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선택을 하고 나면 얻게 되는 것

2026.08.07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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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감각.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단 속담 알지? 아, 나는 싫어. 얼마나 아플지 모르잖아.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맞아, 이 서두는 그런 셈이야. 매를 맞겠단 건 아니고, 실패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해.

 

 7월에는 아르바이트를 2개를 했어. 월수금 오전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화수토일 저녁에는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했어. 카페 아르바이트는 3월에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삐그덕댔어. 3일차엔 나가기 싫은 나를 억지로 끄집어내느라 혼쭐이 났다? 그래도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했어. 그래서 방법들을 찾았고, 그중 가장 재밌었던 건 습관 트래커를 활용하는 거였어. 출근할 때마다 색연필로 칠했고, 다 채워지면 나에게 보상을 줬어. 로제엽떡 같은 거 말야! 6개월에 접어드는 지금, 카페 아르바이트는 적성에 잘 맞아서 가끔 카페 창업까지 눈여겨보곤 해.

(걱정마, 창업과 아르바이트는 다르다는 걸 알아. 그냥 그런 상상하는 걸 즐거워하는 순수한 N+P의 마음이야.)

어느새 익숙해져서 14개의 습관 트래커를 활용하던 카페 아르바이트, 습관 트래커는 @_508page 에서 구매한 제품이야.
어느새 익숙해져서 14개의 습관 트래커를 활용하던 카페 아르바이트,
습관 트래커는 @_508page 에서 구매한 제품이야.

 

 그런가 하면 고깃집은 시작부터 잘 맞았어.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만, 순발력이 좋은 내게 다들 일을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거든. 평소에 앉아서 하는 작업, 생각을 많이 하는 작업 위주로 시간을 보냈던지라, 육체적인 활동 그 자체가 주는 쾌감이 있더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또 단점이 보이더라? 참나. 그래서 역시 습관 트래커를 활용했어. 그런데도 고깃집 아르바이트는 1달 반 만에 그만두게 되었어.

 

반면 7번만 출근해도 내게 보상을 줬지만 그만두게 되었던 고깃집 아르바이트,습관 트래커는 @_508page 에서 구매한 제품이야.
반면 7번만 출근해도 내게 보상을 줬지만 그만두게 되었던 고깃집 아르바이트,
습관 트래커는 @_508page 에서 구매한 제품이야.

 

 같은 트래커를 활용했음에도 결과는 다르더라고. 실패한 셈이야. 그렇지만 그 덕에 맞춰갈 수 있는 성향의 사람과 맞춰보려 할수록 내가 사라지게 만드는 사람,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버틸 수 없는 환경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 나에 대한 앎이 생겼으니, 다음엔 잘 맞는 일을 하게 될까? 아쉽게도 아니, 그건 예측할 수 없어. 해봐야만 아는 거지. 그렇다면 이건 성공이 될 수 없는 걸까?

 

 그래서 실패와 성공이란 단어를 잠시 멀리하고 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 이런 것도 다 결국 성공을 위한 단어처럼 느껴지더라고. 나는 실패 그 자체의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것 같아. 성공 없는 실패의 목적을 만들어주고 싶어. 이상한 고집이지?

 

 고집스런 고민 끝에 하나 건져 올린 게 균형감각이야.

 

 이건 웹툰 일을 그만두며 시작한 뉴스레터였는데, 2주 전쯤 새로운 작품 계약을 했어. 응, 웹툰이야. 웹툰을 그만두는 데 실패한 셈이지. 사실은 고깃집을 그만두기 위해 덜컥 계약한 것도 없잖아 있어. 없잖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꽤 클지도 몰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택한 실패였는데, 실패한 덕분에 균형감각이 생겼어. 내 일에 대한 균형감각.

 

 무슨 말이냐면, 이미 내 안에서는 웹툰 일을 메인Job으로 하겠다는 다짐은 사라졌거든? 지금 일에 대한 비율을 고민해 보니, 심적으로도 실제 활동적으로도 웹툰 일에 대한 비율이 조정되고 있더라. 메인으로 해야 하던 시기에는 전문성을 갈고 닦아야 했고, 어떤 제안이 오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했어. 지금은 아냐. 제안이 오면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할 거야.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 내가 하고 있는 다른 일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제안을 수락할 지, 거절할 지 선택할거야. 이전의 나에게 웹툰 계약을 거절한단 선택지는 없었기 때문에 큰 변화라 볼 수 있어.

 

 그렇게 나를 받아들였어. 나는 그 일에 전문성을 갖고 싶지 않고, 또한 너무 많은 일들에 전문성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고. 다양한 일을 적당히 즐기며 사는 지금의 삶이 좋다고.

 

 직업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시대에 특출난 재능 없이 고루고루 이것저것 찍먹한 것들로 적당히 먹고 사는 사람도 한 명쯤 있어 줘야 인간적이지, 안 그래? 잘 먹고 잘 살고, 적당한 재능들을 모아 특별한 재능 하나로 연결하고, 혹은 메인이 되는 키워드 하나는 발견해야 하고- 특히 프리랜서나 N잡으로 먹고 살려면 필수라며? 아, 근데 어떻게 매일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 나는 대충 굴러가는 지금도 꽤 행복한데 뭐하러~? 대충 살아봐야 또 굶어 죽기 직전에 빠릿해지면서 나만의 균형감각을 찾을 수 있다~?!

 

 P.S 근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대충이가 되기 전에 나는 늘 달리는 사람이었어. 어쩌면 지금의 대충이가 된 것도 달리는 사람에서 시작되어 균형을 찾기 위해 극단적으로 택한 상태 아닐까? 미안, 내가 원래 말장난을 좋아해..

 

 P.S 오늘은 너무 의식의 흐름과도 같은 글이라 발행을 고민했는데 마침 오늘의 이야기가 실패와 대충과 적당히의 삶이기도 해서 그 핑계를 삼아 보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없있없 있고...ㅎ! 이걸 보고 있는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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