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메타(New Meta)는 특정 게임에서 새롭게 주류가 된 플레이 또는 플레이 방식의 패러다임을 칭하는 말이다. 영단어지만, 사실상 한국 게임 & e스포츠 업계에서 신조어처럼 사용하다 해외로 역수출 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뉴메타 포인트]는 e스포츠 산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사건, 인물 또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물로 기획되었다. / mdk of e스포츠 크리틱
공공재 발언의 등장
2010년 5월 27일, 블리자드와 그래텍의 독점 계약이 발표된 나흘 뒤인 5월 31일, KeSPA와 프로게임단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KeSPA 최원제 사무총장의 발언이 큰 화제가 됐다. "스포츠는 공공의 소유이지 특정 기업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며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태동한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화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일명 '스타 공공재 발언'이다.
이 외에도 "축구공을 만든 아디다스가 월드컵에 축구공 사용료를 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원칙적으로 스포츠는 지재권 대상이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블리자드에게는 적절한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공감하기 어려운 비유와 주객전도 발언이 화제가 됐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스타크래프트 공공재 발언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최 총장이 스타크래프트를 핸드볼에 비유한 것이나,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다른 e스포츠 리그에서도 종목사가 지적재산권을 주장하거나 리그 중단을 고려한다면 그 때에도 공공재 주장을 펼질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이 주장은 KeSPA와 프로게임단을 지지하던 팬들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지적재산권을 인정 받지 못했다'는 블리자드 측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그래텍이 블리자드에게 부여 받은 권한을 활용해 KeSPA 측과 협상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2010년 7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협상 중재자로 참가하기도 하고, 8월에는 온게임넷이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 2진행을 위해 방송권 단발 계약을 하기도 했다.
온게임넷은 그래텍과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리그 진행을 발표한 뒤 36강 진행까지 감행하며 긴장국면을 만들기도 했었지만, 결국 16강 진행 중 최초로 그래텍과 방송권 계약을 맺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파국열차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방송권 단발 계약으로 그래텍과 KeSPA, MBC게임도 원만한 협의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상황은 다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2010년 10월 7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허원제 의원이 'e스포츠 진흥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출처만 명시하면 누구든 공표된 게임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저작권자가 명확한 게임 컨텐츠의 권리를 법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도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어떤 사람들은 WTO, 슈퍼301조 등을 근거로 국가간의 분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블리자드 역시 이 공청회에 참석했는데, 바로 앞에서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폄하하거는 발언들도 화제가 됐다.
국회의 지원 사격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KeSPA 측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졌다. KeSPA는 공청회 전부터 프로리그와 관련된 협상을 진행했으나 9월에 '비용 지불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래텍이 프로리그 승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 관계자 코멘트나 매체들의 기획 기사 등으로 그래텍에 대한 비판과 함께 KeSPA 프로리그 강행 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공청회가 열린 닷새 뒤인 10월 12일에는 그래텍이 먼저 '프로리그 협상을 16일까지 마무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바로 다음 날인 13일에는 KeSPA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0월 16일부터 프로리그의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며 강행을 발표했다.
그래텍은 프로리그 개막일인 10월 16일 커뮤니티를 통해 '토너먼트당 주최료 1원과 방송 중계료 1억 원', '방송 제작물에 대한 50대50 소유권' 등 제시했던 협상 조건들을 공개해 KeSPA 측이 주장하는 '그래텍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 해명에 나섰다.
법적 대응 예고와 GSL行 레전드 홀대
그래텍과 KeSPA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던 중 블리자드의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COO) 10월 23일 블리즈컨에서 '결국 법적 대응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발언으로 갈등 사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또한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 MBC게임에 대해서는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게임은 10월 26일 MSL 강행을 발표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고, KeSPA는 10월 27일 공식 입장을 발표해 그 동안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중계권 수익은 대부분 다시 리그에 재투자되고 있다는 사실과 프로리그 등 e스포츠가 적자 구조라는 점을 어필했다.
이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그러나 이 당시 발표문에는 그 동안 KeSPA가 방송국들로부터 받은 중계권료의 금액(3년 17억)도 함께 공개가 되었는데, 구체적인 비용을 공개한 KeSPA의 의도와는 달리 그래텍이 요구하는 비용이 무리하지는 않다(토너먼트당 주최료 1원, 방송중계료 1억 원)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하기 위해 GSL 참가를 선언한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등 레전드 선수들을 상금 사냥꾼이나 배신자로 표현하는 듯한 KeSPA 및 업계 관계자들의 발언과 기사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부터는 본격적인 소송 뉴스가 이어졌다. 1일에는 MBC게임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4일에는 스타리그 새 시즌을 방송권 계약 없이 강행한 온게임넷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는 다소 지루한 법정 공판이 계속 이어졌고, 그래텍으로부터 '스타1에 대한 권리'를 돌려 받은 블리자드가 소송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 사이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2>는 각자의 e스포츠를 이어 나갔고, 그 와중에 <리그오브레전드>가 등장하면서 e스포츠의 주류가 RTS에서 MOBA로 넘어갔다.
정치적인 갈등 속에 팬덤이 둘로 쪼개지며 동반 하락을 겪은 스타1, 스타2. 끝내 블리자드와 KeSPA, 온게임넷, MBC게임은 결국 소송 취하와 함께 화해에 나섰다. 이후 2012년 5월 2일, 블리자드, 그래텍, KeSPA, 온게임넷이 모여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공동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며 뜨겁고 지루했던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물론, 이후에도 한국e스포츠협회 선수들의 GSL 참가와 스타크래프트2 연맹과의 갈등과 오해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스타1, 스타2 게임단들의 프로리그는 스타1-스타2 병행리그로 유지되다가 스타2로 전환되었다. 스타리그 역시 티빙 스타리그 2012를 마지막으로 스타1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갈등 사태가 e스포츠 산업에 남긴 영향은?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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