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 어제 편지 보냈는데 연달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 심지어 제목부터 평소와 다른 톤이라 당황했을거야. 그래도 지금 이 생생한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보내. 이건 어제 보낸 편지에 이어보면 더 좋을 것 같거든!!!
그 말인즉슨 어제 편지 보내고 오늘 바로 사당에 다녀왔어.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고, 어제 갑자기 친구에게 DM이 왔어. 오랜만에 만나자고. 보는 김에 타로를 보잔 얘기가 나왔고, 마침 최근 궁금했던 점집이 있어서 빠르게 예약하고 다녀왔어. 속전속결이지? 원래 난 한 달 전에 약속 잡고 그런 편인데, 그 친구랑은 희한하게 이렇게 만나도 편하고 즐겁더라고.
그래서 진로를 전문으로 하는 점집에 다녀왔어. 좋은 말씀 많이 들으려고 간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정신 차리라는 말을 들었다? 미리 말하자면 기분 나쁜 톤은 아니었어! ㅋㅋㅋ
지금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 하다가 그만뒀는데 또 시작한 웹툰 보조, 새롭게 방안을 모색해보고 있는 버크만 기반의 커리어 상담, 그리고 그렇게 방황하는 동안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들까지. 어딜 가서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근래에는 내가 원하는 환경에 있다 보니까 응원을 많이 받았거든? 그래서 내심 기대를 하고 갔다가 뼈를 맞았지, 뭐야!
그치만 나는 고집이 센 편이라서 누가 정신 차리라 해도 쉽게 받아들이는 성격은 아니야. 오히려 반골 기질이 강해서 반발심이 드는 편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 말이 재밌고 좀 와닿았어. 어제 바로 그 메일을 보낸 게 화근이었던 것 같아. 지금 마음이 균형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어제는 홧김에 나처럼 사는 것도 뭐 어때?! 같은 느낌이었거든.
그리고 말야. 오늘 만나자고 했던 것도 이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안 나갔을거거든? 근데 그렇다고 해서 나와 비슷한 친구는 아냐. 오히려 다른 성격의 친구야. 살아온 삶도 달라. 비슷한데 많이 달라. 쓰는 언어도, 생각도 많이 달라. 그런데 오히려 이 친구랑 있으면 내가 안정감을 느껴.
나는 매우 우유부단하고, 생각이 많아. 생각도 어느 정도냐면 생각을 위한 생각이 이어질 때가 많고, 또 생각이 너무 여러 갈래로 뻗치다보니 내 생각에 대한 의심도 많다? 확신은 누구나 없다지만, 심각할 정도로 자신감이 부족해. 쓰는 언어도 상대를 지나치게 생각하느라 두루뭉술하고, 비유가 많고, 에둘러 표현할 때가 많다? 근데 이 친구는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차려. 혹은 내가 적당한 언어를 찾기 위해 고민할 때면, 또 어떻게 알고 좋은 질문을 해준다? 그럼 나는 저항 없이 속내를 이야기하게 돼.
그 과정에서 너무 우유부단했던 내가 조금 선명해진다고 느꼈는가 봐. 때로는 속 시원하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말해도 답답해하지 않고, 오히려 다 알아차려 주니까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어.
결론은 조금 부끄러운데 말야. 오늘 정신을 차렸어. 어제야말로 반골 기질처럼 정신 안 차리고 싶어서 '나같이 사는 게 어때서?!' 하는 레터를 보냈다면, 오늘은 '그래도 먹고 살려면 일할 땐 정신 차려야지.'가 됐다고 해야 할까. 응. 일하는 나와 일상의 나를 많이 혼돈했던 것 같아. 일상의 나처럼 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건 서른 중반의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 내 삶을 책임지고 싶다고 했으면서 내 감정에만 치우쳤어!
안일하게 방황하는 나만 내보이는 건 비겁한 것 같아서 정신 차린 오늘의 이야기를 최대한 빠르게 보내. 어제 오늘 왔다갔다 책임감이 부족해 보였을 수도, 어쩌면 신뢰가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황도 솔직하게 내보이고 싶었던 게 이 방황레터니까. 그치만 그것과는 별개로 미안해. 어제는 내가 너무 내 한 쪽 감정에만 치우친 편지를 보냈어. 솔직한 마음은 어제조차 '균형을 찾고 괜찮은 나'가 아니라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실패로부터 균형감각을 얻었다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나'였어.
당분간 다시 하던 일들과, 벌인 일들에 집중해볼게. 들어온 웹툰 계약도 책임감있게 끝내고, 하고 있던 알바도 더 열심히 버텨내고, 지금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알바도 찾아보고, 만화도 더 열심히 그리고, 아직 레터에서는 얘기 못 했었는데 고민 상담 관련해서도 너무 섣불리 펼쳐가지 않으려고.
그러니까~! 진짜 정신 차렸어!!
P.S 에휴, 큰일이다! 나 말복툰 계정에서 고민경청소 다시 시작할 거라고 예고했었는데 미루게 생겼다! 핫.. 친구들 당분간은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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