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공간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나요?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학교 복도에 홀로 남겨졌을 때나 한밤중에 텅 빈 대형마트의 주차장을 걸을 때처럼, 분명 잘 아는 곳인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서늘해지던 감정을 느끼던 순간 말이죠. 최근 극장가를 서늘하게 만들고 있는 영화 <백룸>은 바로 이런 미묘한 심리적 균열을 공포로 확장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백룸의 세계관이 인터넷에서 공유된 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면 믿으시겠어요? 오늘은 영화 <백룸>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작은 괴담인 백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백룸>은 인터넷 괴담으로 시작된 백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공포 영화입니다. 백룸은 현실의 틈새를 벗어나면 도달하게 된다는 가상의 공간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지와 형광등, 텅 빈 복도가 특징인데요. 얼핏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존재가 숨어 있다는 설정으로 수많은 이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특히 백룸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함께 설정을 덧붙이고 이야기를 확장하며 발전시킨 대표적인 온라인 괴담으로 꼽히는데요. 그렇다면 백룸은 대체 어떤 공간일까요?

'백룸(The Backrooms)'은 2019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괴담 세계관입니다. 사진 속에는 노란 벽지와 형광등, 낡은 카펫이 깔린 텅 빈 건물이 담겨 있었는데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무서운 존재가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공통적으로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이용자들은 사진에 하나둘씩 설정을 덧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게임 문화에 익숙한 Z세대 이용자들은 이 공간을 게임 속 노클립* 현상과 연결해 해석했는데요. 현실의 틈새를 잘못 통과해 백룸에 떨어지면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헤매게 된다는 설정도 여기서 탄생했죠. 이용자들은 백룸의 층(Level)을 만들고,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규칙과 탈출 방법 등을 상상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댓글에서 시작된 설정은 위키와 게임, 그리고 영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집단 창작물로 성장했죠.
그 과정에서 케인 파슨스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2년, 그는 VHS 캠코더로 촬영한 것 같은 질감의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마치 누군가가 실제로 백룸에 떨어져 촬영한 기록처럼 연출된 이 영상은 수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뒤, 이 영상을 만들었던 케인 파슨스는 직접 영화 <백룸>의 연출을 맡게 되는데요. 인터넷 괴담에서 시작된 백룸이 마침내 스크린으로 옮겨진 것이죠.

사람들이 백룸에서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미널 스페이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문턱을 의미하는 'Liminal'과 공간을 의미하는 'Space'가 합성된 이 용어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거쳐 가는 경계나 전환점을 뜻하는데요. 건축학에서 차용된 개념이지만, 인터넷 문화에서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익숙한 공간에 아무도 없을 때 느껴지는 기묘한 고독감과 괴리감'을 극대화한 미학으로 자리 잡았어요.

리미널 스페이스의 공포는 귀신이나 괴물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위화감에서 비롯됩니다. 이 독특한 감각에 매료된 네티즌들은 공간의 성격에 따라 리미널 스페이스를 더 세분화하며 다양한 파생 장르를 탄생시켰는데요. 사방이 푸른 타일과 잔잔한 물로 채워져 아늑함과 기괴함을 동시에 주는 '풀코어(Poolcore)', 화려했던 소비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유령 도시처럼 변해버린 텅 빈 쇼핑몰을 다룬 '데드 몰(Dead Mall)', 마감된 놀이공원이나 불 꺼진 밤의 학교 복도처럼 운영 시간 외의 정적을 다룬 '애프터 아워즈(After Hours)' 등이 대표적이죠.

백룸은 바로 이러한 리미널 스페이스와 그 파생 장르들을 모아 하나로 확장시킨 세계관입니다. 네티즌들은 풀코어, 데드 몰 같은 파생 장르의 공간들을 백룸의 '층(Level)'이라는 개념으로 공식 편입시켰는데요. 노란 벽지로 가득한 시작점을 레벨 0으로, 텅 빈 쇼핑몰(데드 몰)은 레벨 33으로, 끝없는 실내 수영장(풀룸)은 레벨 37로 설정하는 등 층마다 서로 다른 리미널 스페이스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현실의 틈새를 잘못 통과하면 이 무한한 미로에 갇히게 된다는 규칙과 어둠 속을 배회하는 기괴한 존재인 엔티티*를 추가하며 리미널 스페이스의 정적인 공포를 동적인 생존 공포로 탈바꿈시켰죠.
영화 <백룸>은 이러한 공간적 위화감과 그로부터 오는 공포감을 더욱 현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활용했는데요. 사실 이 연출은 영화의 감독인 케인 파슨스가 2022년 유튜브에 공개했던 영상에서도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VHS 캠코더로 촬영한 것 같은 거친 화면과 사방으로 흔들리는 시점은 백룸이라는 기묘한 파생 공간들이 화면 너머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죠.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는 백룸의 실제 장소를 찾았다는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는데요. 특히 레딧(Reddit)에서는 사람들이 구글어스를 활용해 백룸과 비슷한 구조의 건물을 찾아내고, 실제 좌표를 공유하기도 했죠. 영화 개봉 이후에는 국내 배급사인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백룸맵’을 공개하며 국내에서도 일상에서 발견한 백룸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어요.

이러한 흐름은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맥도날드와 레고, 킷캣, 불닭 등 여러 기업이 백룸 특유의 노란 벽지와 형광등이 가득한 공간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였는데요. 이처럼 백룸의 미학을 차용한 콘텐츠들은 '백룸 코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하나의 인터넷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사진 한 장에 불과했던 백룸은 이제 영화와 게임, 밈과 마케팅을 넘나드는 거대한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익숙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된 감각이 있었죠. 어쩌면 백룸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현대적인 도시 전설인지도 모르겠어요.


tvN에서 디즈니의 작품을 방영합니다! 오늘 19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되는 <토이 스토리 4>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디즈니사의 주요 작품들을 TV 편성한 것인데요. 특히 <인사이드 아웃 2>와 <엘리멘탈> 등 TV 최초로 방영되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편성은 드라마와 예능 중심이었던 tvN이 콘텐츠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tvN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체 제작 프로그램뿐 아니라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즐거움을 폭넓게 제공하는 채널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OTT 플랫폼을 통해 주로 소비되던 디즈니 작품들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놓칠 수 없겠죠? 편성 시간 확인하고 같이 본방 사수해요!
📅 방영 일정
6/19(금) 22:20 <토이 스토리 4>
6/26(금) 22:20 <인사이드 아웃 2>
7/3(금) 22:20 <엘리멘탈>
7/8(수) 22:50 <모아나>
7/9(목) 22:40 <뮬란>
7/10(금) 22:20 <알라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하 '세문전')이 500번째 작품을 출간합니다! 바로 이미륵 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인데요. 이번 작품으로 '세문전' 시리즈는 국내 문학 출판계 단일 시리즈 중 최초로 500권을 달성하게 됩니다. '세문전' 시리즈는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 번째 작품으로 출시한 뒤, 28년 동안 38개국, 245명 작가의 394개 작품을 간행해 왔다고 해요.
'세문전'은 100번의 작품을 돌파할 때마다 국내 작품을 출간했는데요. 100번째 작품으로는 <춘향전>을, 200번째 작품에는 허균의 <홍길동전>을, 300번째에는 <이상소설전집>을, 400번째 작품으로는 김수영 작가의 <시여, 침을 뱉어라>를 발간했죠. 이번 500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일제강점기 시절 3·1 운동에 참여했다가 독일로 망명한 작가 이미륵의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1946년 독일어로 현지 출간된 작품이기 때문에 독일 문학이기도 해요.
28년 동안 2,300만 부 발행을 기록하며 드디어 500번째 작품을 달성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백룸의 여러 층 중에서 풀룸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 에디터 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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