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자의 인생1막 보고서

부자가 되고 싶은데, 돈 버는 일은 싫어

마흔둘 라프의 성장소설 #2

2025.04.28 | 조회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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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의 뉴스레터

나답게 자유로운 삶을 사는 작가 라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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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일이라….

라프는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라프는 지금까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작년에 처음으로 '부자가 되어야겠어'라고 생각했다.

라프는 대학생 때 과외로 처음 돈을 벌었다. 전공이 수학통계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과외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별다른 경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돈을 아껴 쓰고 모아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다. 돈이라고 했을 때 라프에게 강렬하게 남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있었다.

학교에 가기 전의 어린 시절이었다. 막내 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추운 겨울 새벽, 아빠는 곤히 자고 있던 라프를 흔들어 깨웠다.

"라프야, 일어나. 우리 할머니집 가야 해."

잠이 너무나 많았던 라프는 할머니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하지만 결국 일으켜 세워져 억지로 옷을 입혔다. 막내를 품에 안은 엄마와 둘째 손을 잡고 가는 아빠를 따라 터덜터덜 걸었다. 집에서 택시를 잡을 수 있는 길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해가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길을 걸으며 라프는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하나씩 길에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결국 주머니에 많았던 동전은 택시를 잡기 전에 라프의 주머니를 모두 떠났다. 헨젤과 그레텔이 남겨놓은 빵부스러기처럼 라프가 걸어간 그 길을 따라 동전들이 줄지어 있었을 것이다.

라프가 스트레스받고, 자신이 뜻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무의식적으로 돈을 쓰면서 감정을 해결했던 게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워낙 돈 때문에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라서 그런지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라프는 돈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이 뭐 필요해? 살만큼만 벌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직을 하게 될 때도 라프는 연봉보다 '이 일을 통해 누구를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결정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었던 첫 번째 회사에서는 재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험 상품을 판매해 커미션을 받았다. 재무상담을 통해 일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라프는 사람들에게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게 좋았다. 라프 역시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래서 만나는 고객들에게 이 회사에서 5천만 원을 모으면 항공유학을 갈 거라고 했다. 고객들은 라프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되지 않았다. 5년간 첫 직장에서 일을 한 라프.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카드 개수가 늘어났고,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보다 신용카드로 나가야 하는 돈과 생활비를 합친 돈이 더 컸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입한 보험, 저축 등은 결국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쓰고 말았다. 더 이상 갖다 쓸 돈이 없던 라프는 결국 연 금리 40%에 육박하는 제3금융권 대출까지 받게 된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을 때 라프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인데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던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던 라프였다. 회사에서 잘림으로써 스트레스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라프는 빚만 남은 상황을 엄마에게 얘기했고, 엄마의 도움으로 모든 빚을 청산했다.

라프가 직장 생활을 하는 17년간 연봉은 거의 제자리였다. 엄밀히 따지면 마이너스였다. 통장에 찍힌 금액만 보면 첫 직장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이후에 일을 할 때마다 돈이 없는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등에서 일을 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첫 직장에서조차 라프의 주요 고객은 돈이 없거나,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에어비앤비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했다.

"라프님은 현재 인지부조화 상태예요."

이건 또 뭐지? 라프를 향해 던져진 두 번째 뼈 때리는 말이었다.

'내가 지금 명상을 한 지 10년이 넘었고, 명상을 하면서 메타인지가 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지부조화라니?'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는데, 돈 버는 일을 안 해요."

와… 너무나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부자가 되는 방법' 혹은 '부자들의 마인드'에 관련한 책들을 읽었다. 간다 마사노리의 책 '비상식적 성공법칙'에는 부자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일반인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나온다.

일반인들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돈을 가졌을 때 가지게 되는 지위 혹은 자유를 위해서 돈을 벌고자 한다. 하지만 부자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돈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 돈의 감촉, 냄새 등을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라프는 '부자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라프 스스로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인식하지 못했다. 돈과 멀어지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야, 돈 버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하며 부자들을 질투한다고 한다. 바로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라프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라프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바로 돈을 만들 수 있는 일에는 전혀 의욕이 나지 않았고, 회피하기만 했다. 돈이 되는 일은 계속 뒤로 미루고, 돈이 안 되는 일만 찾아다녔다.

인지부조화라는 말을 듣고 라프는 자신의 삶을 곰곰이 돌아봤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한다.

하지만 그 일은 돈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언젠가 돈이 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몹쓸 최면을 거는 동안 돈 벌 시간을 흘려보낸다.

갑자기 얼음이 든 찬물 양동이 하나를 확 끼얹은 듯 정신이 차려졌다.

'와… 이렇게 살다 간 10년, 20년 뒤에도 나는 계속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살고 있겠어. 돈을 벌기는커녕 계속 쓰고, 빚 속에 허덕거리면서 말이야'

라프를 향해 그는 또 한 번 뼈 때리는 이야기를 했다.

"라프님만이 유일하게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요청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부탁하는 일은 하지 마세요."


3편에 계속 됩니다. 뉴스레터 글은 브런치에서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성장소설을 통해 저의 인생 1막을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새롭게 깨닫는 요즘입니다. 특히 습관처럼 하고 있는 무의식의 생각들이 내 인생 전반에 나도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나 자신을 살피고 돌보는 하루 되시길 바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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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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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suyeon939의 프로필 이미지

    osuyeon939

    1
    27 days 전

    좋았어요. 저의 상황을 설명한것 같아서 공감합니다.

    ㄴ 답글 (1)
  • osuyeon939의 프로필 이미지

    osuyeon939

    1
    27 day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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