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자의 인생1막 보고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vs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마흔둘 라프의 성장소설 #3. 15년간 직업을 전전하며 깨달은 불편한 진실

2025.05.08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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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의 뉴스레터

저는 저를 탐구하며, 그 여정을 글과 콘텐츠로 나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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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라프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부탁해도 하지 마세요’

생각해 보면 라프는 늘 사람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 첫 직장 이후 거의 대부분의 일이 그랬다. 첫 직장 퇴사 후, 회사 선배의 친목모임에 초대받아 갔다. 거기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업무 부서에 있다 퇴사해서 창업한 분을 만났다.

쿠팡이나 티몬 등의 회사가 시작되던 당시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어플서비스를 론칭한 회사였다. 할인쿠폰 어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들과 계약을 맺는 일이 가장 중요했고, 그 일을 맡을 영업 사원이 필요했다. 대표님은 보험 영업을 5년간 했던 라프에게 영업과장 제안을 했다. 그리고 라프는 가장 핫한 홍대와 이태원의 영업을 맡았다. 보험을 팔던 라프에게 할인쿠폰 어플 서비스 영업은 너무나 쉬웠다. 늘 ‘마케팅’과 ‘매출증대’를 고민하는 자영업자 사장님의 부족한 부분을 라프가 영업하고 있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티몬이나 쿠팡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인해 매출이 올라도 마이너스이거나 순이익이 적어 사장님들이 실망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영업은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쉽기도 했다.

라프를 비롯해 여러 명의 영업사원들이 뛰어다니는 동안 대표님은 투자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 파트에 있었던 대표님의 경력이 창업 후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으나 투자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 외에 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라프는 회사에 합류한 지 3개월 만에 마지막 월급을 노트북으로 받고 퇴사를 결정했다. 아쉬웠지만, 라프는 월급 없이 몇 개월을 버틸 수가 없었다.

라프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두 번째 회사에서 영업을 하다 알게 된 두 사장님이 라프에게 함께 일 하자는 제안을 해 주셨다. 한 명은 홍대에서 막걸리 파는 술집을 운영하면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직접 제조하는 분이었다. 다른 한 분은 우리나라 카페나 칵테일 바에 처음으로 ‘모히또’ 판매를 시작하게 만든 분이었다.

라프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막걸리냐 모히또냐.. 그것이 문제로다..'

국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장님과 일하기로 결정했다. 판매하는 품목은 태국에서 가져온 냉동 라임이었다. 라임을 팔기 위해 모히또 레시피를 거래처들에게 제공한 것이 모히또의 시작이었다. 모히또는 핫한 카페와 칵테일바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냉동라임 유통으로 큰돈을 벌었다. 라프에게는 온라인 영업의 판매를 맡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라프가 합류한 당시에 기존에 같이 일을 하던 직원이 나가서 다른 라임 회사를 차려 회사에 타격이 좀 있었다. 사장님은 냉동 라임 유통에서 프레쉬 라임 유통으로의 전환을 생각 중이었다. 그래서 냉동라임 고객 명단을 나간 회사 직원에게 거의 다 넘겼다. 프레시 라임으로 고객을 다시 빼앗아 오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이때쯤 대형마트에서 라임을 팔기 시작했다. 자본의 힘 앞에서 무너졌고, 저렴한 냉동라임 단가 앞에서 한 번 더 사장님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이 회사에서 제대로 일을 해 보지도 못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라프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일주일씩 하는 단기 설문 아르바이트,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 몇 개월간 한국 무역보험공사 채권보상팀에서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무역보험공사에서 아르바이트 계약이 끝날 무렵이었다.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비서 일 해볼 생각 있어요?"

"네??? 비서요???"

"감사님 비서가 필요한데, 라프님이 마침 계약이 끝나가길래 물어보는 거예요."

라프는 서비스직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사팀의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

'한 번 해 볼까?'

부사장님과 옆 방을 쓰는 감사님 비서는 멀찌감치 앉아 있는 부사장님 비서와 마주 보고 일을 했다. 감사님은 부사장님에게 있는 수행 비서-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옆에 서 있는 -의 역할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비서에게 요구했다. 감사님이 도착하면 1층 로비에서 전화가 온다. 그러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감사님을 모시러 나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임원 회의를 하면 감사님은 본인의 비서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 불만 사항을 많이 얘기했다. 회의가 끝나면 비서팀에서 감사님 비서를 불러 야단을 친다.

처음에 감사님 비서로 왔던 사람은 전문 비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어서 1년 이상 비서를 하면서 감사님이 원하는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 비서가 퇴사한 후 들어온 비서과 졸업생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자 견디지 못하고 다 나가버렸다. 그래서 라프에게까지 비서 제의가 오게 된 것이었다.

비서로 한 달 정도 일하게 되었을 때, 라프는 '남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비서 업무'가 스스로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라프는 감사님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을 했다. 그만두기 전에 라프는 감사님께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예의 바르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할까 고민을 하다가 라프의 멘토이자 스승인 구본형 선생님의 책 <사람에게서 구하라>에 한 단어씩 적기 시작했다.

‘감사님. 한 달 짧은 시간이지만, 제 생에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비서 일 하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편안하게 못 모신 것 같아서 죄송하고요..;; 참, 감사님~ 주변 사람들(임원님들, 비서실, 감사실 식구 등등)에게 감사님 비서를 많이 칭찬해 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요~!ㅋ 그리고 혹시 비서에 대해 못마땅한 점이 생기면 비서에게 직접 얘기해 주세요. 당장은 쓴 약일테지만, 비서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될 테니까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감사실로 들어갔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감사님이 라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잘 될 것 같다. 돈도 많이 벌 것 같고. 가서 열심히 하고, 나중에 잘 되면 나 모른 척하면 안 된다?’

그러면서 1년 이상 자신의 손발이 되어준 비서에게도 주지 않았던 금일봉을 고작 3달 일한 라프에게 주었다. 그리고 한 마디 하셨다.

“어머니, 고기라도 사다 드려라~”

퇴사는 언제나 다른 기회를 끌어당겼다. 이후에 라프는 스승님이 오픈하는 '1인 지식 기업가들을 위한 카페' 오픈 멤버가 되어 카페를 함께 운영했다. 1인 기업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진행해 보았다. 하지만 갑작스레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카페는 문을 닫았다. 마침 이때 '1인 가구 여성들'을 위한 마을 기업을 만들고 카페를 오픈한 지인이 라프에게 함께 일 하자는 제안을 했고, 라프는 같이 일했다. 이후에도 가족이 하는 사업의 영업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 적도 있다. 최근 은사님의 10주기 행사 준비를 맡아서 한 것까지.

돌아보면 라프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늘 이런 식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라프에게 이 말은 좀 충격이었다.

"반드시 라프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부탁해도 하지 마세요"

라프는 머리를 정말 크고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인생 1막. 15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라프는 '일, 직업, 직장이란 공간'에서 라프는 과연 무엇을 남겨야 했을까?

'라프를 찾을 수밖에 없는 뾰족한 어떤 분야'를 남겨야 했다.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이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떠난 라프의 스승님처럼 말이다. 라프는 사부님이 오랜 시간 전에 쓰게 하셨던 10년 뒤 라프 인생에 갖고 싶었던 10대 풍광을 떠올렸다. 스승님은 라프와 제자들에게 10년 뒤 미래에 내가 갖고 싶은 10가지 장면을 구체적으로 그려 글로 써 보라고 하셨다. 돌아보니 라프는 본인이 그렸던 10가지 풍광들을 잊고 살았다.

'다람쥐 쳇바퀴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시각을 바꿔 장기적인 미래의 나와 연결하라. 5년 후의 목표를 세우고 중요한 목표들에 우선순위를 두어, 날마다 처리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보다 '먼저'하라. - 책 <퓨처셀프>'

책 <퓨처셀프>의 저자 벤자민 하디는 자신의 최대 실수는 사적인 면이나 직업적인 면에서 목표를 크게 세우지 못한 점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결혼 생활이든 행복한 결혼 생활이든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데 똑같은 양의 에너지가 들어가듯 1만 달러를 벌든 1천만 달러를 벌든 돈을 벌려면 똑같은 양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라프 역시 본인이 그렸던 미래의 어떤 모습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을 결정하기보다 대체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사는 편이었다.

감사님과 있었던 에피소를 쓴 라프의 글에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탁월함(excellence)를 보인다면 너는 기회라는 놈의 뒷덜미를 잡게 될 것이다. 다음 job에서는 그런 쾌거를 한 번 만들어 봄이 어떠하냐?"

탁월함이라… 라프는 탁월하게 일한 적이 있었을까?


4편에서 계속됩니다. 이 글은 라프의 브런치에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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