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Suno가 Warner Music Group·BMG·Believe 등의 메이저 레이블과 협력해 새로운 v6 버전을 출시하고, 기존의 구 모델들을 모두 은퇴(!)시켰습니다. 구 버전으로 만든 곡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는 이전 버전으로 새로운 곡을 만들 수는 없고요, 새로 선보인 모델은 Pro/Premier 전용의 v6와 예측 불가능한 믹스+과감한 시도를 통해 아이디어 구상을 돕는 실험형 모델 v6-wild, 그리고 무료 사용자도 이용 가능한 v6-mini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메이저 음반사와 협업을 한 생성형 음악 생성 모델로는 최초 사례입니다. 물론 작년 즈음에 Udio가 Universal Music Group, Warner Music Group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적이 있고, 그들의 데이터로 새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기는 한데.. 실제 새로운 출시는 함흥차사인지라 실제로 사용 가능하게 공개한 사실상의 첫 사례는 이 Suno v6로 보아야 맞겠죠. 지난 9일에 공개되었으니 대략 일주일 정도 된 셈인데요, 공식적인 협력을 통해 AI가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해 음악을 생성하게 되었다는 건 좋은 소식입니다. 앞으로 AI를 활용한 음악의 지평을 한 걸음 넓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 있겠어요.

01. 음반사와 계약하면 무엇이 해결되는 걸까?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음반사들이 Suno와 공식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결정은 사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것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는 키입니다. 예전부터 Suno가 가장 크게 공격받는 지점이 '권리자의 허락 없이 상업 음원을 학습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잖아요. v6는 적어도 파트너가 제공하거나 참여를 허락한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졌습니다. 무단이 아닌, 계약으로 이용을 공식화했으니까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럼 이제 Suno에서 나온 모든 음악은 권리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는 뜻이냐' 라면,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예전부터 Suno는 약관에 명확히 기재해 두었었어요. 사용자가 유료 구독 중 만든 Output에 대해 Suno가 보유한 상업적인 권리를 사용자에게 양도하지만 동시에 저작권이 성립한다고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러니까 여전히, Suno로 우연히 어떤 기존 곡의 멜로디와 지나치게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거나 기존 아티스트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스타일의 곡을 생성한다면 권리 침해에 대한 책임은 유저 본인이 져야 하는 건 똑같습니다. 사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유저들의 권리보다는 협력을 결정한 레이블의 아티스트 권리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뭘까요?
02. 참여에 동의한 아티스트/레이블만? 정말로?
일단 이 부분은 관련 레이블들이 공식적으로 아티스트 opt-in과 관련한 명백한 입장을 표명해 두었습니다. BMG는 공식 발표에 'participate하기로 선택한 아티스트와 송라이터'가 권리를 보호받고 보상받는다고 명시해 두었고, 워너 역시 AI 파트너십 원칙으로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름, 이미지, 초상, 목소리, 곡이 새로운 AI 생성물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opt-in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AI가 학습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무단으로 쓰지 않겠다, 적어도 권리자와 합의 없이 인터넷에 공개된 음악을 마음대로 '긁어다' 학습하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인 것이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Suno가 v6 전체 학습 데이터셋의 곡 목록이나 각 곡의 동의 절차를 공개한 건 아닙니다. 자신의 작품을 v6 모델 학습에 참여하는 데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아티스트도 등장하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opt-in이라는 원칙은 확고하게 공개돼 있지만 그 opt-in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폼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가 맞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음반사 몇 곳이 일부 레거시 아티스트들에게 새 모델 학습용으로 완성 마스터의 stems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익명의 Reddit 글이 있긴 한데, 사실이 확인된 사례는 아닌 데다 이걸 레이블이나 Suno 측이 '이 아티스트의 이 음악이 동의를 받아 학습에 사용되었답니다' 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죠. 이걸 지나치게 '수상하다'고 몰아갈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호호탕탕 공언한 '동의'가 진짜 이뤄진 것이 맞는지 명확하지 않은 건 사실이긴 합니다.
03. 가장 큰 문제: 어떻게 얼마를 보상할 건데?
새로운 버전의 약관에 추가된 문장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관련 권리자가 제3자 플랫폼에서 Output이 유통될 때 수익을 징수할 권리가 있을 수 있다는 'Applicable rights' 관련 내용인데요. 이 약관대로라면 메이저 레이블이 권리를 가진 음악을 학습해 만든 결과물이 유통될 때 발생하는 수익을 이 메이저 레이블에게 일부 쉐어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Suno가 가져가지는 않더라도, 라이선스에 참여한 음악 권리자와의 수익 배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지요. 제 짐작으론 향후 이런 식으로 레이블에 수익을 명분으로나마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약관에 내용을 추가해 개정한 것 같은데요.
약관에서는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레이블이 가질 수 있는 권리를 'applicable rights'라고 넓게 써놨고, 이 권리는 누가 가질 수 있으며 어떤 Output에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가져가는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공식적인 유통을 한 것의 스트리밍 수익 1원 단위까지 퍼센테이지로 칼같이 나눠 가져가는 것인지, 어떤 콘텐츠의 BGM으로 사용되었다면 조회수 수익도 나눠야 하는지, 특정 상품의 홍보용 음악이라면 판매 매출의 일부도 나눠야 하는지 등등 정하기 애매한 부분들이 수도 없이 나올 거에요. 어찌 보면 명확한 기준과 보상 체계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은 기술 변화가 늘 그랬죠. 먼저 쓰이기 시작했고, 문제가 생겼고, 그 뒤에 규칙과 기준이 따라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전에 문제가 될 부분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AI는, 사람을 돕기 위해 세상에 나온 도구일 뿐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데이터를 쓰고, 누구의 동의를 받고, 그 대가를 어떻게 나누느냐겠죠. Suno v6가 정말 ‘음악 산업과 공존하는 생성형 AI’의 시작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적어도 이제 논쟁은 “AI 음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보다 “어떤 조건이라면 함께 사용할 수 있는가” 쪽으로 한 단계 넘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네요. 사실 AI 활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건 사실이잖아요. AI 음악 생성 자체를 제도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겠어요 어디.
* 다음 주(24일) 뉴스레터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맞아 한 주 쉬어갑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고 우리는 10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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