안유진 세 명의 멤버는 알아봤고, 유일하게 몰랐던 이영지의 반응이 공감을 얻으며 밈으로 퍼져나갔어요.

이번에는 작성자 본인이 다시 등장하며, '십오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작성자의 글 캡쳐본과 함께 '저기 혹시 라이브에서 토스트 한 번...?'이라고 게시되며 또 한 번 바이럴되고 있습니다! '전남친 토스트'는 또 어떤 붐을 일으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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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관련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이유로 모여 거액의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드는 이야기는 바로 <오징어 게임>이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 시리즈가 드디어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은 2025년 6월 27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해요.

최근 공개된 예고편은 주인공 성기훈이 관 속에서 눈을 뜨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돼,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사람들의 궁금증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들을 떠올려보면, 시즌 1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와 같은 게임들이, 시즌 2에서는 '딱지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가 학교 운동회처럼 전개되었죠.

한국 고유의 게임과 전 세계에서 함께 즐기기도 하는 놀이들이 단체 게임으로 뒤섞여 즐거움을 주었던 시즌 2처럼, 시즌 3에서는 또 어떤 놀이로 긴장감을 줄지 기대되는데요.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로도 운영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만큼, 이번에도 특색있는 스토리와 마케팅으로 다시 한 번 K-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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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화는 처음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니까요.
너무 늦지 않게, 두 번째가 뒤따르기를 바랍니다.

- 에디터 광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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