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기도입니다

유행가요를 듣고 하루 종일 울었던 날

2026.02.08 | 조회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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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적 기도, 경청, 그리고 삶 (contemplative prayer, listening, and life)을 위한 글

"길" Generated by Perplexity

꿈의 온기

새벽 꿈에서 누나의 품에 안겼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안겨 있었다. 매형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허락하고 있었다. 그 품의 따뜻함이 너무 선명해서 잠에서 깬 뒤에도 가슴 한가운데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박인희의 노래를 틀었다. 「모닥불」을 들었다. 「방랑자」를 들었다. 「그리운 사람끼리」를 들었다. 그리고 「섬집 아기」를 불렀다.

엉엉 울었다.

 

금지했던 노래들

나는 수십 년 동안 유행가요를 듣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허락하지 않았다. 관상 기도를 하는 사람이 세속 음악을 듣는 것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상한 명상 음악, 테제 음악, 그레고리안 성가, 아니면 침묵. 내 영적 삶의 사운드트랙.

그래서 듣지 않았다. 수십 년을.

 

노래가 열어준 것

노래가 슬픈 것이 아니었다. 노래가 열어준 것이 슬펐다.

엄마. 미국에 와서 수십 년, 앞만 보고 달렸다.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그리워하지 않은 척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서도 "그건 과거야"라고 밀어냈다. 한국 시골의 냄새, 골목의 소리, 가난했던 어린 시절—뒤로 밀려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딸들이 어렸을 때, 작고 연약하고 순수했을 때, 그 시간이 이미 다 지나가 버렸다는 것. 다 커서 시집가고, 곧 아이도 태어나고. 나는 그렇게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왔다. 이 모든 것이 노래 한 곡에 한꺼번에 터졌다.

 

그날은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은 이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눌렀다. 기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면의 명령이 작동했다. "이런 감정에 빠지면 안 돼. 할 일이 있잖아. 멜랑콜리는 위험해." 그렇게 수십 년을 닫아왔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멈추지 않았다. 그냥 울었다.

그리고 울면서 보았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 나를 얼마나 오래 지배하고 있었는지. 쉬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슬픔에 빠지면 안 된다. 감정을 느끼면 하루를 못 산다. 이 모든 것이 의무였다. 두려움이었다.

그러면 지금 이 눈물은 무엇인가? 몸이 원하는 것이다. 영혼이 원하는 것이다. 내면의 아이가 수십 년 동안 달라고 했던 것이 드디어 올라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르라고 안내하면서, 나 자신의 슬픔 앞에서는 의무를 꽉 쥐고 있었다.

 

센터링 침묵기도를 오래 하면서 느꼈다. 고요 깊은 곳에서, 눌러둔 감정이 올라온다. 처음엔 방해처럼 느껴진다. 그날 유행가요는 고요 대신 그 문을 열어주었을 뿐이었다.

나의 끊임없는 몰입, 쉬지 않는 현존 연습, 1초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 느끼지 않기 위한 방어막으로도 쓰이고 있었다. 새벽 꿈에서 하나님이 열어주신 문을—누나의 품이라는 허락을—낮에 내가 스스로 닫고 있었던 것이다.

 

방랑자의 노래

그래서 나는 멈추었다. 노래를 더 들었다. 울고 싶은 만큼 울었다.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하루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억누르는 데 쓰이던 에너지가 풀리면서, 나머지 하루가 더 자유로웠다.

박인희의 「방랑자」를 듣는데 또 눈물이 났다.

마음의 님을 따라 가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질 영원한 길
오늘은 비록 눈물 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먼 훗날에 우린 다시 만나리라

미국이라는 광야에서 홀로 관상의 우물을 파고 있는 나. 혼자 가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서—하나님과 함께 하는 이 길.

 

흙처럼 부드러운 사람

그날 저녁, 박인희의 시 한 편을 만났다.

사람은 많아도
사람같은 사람 만나기 어려운 세상에서
사람 냄새나는 한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지막 그날 나의 뼈를 묻고싶은 부드러운 흙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물이되어 그의 혼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기도입니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유행가요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내 관상 기도의 한복판에서, 가장 깊은 기도 중 하나였다.

눈물이 기도였다. 내가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닫아왔던 그 모든 것이—사실은 하나님께서 여시려고 기다리고 계셨던 문이었다.

나는 지금 돌아본다. 내가 닫아둔 문들이 있었다. 그 문 앞에 다시 서 본다.

그리고 방랑자의 노래가 다시 들린다—"오늘은 비록 눈물 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PS. 그날 내 방을 채웠던 노래들—박인희의 「모닥불」 「방랑자」 「그리운 사람끼리」 「섬집 아기」… 박인희 노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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