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아✏June 2w.

완연한 여름, 완연한 마음

2024.06.14 | 조회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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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아

30대의 나 자신 알아가기 프로젝트✏

6월의 둘째 주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주 월간지아 발송을 놓쳤는데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아 마음이 황송했어요. 너무 부담 갖지 않고자 하지만 또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바쁜 편도 아닌데 요즘들어 왜이리 굼떠지는걸까요? 여름이 되면 시간이 기이하게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뜨거운 햇빛을 내리쬐고 있자면 1분이 10분같고 10분이 1시간 같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늘어지는 여름의 시간을 잘 이용해 충분히 게으르면서도 일상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싹감자, 안녕🌱🥔

4개월간 회사의 막내였던 신입 디자이너의 퇴사소식을 들었다. 사유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껴서-라고 하는데, 같은 팀이 아니라 많은 대화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맡은 업무에 나름대로 열심이었던, 또한 꽤나 외로워보였던 그의 모습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내향적인 성격인것 같아보여 너무 들이대면 부담스럽지않을까 했는데, 떠난다고 하니 조금 더 챙겨볼걸 조금 더 말 걸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시간에는 부산물이 남는다. (찌꺼기라고 표현하고도 싶지만, 자칫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될 수 있어 어감이 조금 약하지만 부산물로 대체한다.) 그것이 해냈다는 성취감이든 후련함이든 교훈이든 아쉬움이든 간에 끝났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끝나는 일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야 하겠지만. 하나 하나 떠올리면 그리 대단한 무언가가 남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쌓이고 쌓여 켜켜이 층을 이룬 시간의 부산물이 만든 자국을 따라 흘러가는 것. 삶이 전개되는 흐름이 이런걸까? 이후에 남을 것들을 미리 예측하며, 원하는 형태로 남기기 위해 매 순간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 그대로 부산물은 부산물일 뿐이지, 결과물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일반적인 어떤 행위의 목표, 성취 그 자체, 목적 등) 무엇이 남을지는 몰라도 일단은 주된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하며 시작하는 것, 그리고 따라오는 부산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요즘 내가 지향하는 태도이자 스스로 정의해보는 인생이다. (의도보다 좀 거창하게 들리는데 달리 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질 않음)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하던 찰흙놀이를 떠올려본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손이 빠른 편이어서 그 날의 주제를 친구들보다 먼저 완성하고(완성도가 높지는 않은게 킹받지만) 남은 찰흙들을 손 가는대로 주물럭거리다가 ‘이제 그만’시간이 되기 얼마 전 쯤 부터 가장 그럴듯해보이는 모양으로 다듬었다. 그렇게 완성된 세컨 작품은 언제나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적도 없었다. 단단하게 굳은 찰흙 모형은 내 책상에 일정기간 전시되었다가 버려졌지만, 아쉬움이나 슬픈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부산물이란, 그런 것이다.

싹감자에게도 이 곳에서의 시간이 남긴 부산물이 분명 있을 것임을 안다. 아니길 바라지만, 그것이 혹여나 힘들거나 외롭거나 마음 아팠던 부정적인 것이었을지라도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 시간이 만든 그 여러 감정과 경험과 깨달음들이 쌓이고 쌓여 한 발 앞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믿기를, 그리고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판단된다면 가차없이 잊거나 버릴 용기 또한 내보기를. 어디서든 잘 지내길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일상

내 뉴진스 내 자랑❤️ 더위 먹은 산이, 열심히 차 보러 다니는 요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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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마음

월간지아는 나를 기록하기 위한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글이지만, 이것을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저는 끊임없는 자극과 반응을 추구하고 기대하며 사는 일명 도파민 중독자입니다. 그런 저에게 아무런 반응 없는 혼자만의 글을 계속 써내려가는 것은 퍽 외롭고 답답하고 재미없는 일이예요. sns처럼 즉각적으로 댓글이나 좋아요가 달리는 것도 아니고, 구독자가 쭉쭉 늘어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사실 당연하죠.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사람의 주절주절 일상을 누가 그렇게 궁금해하겠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남들의 반응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직 저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기 위한. 재미없고 지루하고 힘들 뻔 한 이 훈련의 과정을 응원하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반기도 쭉 함께해주세요❤️

저는 요즘 조금 소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들도 있고요. 여러분의 모든 삶과 생각과 감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부디 너무 걱정 마세요. 시간은 반드시 지나고, 지나간 시간에는 망각과 보정의 힘이 있답니다. 힘들었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 처럼요. 버텨내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다가오는 시간들도 무사히 견뎌내고 다음 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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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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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이낄희아빠

    0
    3 months 전

    부산물을 잘 받아들이면 부산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게 우리내 삶. ( 부산물은 낙동강물인가?! 푸하하핫!)

    ㄴ 답글 (1)
  • 무적용준

    0
    3 months 전

    주절주절 일상 빼먹지 말고 올려주세요~

    ㄴ 답글 (1)
  • ㅇ-ㅇ

    0
    3 months 전

    아주 어리고 미성숙했던 시절에 만났지만 십여 년이 지나서도 마음 한 켠에 항상 만나고 싶은, 맑은 사람으로 남아있는 게 언니야☺️ 멀리서도 이렇게 진심어린 근황을 전해주어 감사하고 깊이 응원해. 7월의 지아에겐 행복 한 스푼이 더해지길 바라며 기다려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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