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난사이_24년상반기

엄마가 된다는 건

<엄마>에 대하여, 목요지기 J가 쓰다

2024.03.28 | 조회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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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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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엄마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의 임신 소식에 놀란 건 딱 그 이유 하나였다. 엄마가 된다는 건, 필연적으로 어떠한 관습에 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자유로움이 사라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녀의 솔직함이 좋았고, 그녀의 티없음이 좋았다.

 그녀와 꽤 자주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를 말한다는 건, 어쩌면 내가 바랐던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그녀는 가장 싫어하는 말이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은 사랑을 줄 수 없다는 말이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그녀가 가지는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충분히 엄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엄마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이유 하나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서 엄마가 된 그녀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여전했다. 그녀는 출산 다음 날 나를 불렀고, 철없는 나는 또 그녀에게로 가 아팠는지, 무서웠는지, 아가를 본 첫인상이 어땠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한심해했지만, 그녀와 나는 여전히 그런 것들이 좋았다.

 그녀의 옆에 그녀의 미니미가 생겼다는 건, 꽤 귀찮은 일이기도 했다. 카페를 가는 것도,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모두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가와 우리는 함께 했다. 아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했고, 아가가 울지 않기를 기대하며 카페로 향했다. 아가가 울면 검정 비닐봉지를 바스락대면서도 웃었고, 아가의 움찔거림에 모든 행동을 멈추기도 했다. 그러면 아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신의 세계에서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같이 웃었다.

 아가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고, 나를 이모라고 부를 만큼 자랐다. 나의 손이 차갑다는 말에 자기 손은 따뜻하다며 잡아줄 만큼 자랐다. 집으로 가는 나에게 가는 길에 먹으라며 귤을 건네줄 만큼 자랐다. 이모를 사랑한다고 말할 만큼 자랐다. 아가는 그녀의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로 자랐다.

 여전히 나는 그녀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전히 그녀만큼 사랑을 온전히 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전히 그녀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여전히 그녀만큼 자유로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의 아가만큼 사랑을 듬뿍 받는 아가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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