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불완전함'이라는 단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는 사전적으로 완전하지 아니하거나 완전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저는 불완전함은 사람이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온전하지 못한 일상 속에서 매일 흔들리는 우리가, 사실 이곳에서 가장 불완전한 존재이니까요.
십이월 셋째 주, 『모꼬지기』 16호에는 불완전함을 노래하는 '밍기뉴', 흐린 영국 하늘을 담은 브릿팝, 그리고 구독자님의 사춘기를 담은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겨울과 봄 사이, 밍기뉴 (Mingginyu)
by 영
만약 너, 나, 우리가 하나의 계절이라면, 너는 따스한 겨울, 나는 차가운 봄, 그리고 우리는 발아를 고대하는 하나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봄에 겨울 땅은 서서히 녹아 씨앗의 단단한 껍질을 깨트렸지만, 아직은 추운 봄바람은 결국 싹의 여린 살을 난도질했다. 그렇게 겨울과 봄 사이, 우리는 결국 불완전이란 상처에 잠식된,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생겨버린 게 아닐까.
뮤직스타뜰 열여섯 번째 아티스트, ‘밍기뉴 (Mingginyu)’를 소개한다.
부디 당신은 혼자 슬퍼하지 않기를
밍기뉴(Minnginyu)는 2020년 8월 17일 싱글 [나 같은 거랑 함께 하느라 고생했어]를 발매하면서 정식 데뷔를 알렸다. 그는 데뷔 이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와 유튜브를 통해 커버곡 및 자작곡을 선보였으며, 지금도 꾸준히 미발매 곡을 업로드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담백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잔잔하고 소박한 멜로디가 담긴 그만의 노래들은, 그가 겪어왔고 또 겪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활동명은 널리 알려진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시작됐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Minguinho)’는 가족들에게 학대받고 무시당하는 소년 ‘제제(Zeze)’의 유일하고 온전한 친구이다. 밍기뉴는 제제의 상상 속에서 함께 춤을 추기도, 또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하며 서로를 보듬어준다. 아프고 괴로운 어린 제제의 마음을 알아주던 소설 속 밍기뉴처럼, 그는 노래로 어린 제제가 된 청자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어루만져, 그들만의 유일하고 온전한 아티스트로 머물고 있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나는
밍기뉴의 매력은 바로 진솔함이다. 그는 모두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깊은 속마음까지도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가장 약한 모습이기에 숨기고 싶었던 마음의 고백은, 꾸밈없이 진실하기에 깊은 마음속 숨어있던 나를 찾아내 함께한다.
“난 모든게 너무 지쳐서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왜 나는 나아지지가 않는 걸까
오늘도 혼자 우울해하고 있는 나인데
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가”
밍기뉴의 <나아지지 않는 날 데리고 산다는 건> 中
나아지길 기대했기에 더욱이 망가져가는 날들이 있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우울의 늪 속에 빠져버리고, 발버둥 칠수록 고독의 바다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럴 때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더 빠르게, 더 깊이 그곳에 잠식되어간다. 아무도 나의 흔적을 찾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아무나 나를 찾아줬으면 하는 모순적인 마음속에 깊게 파묻힌다.
반복되는 나를 몇 번이고 달래주는 당신에게 보내는 이 노래는, 깊은 우울을 솔직하게 토해낸다. 나의 우울은 빠르게 깊어졌기에, 이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노라고. 이런 나의 우울이 결국 당신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하지만 나를 그럼에도 나를 데리고 사는 당신은, 여전하게 그 자리에서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당신이, 어쩌면 내가 살아갈 이유이지 않을까.
부디 당신은 혼자 슬퍼하지 않기를
‘나의 모든 이들에게’는 2021년 7월 25일 유튜브를 통해 발표된 미발매곡이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로 알려진 이 곡은, 수많은 팬들의 발매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그는 곡 발매 과정으로 인해 미루어지고 있기에 기다려 달라며, 발매를 암시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모든 준비가 끝마쳤을 때, 정식 발매로 우리를 찾아온다면, ‘나의 모든 이들에게’는 더욱 밍기뉴다운 대표 곡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우울을 내보이던 밍기뉴는 이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부디 혼자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 옆에서 위로가 돼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그는, 누구보다 너를 걱정하고 응원한다며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네가 나를 원망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보이더라도, 나는 마음 열어 너를 사랑하겠다는 담백한 고백은, 그의 진솔한 마음과 만나 상처 입은 우리 모두를 포근히 안아준다.
“너가 아픈 것 다 알아줄거야
말 안해도 내가 알아채줄게
네게 날카로운 가시 있대도
내가 마음 열어 사랑할거야”
밍기뉴의 <나의 모든 이들에게> 中
🎵 음악주저리
흐린 영국 하늘을 그린, 브릿팝
by 현
음악은 우리의 영혼에게 질문한다, 지금의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냐고. 이렇게 음악은 우리 개인, 사회, 현상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답을 주기도 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이다. 그리고, 어느 한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는 이 질문과 답이 얽히며 한 에너지로 총집하게 된다. 1990년대 영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던 하나의 아이콘, 그것은 ‘브릿팝(Brit Pop)’의 물결이었다.
브리티시 인베이전, 그리고
존 레논, 폴 메카트니,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이 네 사람은 영국뿐만이 아니라, 대서양을 넘어 미국의 빌보트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밴드로 첫머리에 언급되는 비틀즈는 전 세계적 열풍을 몰고 왔고, 이는 곧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의 침공)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롤링 스톤즈, 퀸,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 많은 밴드들이 영국에서 결성됐고, 범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흐름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 미국에서는 메탈을 중심으로 서서히 그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메탈리카, 본 조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너바나 등 미국만의 록 음악들이 생겨나자, 영국의 언론은 영국 록이 미국 록 시장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게 될 것을 우려했다. 때문에, 영국적인 얼터너티브 록 음악들을 “브릿팝”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탄생된 그 당시의 브릿팝은 영국적인 기타 사운드에 기반하여 영국 사회가 띄고 있는 양상을 담아내는 가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어느 때의 물결이 파도쳐
1990년대의 영국 대중음악 전반을 포괄하는 명칭으로 사용된 브릿팝은, 음악 장르를 넘어 영국의 하위문화와 예술, 정치, 패션 등과 연계된 하나의 ‘문화운동’이었다. 브릿팝은 마거릿 대처 보수당 정권에 대한 반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노동당의 Tony Blair는 선거 승리를 위해 젊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내세웠으며, 브릿팝은 이를 대변하는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도 했다.
우리는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다르면서도 비슷한 주제들을 끊임없이 토론해왔고, 그러한 에너지는 음악으로 모여들어 새로운 시너지를 뿜어냈다. 1958년에 나온 영국 영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에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위선에 반항하고 분노하며 암울한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1995년에 이르러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그리고 이것을 음악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노래가 있었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였다.
이렇듯,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은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Pulp의 앨범 [Different Class]에서는 영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주의적 실태를 그려냈고, Suede의 앨범 [Dog man star]에서는 자신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문제들을 묵인했던 소극적인 이들을 향해 "우리는 돼지들이다"고 비판했다.
다른 색들이 모였기에 더 아름다운
영국 밴드 Pulp의 리더 Jarvis Cocker는 브릿팝이라는 용어를 두고 “엿 같은 소리”라고 일갈했다. 다른 많은 영국 뮤지션들이 그랬던 것처럼 음악이라는 예술을 국가적 이유로 이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브릿팝은 영국표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 단기간으로 진행된 문화적 운동으로써, 장르적 특성보다는 마케팅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블러와 오아시스는 서로 분명하게 다른 음악적 색깔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치 않게 '라이벌 구도'가 조장되기도 했다. 이는 음악차트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인기 대결이 생겨났고, ‘The battle of Britpop’이라 표현된다.
영국의 음악이라고 해서 브릿팝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오아시스와 블러, 스웨이드, 펄프 등 이들이 했던 음악에 특별하게 공통된 음악적 성향은 없다. 단지, 저마다의 음악적 개성을 보유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파도였다. David Bowie로부터 영향을 받은 글램록과 컬러풀한 펑크, 정통적인 영국 로큰롤까지. 소위 브릿팝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에는 매우 다양한 색채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브릿팝은 다른 록, 팝과는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는데, 영국인 특유의 시니컬한 자세라고 해야 할까, 끝없이 질주하듯 분노를 표출하는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위 말하는 쿨하면서도 냉소적으로 조소하는 태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운드가 꽉 차게 전해지지 않아도, 사회 전반의 중요한 문제들을 과감하고도 무겁지 않게 터치한다.
지금까지 브릿팝이 꾸준히 언급되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공감으로,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지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열렬한 응원으로, 누군가에게는 재밌는 장난으로. 영국적인 하나의 틀에 서사를 담아 전 세계를 또 한 번 태동시켰던 브릿팝, 그는 여전히 우리를 웃음 짓게도 눈물 흘리게도 만들고 있다.
💿 둠칫두둠칫
사춘기 (思春期)
by 영
“무성한 나뭇잎이
나에게 묻네
너는 왜 혼자냐고
궁금해하네
나도 원래 함께였으나
날아오다 모둘 잃었네”
사공의 <실(失)> 中
사춘기(思春期). 바로, 한 사람이 오롯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칭합니다. 낱말의 뜻을 풀이하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를 의미하죠. 하지만 뒤얽힌 나의 성장을 사계절의 시작인 봄에 빗댄다면, 그다지 따뜻하지도, 그다지 온전하지도 않았어요. 어리고 여렸기에, 더욱 아파했던 나는, 아직 그 곳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죠.
나의 겨울은, 끝내 녹지 않아서.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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