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쯤 퇴사 하게 되었다. 정말 계획이 없는 첫 퇴사는 처음이었다. 퇴직금을 갖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도 많아졌으니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후쿠오카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오사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게 되었다. 비행기, 숙소 미리 찾아봐야 할 것들을 알아보았지만 선뜻 예매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즈음 집에서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정확히 어떤 일이었는지 지금은 명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냥 집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여행을 고민하던 시간들이 무색할만큼 그렇게 난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오사카로 향했다.
떠난 후, 집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난 곳에서 어떻게 숙소를 찾고 다음 날 무엇을 먹을지, 또 내일은 어디를 가야할지만 생각했을 뿐, 여행 내내 나는 자유롭게 유영했고 막힘 없이 선택하고 결정하곤 했다. 그렇게 짧은 2박 3일의 시간 그 어느 때 보다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자주 여행을 떠났다. 혼자서 혹은 누군가와 함께. 여행이 좋은 이유를, 혹은 왜 떠나느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를 둘러댈 수 있겠지만,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서라고.
집안의 장녀로서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내 마음 저 밑 어딘가에 늘 존재했다.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지키며, 불화로부터 가정을 해방해야 한다는. 어떤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늘 조심하고 모두를 살피며 살아가는 일이 나를 계속 지치게 했던 것 같다. 물론 인생 속에서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는 대부분의 시련과 역경이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마음을 괴롭게 해야지만 직성이 풀렸나보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유일했으니 말이다.
잔뜩 버티고 버티다가 더이상 견디기 힘들 때, 그럴 때마다 도망치듯이 여행을 떠나왔다. 가끔은 떠나온 것 조차 나 혼자 도망친 것 같은 죄책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까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조이
평범한 내 하루를 조금은 특별한 날로 남기기 위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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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
각자 선택한 방향이나 길은 다르지만 의미는 비슷하단 생각을 작가님들 글을 통해 발견하는 것 같아요. 저도 여행가면 회사 생각 가족 생각 내가 뿌리 내린 땅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오늘 어디갈지 뭐 먹을지 그 생각에 좋았던 것 같아요. 일본 여행 결혼하기 전에 매년 같었는데 글 보니 새록새록 일본여행 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오사카 가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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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도망치듯 떠나셨을 상황이 참, 답답하셨겠어요. 일할때 책임감을 갖고 사는 것도 힘든데, 가정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삶을, 저는 사실 겪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울 때가 많아요. 가끔 모든걸 떨쳐 내고 싶을때 오히려 그걸 꾸역꾸역 참으면서 스트레스 쌓이는 저로서는, 답답한 상황에서 훌쩍 떠나버린, 자기를 지킨 용기는 또 얼마나 대담해 보이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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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영
가끔은 자기 자신부터 챙겨야 남을 챙기죠.. 앞으로도 여행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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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트루
같은 장녀로서 어떤 기분이신지, 어떤 마음이신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실례일지요. 여행을 떠난다고 하죠. 일상에서 도망을 가든, 가족으로부터 떨어져있든 무언가로부터 떠난다면 장소가 어디든 여행의 시작이죠. 작가님의 여행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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