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곧 80세가 되어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요?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걸어서 30분, 무거운 쌀포대와 생수를 들고 돌아오기엔 체력이 부족하고, 온라인 주문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이런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장보기'가 고령자에게는 점점 더 큰 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장보기가 단순히 '생필품을 사는 일'일까요? 쿠팡 새벽배송으로 5분이면 끝나는 우리의 장보기와 달리, 어떤 이에게 장보기는 하루 중 유일한 외출이고, 단골 가게 사장님과 안부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오늘 뭘 해볼까?" 하는 일상의 목적이자, 계절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는 웰빙 활동이기도 하죠. 단순히 편의성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고민을 '장보기 약자(買い物弱者)'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해왔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서비스들은 고령자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전국 1,200대가 마을을 누비는 이동 슈퍼마켓부터, 편의점이 복지상담소로 변신한 시도 등 장보기와 관련된 서비스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이 아닌 가게가 움직인다
1) 전국을 누비는 이동 슈퍼마켓 '토쿠시마루(とくし丸)'
일본 전역을 누비는 작고 특별한 트럭들이 있습니다. 1,200대에 달하는 이 트럭들은 단순한 물건을 파는 차량이 아닙니다. ‘토쿠시마루(とくし丸)’라 불리는 이 이동 슈퍼는 2012년,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텅 빈 시골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냉장 시설을 갖춘 트럭 안에는 채소, 고기, 반찬, 생필품 등 무려 400여 가지 품목이 실려 있으며, 매일 마을 골목골목을 찾아갑니다.
운영 방식도 특별합니다. 토쿠시마루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따르면서도, 지역 상생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습니다. 반경 300미터 이내에 기존 상점이 있다면, 그 지역은 영업지에서 제외됩니다. 동네 가게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었고, 지금은 월간 유통 총액만 해도 수십억 엔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 대의 트럭이 약 100~120가구를 맡아 마을의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토쿠시마루가 장보기를 넘어서 어르신들의 고립을 막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트럭이 오면 어르신들은 하나 둘씩 장을 보러 나와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이웃끼리 웃음꽃을 피웁니다. 판매원은 단골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안부를 확인하는 '돌봄'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① 기업 개요
- 공식 명칭: 주식회사 토쿠시마루(株式会社とくし丸)
- 설립: 2012년 1월 11일
- 주요 사업: 이동 슈퍼마켓(경트럭 개조 차량을 활용한 이동 판매)
- 2016년 5월부터 오이식스 라 대지(식품 서브스크립션 대기업)의 자회사로 편입
② 사업 배경 및 목적
- 일본의 고령화, 지역 슈퍼마켓의 대형화·폐점, 대중교통 약화 등으로 인해 일상 장보기가 어려운 ‘쇼핑 난민(買い物難民)’ 문제 해결을 목표로 설립
- 특히 70대 이상 고령자들이 “슈퍼마켓처럼 직접 보고, 고르고, 대화하며 장보고 싶다”는 요구에 대응
③ 비즈니스 모델 및 특징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