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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운동화

내가 미치도록 싫어한

2024.08.28 | 조회 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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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루

사랑과 하루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글을 씁니다.

드디어 새 운동화를 신고 카페로 출근을 하였다. 새 운동화를 신어보는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나는 운동화에 많은 돈을 써본적이 없다. 내 신발사이즈가 230인지 235인지 헷갈릴지경이었으니까. 내 신발사이즈는 235가 맞다. 나이키 에어포스 1 올화이트색상은 날 감동시켰다. 난 이 신발을 잘 알고 있었다. 허세만 가득하던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나를 좋아하는 하지만 내가 싫어했던 남자애가 유명브랜드가 있는 옷을 입고 다니며 일진들 무리에 속해 내 이야기를 했을 때쯤 그 아이가 신고 있던 신발이 올백포스였다. 난 그 신발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 신발이 나이키인줄도 몰랐고, 나이키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아이는 두템포정도 빨랐고, 모든게 능숙했다. 장난이 늘 과하고 심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나중에서 그랬던 이유를 들어보니, 날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동네 우리집에서 걸어서 5분정도? 행정복지센터 앞에 새로 생긴 메가커피 이곳이 나의 새 아지트였다. 일자형으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테이블은 유일하게 충전하는 곳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약 두시간 정도 글을 쓰고 도서관으로 이동한다. 보통 그날의 사랑의 하루의 글 앞부분을 작성하는 편이다.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작업이 잘 되는 편이다. 작업이 안 되는 것은 보통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그렇다. 쉽게 말해 아파서... 집중을 잘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의외로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글이 쭉쭉 써진다. (귀에는 에어팟맥스_꿈과 책과 힘과 벽을 듣고 있다.) 노래 덕분인지, 노이즈캔슬링 덕분인지 아님 그 두개 덕분인지 나는 글을 잘 써내고 있다.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다. 포장형 늘 매장형으로 먹었더니 좀 애로사항이 있었다. 포장해서 가져가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매장에서 다 마시고 갔더니, 소변이 계속 마려웠다던지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포장형과는 다르게 매장형 컵은 쏟을 위험이 있어 계속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는 것. 그래서 그냥 처음부터 포장형..(방금 사장님이 오셔서, 바로 가시는 거 아니였나고 물었다? 포장형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매장에 앉아있으면 안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ㅎㅎ 원래는.. 그래서 앞으로는 매장에서 드시다가 테이크아웃 해드릴테니까 말씀 해주시면 된다고 하셨다. 사실 아까 매장형 컵으로 나왔는데 내가 포장형으로 주문했다고 해서 다시 해주신다고 하셔서 먼저 나온 걸 버리시게 된 걸 봤다..^^) 아무튼. 이 자리에서 작업하는 것이 굉장히 잘 된다. TMI 사장님은 부부시다.

새 운동화에 관한 내가 미치도록 싫어한 그 아이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더 해볼까 한다. 그 아이는 호기심에 좋아해서 과한 장난들을 나에게 쳤지만, 초6때부터 내게 치던 심한 장난들은 중학교를 같이 들어가면서 더 심해졌다. 내가 같이 다니던 아이들과 다니지 않게 되면서 혼자 다니는 나를 가만두질 않았다. 정도가 지나칠 정도였으니까. 난 마지막, 정도가 지나쳤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청소시간이었다. 혼자서 청소를 하는 나를 보고 그 애가 혼자냐? 왕따냐? 에베베 왕따래요! 그런식으로 조롱하면서 나를 힘들게했다. 나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다. 그 아이와 잘될 수 없었던 이유또한 그 조롱들 때문이었다. 그 조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증폭됐다. 마치 한사람의 몰락을 즐기는 방관자들처럼 모두같이.

그 이후로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낡은 운동화를 늘 신고 있던 이유가 있었다. 난 늘 도망쳐야만 했던 상황에 놓여있었다. 누구라도 마주치면 빠르게 도망쳤어야했고 잡히지 않아야만 했다. 내 50m의 최고기록은 남자평균 달리기 기록과 맞먹는다. 나는 중학교 3학년에 계주 첫타자로 뛰었다. 죽기는 싫어서 뛰었던 것이 그런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좋은 운동화 따위 새 운동화 따위 필요없었다. 난 늘 뛰어야했으니까. 나도 사실은 내가 미치게 싫어한 그 아이의 운동화처럼 곱게 신고 싶었으니까. 누가 신발을 사주겠다고 하면, 늘 운동화는 거절하는 습관이 있었다. 난 운동화 많아, 운동화는 많아. 다른 거 사줘. 늘 상 그래왔다. 13년이 돼서야,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하얀 운동화를 스스로 샀다. 내가 미치도록 싫어한 그 아이의 운동화와 같은 것이었다. 허세의 쩔어있던 그 운동화를.

내가 전학을 가고 나서야 네이트온에 쪽지가 왔다. 아니다. 전학을 가고 나서가 아니고, 내가 학교를 가지 않고 있을 때였다. 미안하다는 쪽지가 있었다. 아니다. 쪽지가 아니고. 대화였다. 왜 학교를 나오지 않느냐는 그 애의 말에 나는... 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왜? 라는 그 물음에 난 너(같은)때문에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 라는 말이 돌아왔고 다시 학교 오면 안 되냐는 말이 오갔지. 그리고 나는 학교를 옮겼다. 같은 동네에서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는 하교를 하면 쉽게 그아이들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뒤늦게 하교를 하는 내가 동네에서 잘 보였으니까. 그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그들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다니려고 했고, 마주쳤을 땐 달리기 위해서 항상 운동화 끈을 제대로 묶고 다녔다.

증오에 가까운 이 운동화를. 꼭 이 운동화여야만 하는 이유는 허무하겠지만, 없다. 지금 스물일곱이란 나이로 그 아이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늘 달려야만 했다. 그만 달리고 싶다. 할 때도 늘 달렸고 계주까지 뛰었는데. 엄마는 나를 데리고 신발 매장에 가서 신발을 사준 적이 없다. 비싸다는 이유가 가장컸고 정말 갖고 싶은 신발이 있을 땐 내가 어떻게든 사신었다. 그래서 비싼 나이키 같은 운동화는 신을 수가 없었다. 근데 동생은 나이키 운동화가 아니면 신발을 신지 않는다. 나는 엄마의 작은 신발도 신고 동생의 큰 신발도 신는데. 애초에 처음부터 '나의' 운동화라는 게 없다는게...(필라의 바리게이트가 있는데 그 신발은 무척이나 많이 달려서 뒤꿈치가 아주 딱딱하게 굳어있다.) 동생은 나이키 신는데, 나라고 왜 나이키 안신으란법 없지 않는가? 그래서 처음으로 나이키를 구매해보았다. 

나이키 에어포스 1 화이트
나이키 에어포스 1 화이트

지금은 도서관에 와주었다. 오늘은 1번이다. 우연치 않게 맨날 앉던 14번 자리에 에어팟맥스 실버색을 낀 어떤 간지녀가 확인증을 끊지 않고 앉아있다.(같은 맥스 실버라서 봐준다!) 이제부터 1번자리 와야겠다. 제일 구석진 첫번째 자리인데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어,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에어컨을 틀어주었다. 

식빵에코백을 신나게 들고 다니니 좀 지저분해졌다. 검정색이라 유난히 흰 먼지들이 잘 보인다. 대본집 필사를 해주려고 하는데 책이 두꺼워서 고정이 잘 안되네 (^^;) 일단 도서관에 왔으니 오늘도 빌릴 책을 물색해보자!

지금은 2024년 08월 28일 수요일이다. 시각은 오후 4시 44분이다. 오늘 저녁부터 동생과 러닝을 하기로 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러닝화는 딱히 정해진 것이 없어, 그냥 에어포스를 신기로 했다. 내 운동화가 늘 그렇지 뭐, 이렇게 달리기를 해도 아무런 상관없는 신발로 전락하고 만다. 근데, 오늘 새하얀 에어포스를 신고 다니니 뭔가 여느 다른 때와는 좀 달랐다. 능률이 향상되는 것 같고 기분이 좋고 어쩐지 걷고 싶지 않은 때양볕 거리도 걸어주고 싶었다. 새 운동화라서 그런걸까? 오늘 동생과의 러닝에 이 운동화를 신게 되면 더러워지고 폼이 풀어지고 그럴테지만..운동화를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한 식빵오빠에게도 감사했다. 고마워 처음으로 나이키 운동화 가질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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