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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vs KeSPA 지재권 분쟁이 남긴 것들 | 뉴메타 포인트

종목 게임사의 권리와 역할, e스포츠의 고유 특성과 한계

2024.06.30 | 조회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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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대한 e스포츠 방송권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 블리자드와 KeSPA의 분쟁은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 되었다. '스타2 e스포츠 공동 비전 선포식' 이후로도 크고 작은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 스타1은 스타2로 전환이 되었다. 스타1 시절 우리들만의 e스포츠였던 한국도 스타2와 함께 글로벌 e스포츠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e스포츠 역사상 유래 없던 큰 갈등이자 분쟁이었던 이 사건은 산업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 같은 IP 소유권자가 자사 게임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한국 e스포츠 업계가 염원했던 'e스포츠의 스포츠화' 측면에서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숙제가 주어지기도 했다. 

대세에서 내려온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2>는 기대작이었다. 실제로 출시 초반 스타2의 첫 시리즈인 <자유의 날개>에 쏟아지는 관심은 대단했다. 전 세계의 <워크래프트 3>,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도전장을 던졌고,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실력자들이 세계를 호령했다. 그러나 블리자드와 KeSPA의 갈등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현역 선수들의 <스타크래프트 2> 전환이 제 때 이루어지지 못했고, 한국에서는 스타1, 스타2 팬덤이 갈등 양상을 보이며 게임의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 사이 온게임넷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발굴해 LCK를 출범시키며 스타리그의 완벽한 대안을 찾았고, e스포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라이엇게임즈 역시 '롤드컵'이라는 월드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지역 리그들을 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면서, <리그오브레전드>는 단숨에 대세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뒤늦게 한국 스타1 프로게이머들이 스타2로 전향하고 세계 대회를 누비시 시작했고, 블리자드 역시 WCS라는 글로벌 대회 구조를 만들었지만 LoL e스포츠로 넘어가는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리그오브레전드>로 e스포츠 메타가 넘어간 것은 단순히 블리자드와 KeSPA의 갈등만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MOBA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신선함과 <스타크래프트 2>의 게임성 등 본질적인 부분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팀들과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스타크래프트 2>로 넘어왔다면 상황은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What if'를 멈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LCK의 급부상과 KeSPA의 역할 축소

해체된 게임단 선수들을 모아 협회가 직접 운영했던 8게임단
해체된 게임단 선수들을 모아 협회가 직접 운영했던 8게임단

KeSPA는 <스타크래프트> 시대에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으나 블리자드와의 갈등, 승부조작의 여파로 인한 프로게임단의 연쇄 해체 등으로 인해 역할이 축소되었다. 

특히, 법적인 책임까지는 지지 않았으나 블리자드와의 갈등 과정에서 KeSPA 쪽에 명분이 없었다. 즉, KeSPA가 원저작권자인 블리자드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이해가 되었고, e스포츠 산업에서 주최사나 주관사가 종목사(게임사)의 권한을 넘어설 수 있는 결정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KeSPA와 라이엇게임즈와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물론,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KeSPA보다는 LCK를 운영하는 OGN이 더 중요한 파트너이긴 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최대한 KeSPA와 협력하는 태세를 취했다. 이후 라이엇게임즈는 LCK를 직접 제작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 역시 중요한 뉴메타 포인트이기 때문에 추후 다룰 예정이다.

KeSPA는 블리자드와의 갈등이 봉합된 후 스타1-스타2 병행 프로리그에 이어 스타2만으로 프로리그를 진행했다. 개인리그는 GSL, 팀 단위 리그는 프로리그로 재편된 것. 그러나 GSL과 프로리그 등 스타2 e스포츠에서도 승부조작으로 인해 판이 휘청거리며 2016년을 끝으로 프로리그 중단되면서, KeSPA는 프로리그를 통해 가지고 있던 '대회 주최사'라는 역할과 지위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대세가 된 게임사 주도의 e스포츠

블리자드와 KeSPA의 싸움은 최종 승자가 없었지만, 실질적인 승자는 게임사인 블리자드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갈등 과정에서 KeSPA 측이 주장한 명분과 설득 포인트가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대명제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 이후 e스포츠에서 게임사의 권리와 지위는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 대회 개최를 원하는 주체에 대한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했는데, 총상금 1,000만원이 넘어가는 대회의 개최 가능 여부와 후원사 등을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같은 정책은 <스타크래프트 2> 외에도 <워크래프트 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하스스톤> 같은 게임에도 적용되었다.

블리자드 외에 라이엇게임즈, 밸브 등 메이저 e스포츠 종목을 운영하고 있는 게임사들 역시 각자의 철학과 방향성에 맞춰 e스포츠 대회 개최와 관련된 가이드를 마련했다. 방법은 각자 달랐지만 게임사가 e스포츠 산업을 주도하며, 보다 책임감 있는 역할을 자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e스포츠의 고유 특성과 한계점에 대한 인식

게임사의 도움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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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와 KeSPA의 갈등 상황에서 KeSPA의 몇 가지 주장 중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한국 업계가 시행착오와 무수한 투자를 통해 스타 e스포츠를 일궈내는 동안 블리자드는 무엇을 했느냐"였다. 블리자드가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KeSPA, 온게임넷, MBC게임 그리고 프로게임단들이 노력한 점은 충분히 인정 받을 만한 고귀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개인적으로 KeSPA가 방송국들에게 중계권을 뜯어내지 않고, 블리자드와의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익을 얻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이었다는 사실이 늘 아쉽다.

하루 아침에 사라진 HGC에 대한 이야기는 뉴메타 포인트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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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KeSPA의 설득력 있는 주장은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가 만들었는데?'를 넘어서지 못했고, 이는 <스타크래프트> 뿐 아니라 모든 e스포츠 종목에도 적용되는 기본 상식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e스포츠 종목(게임)들은 축구나 야구 같은 무형, 공공재가 아니라 게임사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본을 들인 제작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e스포츠의 한계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어떤 e스포츠 대회는 어느 날 갑자기 게임사가 '안해'를 시전하면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 어떤 게임을 대회를 열고 싶어도 게임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

물론, 최근에는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사우디 오일 머니를 앞세운 e스포츠 월드컵과 함께 IOC 역시 e스포츠를 활용한 별도의 대회를 구상하는 등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게임사의 소유물이라는 e스포츠 종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나 합의체 등은 아직 묘연한 것도 사실이다.

프로리그 중계권부터 블리자드와의 지적재산권 분쟁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제가 오래전부터 한 번은 정리하고 싶었던 주제였습니다. 기자로 활동하던 그 때는 많이 어렸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의 e스포츠에 대한 인사이트가 부족했기 때문이죠. 최대한 중립적인 시점에서 사건 위주로 나열한 후 이를 해석하고자 했지만, 저 역시 그 시대를 살며 저널리스트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보니 그 부분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면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저와 다른 생각과 관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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