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를 알아보기 위해 제가 준비한 인터뷰 컨셉은 밸런스게임입니다. 여기 8장의 쪽지를 접어 두었는데요. 펼쳐 보시면 카테고리별로 각각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더 나은 보기를 선택하시면서, 본인의 관련된 기억들을 토대로 답변을 들려주시면 되겠습니다. 8개의 질문 중에 4개를 골라서 답해봅시다.
Y: 오.. 글씨를 엄청 잘 쓰시네요? 인쇄한 줄 알았어
1. <감정>
평생 웃고싶을 때 못 웃음 vs 평생 울고싶을 때 못 울음 → 울고싶을 때 못 울음!
Y: 저는… 울고싶을 때 못 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웃고싶을 때 못 웃는 일은 못하겠어요. 저는 웃음도 울음도 잘 못 참는 사람이긴 해요.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는 제 물건을 건드리기만 해도 숨이 넘어가도록 울었대요. 또 고등학생 때만 생각해봐도, 친구들이랑 길을 걷기만 해도 쉴 새 없이 웃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자라나면서 울음을 참는 연습은 많이 하잖아요? 어른이 될수록 눈물을 숨겨야 한다고 배우는데, 웃음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더 통제하기 어려운 건 웃음이라고 생각해요.
용PD: 그럼 살면서 가장 크게 울어본 적은 언제예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참을 수 있을까요?
Y: 음… 딱 하나의 기억이 나진 않아요. 그보단 제가 어떨 때 특히 많이 우느냐 하면, 좀 억울한 일이 생겨서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가..
용PD: 아아, 그쵸 그쵸. 서러웠으니까..
Y: 네. 근데 억울하고 서러워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억울했던 감정을 누군가가 딱 캐치해서 말해줄 때! 내 편이 그래도 존재한다는 안도감이 눈물로 바뀌는 건지.. 유독 그래요.
용PD: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표현받는 그 순간에 웃음도 울음도 극대화되는 거네요?
Y: 맞아요! 속으로만 생각하던 감정을 말로 꺼내는 순간에 확신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눈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용PD: 우리 활동(글로만난사이)을 하면서, 글 쓰다가 운 적도 있나요?
Y: 2기 동안에는 없고요. 1기 때 이산가족에 대한 글을 쓸 때 많이 울었어요. 자료조사를 위해 이산가족 다큐멘터리나 뉴스 기사들을 많이 찾아봤는데요. 하나하나가 정말 아픈 사연들이더라고요. 거의 글 쓰는 내내 울었어요.
2. <꿈>
시간을 돌아간다면, 지금 직업으로 살기 vs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용PD: 굉장히 답변이 금방 나오네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Y: 오 네네. 만족해요. 좋아요.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이라 정말 좋은데, 근데 지금 이 삶을 살아봤으니까 새로운 것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이 제 꿈은 아니었어요. 살다보니 필요에 의해서 정하게 된 거지, 꿈을 향해서 달려왔다고 말할 순 없기 때문에… 어릴 때 제 꿈은 작가였어요. 특히 역사라는 주제가 정말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사극 드라마든 역사책이든. 아, 그럼 나도 이런 재밌는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용PD: 특히 어떤 작품이 그렇게 재밌던가요?
Y: <허준>이요!
용PD: 그럼 우리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일 땐데?
Y: 맞아요. 어린 나이에 진짜 재미나게 몰입해서 봤어요. 1시간이 10분도 안 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재밌게 보다보니 그 일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무슨 대단한 장비를 써서가 아니라, 펜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을 홀리는 일이요. 멋있으니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죠.
용PD: 정말 어린 나이에 글쟁이를 꿈꾸기 시작하셨는데, 그 이후로 그런 기억도 남아 있나요?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다는 기분좋은 기억이요. 선생님이 “유경이 글 봐! 정말 잘 썼구나” 해주신다거나?
Y: 몇 살 때인지는 기억나진 않는데.. 제가 사실 그다지 성실한 아이는 아니었거든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독후감 숙제를 받으면 요약본 찾아서 베껴 쓰고 그랬어요. 그래서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시를 쓰는 날이 있었는데, 안 쓰고 친구랑 떠들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는 저한테 일부러 발표를 시키셨어요. 한 글자도 안 썼는데!
용PD: 그럼 반대 아니에요? 된통 혼난 기억?
Y: 근데 제가 빈 노트를 들고 즉흥으로 시를 떠올려서 읊었는데, 막 친구들이 와~ 하는 거 있죠. 선생님도 잘 썼다며 넘어가시고요. 그래서 기억이 딱 나죠. 오.. 나 좀 괜찮은가? 싶었으니까. 근데 그 이후로도 게을러서 꿈을 꿈으로만 남기고 사는 중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글로만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 참 신기하죠.
용PD: 올.. 제안한 사람으로서 꽤 뿌듯하네요.
Y: 그러니까요. 우리 별로 친하지도 않았을 때라 전혀 몰랐을 텐데, 같이 글 쓰자고 물어보길래 참 신기하고 좋았죠.
3. <연애>
솔직한 마음이 서로의 귀에 들리기 vs 나에게 하는 말이 30%는 항상 거짓말 → 30% 거짓말!
용PD: 이번에도 답변이 빠르네요? 나한테 하는 말 열 마디 중에 세 마디는 무조건 거짓말인데 괜찮아요? 헷갈리고 속 터질 것 같은데.
Y: 그냥 믿으면 되죠. 거짓말인 30%를 찾아내려고 하지 말고. 근데 속마음이 다 들리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용PD: 상상해보면 그런 상황이겠죠. 같이 걸어가면서 막 ‘저 여자 예쁘다’, ‘저 남자 잘생겼다’ 소리가 다 들리고. ‘아우 피곤한데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 들리고. 그냥 서로가 솔직하다는 생각에 쿨해지지 않을까요?
Y: 그게 쿨하다고? 관계가 파탄날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용PD: ㅋㅋㅋㅋㅋ비슷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요?
Y: 저는 연애할 때 항상 솔직한 편이긴 했어요. 근데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한테 피곤하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는 않죠. 그걸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나? 오히려 예의인 것 같은데.
용PD: 하얀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Y: 그러니까요. 연애할 때 어느 정도의 하얀 거짓말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네가 최고야”라고 말해줄 수 없으면 연애를 어떻게 하겠어요. ‘나는 솔직해서 그렇다’며 칭찬도 안해주는 관계는 더 별로일 것 같아요.
4. <음식>
평생 최애 음식만 먹기 vs 평생 최애 음식 못 먹기 → 평생 최애 음식 못 먹기!
Y: 일단 저는 최애 음식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용PD: 어.. 어? 그러게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Y: 소식가의 삶을 예상했어야죠ㅋㅋㅋ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야 있는데, 진짜 손꼽는 최애 메뉴는 딱히 없어요.
용PD: 제가 이 질문을 준비한 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음식 관련 에피소드들이 누구나 있지 않나 싶어서였어요. 그렇지 않나요?
Y: 그런 건 많죠. 당장 생각해보자면.. 저보다도 저희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가 생각나요. 순대! 음식은 항상 엄마가 나에게 챙겨주는 거잖아요? 근데 엄마가 순대를 좋아하니까, 분식집에서 순대를 포장해서 가는 거죠.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 그 기억이 나요.
용PD: 가족애를 상징하는 음식이네요? 순대가?
Y: 맞아요. 아빠랑 같이 나가서도 많이 사들고 갔었거든요. 훈훈하고 재밌고, 좋네요. 밸런스게임.
용PD: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더 드릴게요. 시간을 돌아간다면, 글로만난사이 활동을 한다 vs 안 한다?
Y: 1기는 한다, 2기는 안 한다.
용PD: 어… 네? [당연히 하죠!] [글로만 최고!] 라는 클로징 멘트를 위한 질문이었는데..
Y: ㅋㅋㅋ아니 활동이 싫어서는 당연히 아니고. 제가 요새 글을 쓰면서 그런 걸 느껴요. 내가 창작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구나. 그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1기 때 창작을 많이 했잖아요? 그럼 다시 좋은 내용을 보충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쥐어짜고 있는 것 같아서요.
용PD: 인풋과 아웃풋의 선순환이 필요한데, 아웃풋만 있는 상태다?
Y: 맞아요. 글감을 떠올리고 나서도 재미나게 풀어갈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나는 지금으로선 창작을 할 시점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용PD: 오.. 가벼운 클로징을 생각하고 질문했는데, 굉장히 진솔한 답변이 나왔네요. 어쨌든 2기는 마치셔야 합니다.
Y: 당연하죠! 열심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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