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언제나 이별은 있어요.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끝은 조금씩 거대해지죠. 물론, 다가오는 순간들이 두렵기도 해요. 도망가고 싶고, 숨고 싶고. 그래도 중요한 건, 이별이 항상 끝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이별 끝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는 아주 멋진 마법이 마주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네 볼게요. 안녕이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니까요.
사월 첫째 주, 『모꼬지기』 31호에는 연결을 노래하는 밴드 '너드커넥션', 우리 곁을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마지막을 맞이하는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우리는 이곳에서 연결되어, 너드커넥션 (Nerd Connection)
by 영
어지럽다. 빽빽한 빌딩 숲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소음이 섞인다. 도시의 모든 것들이 춤을 추듯이 뒤섞이면, 내 감각도 살아 움직이듯 선명해진다. 모두가 조화롭지만, 나만 홀로인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지금, 나와 연결된 것들이 필요하다.
뮤직스타뜰 서른한 번째 아티스트, ‘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을 소개한다.
너드커넥션(Nerd Connection)은 보컬 서영주, 기타리스트 최승원, 베이시스트 박재현, 드러머 신연태로 이루어진 4인조 인디밴드이다. 평소 연세대학교 밴드 동아리 ‘메두에서 만나’에서 취미로 음악 생활을 이어가던 서영주, 최승원, 박재현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고자 했고, 당시 박재현을 만나면서 현재의 체재를 갖추게 됐다. 이들은 이후 1년간 본격적인 음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당시 EMERGENZA 세계밴드대회 20118 KOREA에서 우승을 거두어 독일 Taubertal Festival 2018 출전 자격을 얻기도 하며 탄탄한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싱글 [Hyum of the Birds]를 발표하며 데뷔를 알렸고, 2020년 JTBC에서 방영된 ‘싱어게인’에 보컬 서영주가 TOP10 패자부활전까지 올라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너드(Nerd)’는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 외로운 길을 혼자 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4명의 멤버 모두 공대, 체육 전공자로 음악과는 관계없는 학업을 이어가면서도, 그들은 결국 음악이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던 그들은 이제 음악에 몰두해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비록 조금 고될지도 모르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다짐은, 오늘도 많은 이들을 연결하며 안녕과 위로를 전한다.
결국 나는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하루가 끝나갈 때면 복잡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늘 하루는 어땠더라, 날씨가 조금 흐렸던가. 아니, 화창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어둠이 찾아오고, 방이 어두워질수록, 나는 어지러워진다. 하루의 기억이 뒤섞이고, 결국 나는 이 어둠에 잠식되지 않을까.
"안녕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다신 볼 수 없기에
자그만 행복을 남겨두고 가요”
너드커넥션의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中
매일 밤, 생각은 연속성을 가진다. 잠이 오지 않고, 하루를 되짚어보고, 결국 우울에 헤엄쳐 아침을 맞이하고.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이 더러운 늪 속에서, 그저 편안한 하루를 잊어버린 채 그저 잠들기를 바라면, 문뜩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편지를 보내본다.
너드커넥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그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담은 어두운 가사들을, 브리티쉬 록에 기반한 따뜻한 멜로디에 담아 그들만의 공감을 완성한다. 우울한 생각이 들 때면 ‘다 잘될 거야’라는 흔한 위로조차도 버겁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전하는 담담한 안녕이 우리 안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곳에서 조용히,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잊혀지고자.
안녕하세요, 오직 당신을 위한 공연입니다
너드커넥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New Century Masterpiece Cinema]은 한때는 성행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오래된 기억들이 다시금 기억되고 사랑했던 것들이 또 한 번 떠오르는 이번 앨범은, 다시금 이곳을 찾아준 이들을 위한 12개의 공연을 선사한다.
한때는,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을 즐겼던 적이 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날들의 연속이 오감을 자극하고 기억을 남겼기에. 하지만 스쳐가는 것들의 상실을 느끼는 요즘, 그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떠오른다. 여전히 사랑하는 것들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오래된 시작을 마주한다.
“함께였던 동해의 깊고 차갑던 밤을 기억해
떠오르던 태양의 그림자 같던 윤슬도 기억해
이 모든 걸 기어이 붙들고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모든 말들과 약속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다면”
너드커넥션의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中
🎵 음악주저리
그를 기억하며, 사카모토 류이치
by 현
작곡가, 영화 음악감독 그리고 환경운동가.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를 그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만으로 그를 정의할 수 있을까. 음악을 비롯해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짙은 흔적을 남긴 사카모토 류이치, 그의 세계를 추적해본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 龍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와 작곡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도쿄예술대학에 진학해 작곡을 전공했다. 그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78년 하루오미 호소노,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 · YMO)'를 결성하면서부터이다. YMO는 전자음악에 클래식과 현대음악적 요소를 도입하여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준 그룹이었다. TR-808 드럼 머신 등 당시 선구적인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초기작들의 음악적 접근법은 현대 전자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빚어낸 선율
YMO의 해체 이후 영화 음악에 뛰어든 그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의 사운드트랙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시작으로 걸출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1986년 영화 <마지막 황제(1986)>의 주제곡 'Rain'으로 아시아인 최초 미국 아카데미 작곡상, 아시아계 최초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음악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2014년 인후암 판정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시점에, 그가 평소 좋아하던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제안으로 맡게 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의 음악은 비장함과 차가운 질감을 십분 살려내 영화적 긴장감을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국내 영화 <남한산성(2017)> 및 <분노 (2016)>를 비롯해 사운드 설치 작품을 전시한 '라이프, 라이프 展(2018)'을 선보이는 등 장르를 규정짓지 않고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스치우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코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2012년부터, 인후암 판정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 2014년을 거쳐, 정규 앨범 [async]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2017년까지,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베일에 싸여있던 그의 시간들을 기록한 영화다. 총 5년의 촬영 기간 안에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async] 앨범을 제작해 나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영화는 환경, 사회 그리고 개인적 위기가 한 아티스트에게 끼친 변화를 담아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시작한 2012년 당시 일본은 지진, 쓰나미, 방사능 노출 문제 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삼림보전단체 “More Trees” 설립 등 반핵활동가로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시점이었다. 이후 그가 인후암 판정을 받으면서 개인적인 위기를 인식하고, 그것이 예술에 있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영화의 주요 메시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나는 지금 어떤 음과 어떤 음악이 듣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긴 고민 끝에 감독 안트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사운드트랙이라는 콘셉트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물, 바람, 발자국 등 사물의 소리를 담은 복잡한 음향세계를 그만의 것으로 재탄생시켜, 풍요로운 자연의 소리와 이미지가 결합된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아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에서, 피아노 그리고 다양한 사물과 장소에서 수집한 소리가 어우러진 앨범 [async]은, 암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며 발견한 열정과 창조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로 만들어낸 그의 개인적이고도 신비로운 음악이다.
예술은 길고, 잔향은 남아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전에 좋아했던 이 문구처럼, 인생은 짧지만 기억하는 이들로 인해 예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음악적인 백그라운드의 거대함과, 그 시대의 테크놀로지나 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된 작품을 남겼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 그렇게 그의 음악이 긴 여운과 함께 끝을 맺었다. 그러나 그 잔향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계속 기억될 것이다.
💿 둠칫두둠칫
마지막 인사예요
by 영
“다시 라디오를 켜
목이 터져라 함께
노래를 부르다
막차 시간이 끊겨버려도 괜찮아
이 밤과 볼이 빨개진 너 하나 있다면
슬픈 노래에도 자꾸 웃음이 나는 걸”
예빛의 <On-Air>中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조금 이상한 하루를 보냈어요. 반찬 그릇을 꺼내다가 깨뜨리기도, 작은 신발을 신고 산책을 나가기도 했죠. 그래도 행복한 하루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분홍빛 벚꽃이, 또 노랑빛 개나리가 인사를 건넸거든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조금은 싱숭생숭해요. 오늘 벚꽃나무 아래 앉아 우연히 튼 플레이리스트는 지난날이 담겼어요. 문뜩 생각이 들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당신은, 나의 커다란 위로였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 잠시 멀어지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응원할게요.
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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