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말들

2. 산책하는 말들 / 올해 읽은 76권의 책

2023년 내가 다이어리에 적은 것들

2023.12.31 | 조회 622 |
0
|
아주 사적인 마흔의 프로필 이미지

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2. 산책하는 말들 / 올해 읽은 76권의 책

2023년 내가 다이어리에 적은 것들

 

올해 첫날부터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다. 한 번쯤은 내가 평소에 어떤 책을 몇 권이나 읽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완독한 책 제목을 다이어리에 적기 시작했다.

1년 동안 읽은 책은 총 76권으로(그림과 사진집은 제외했다) 신간 제작으로 정신없이 바빴던 910월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여섯 권이라는 내 평균 독서량을 알게 되었다.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좋아하는 출판사도 분명해졌다. 신기한 것은 읽고 난 후에 별로라고 느끼면서도 특정 출판사의 책을 자주 사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출판사가 저자 섭외는 별로여도 기획이나 디자인을 잘한다는 뜻이겠지. 또 내가 얼마나 에세이 편향적으로 책을 고르는 지도 알았다. 모아 놓고 보니 소설과 시집, 독립출판물의 비율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문학의 해'로 정하려고 한다. 다시 시집을 사랑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SF와 과학 고전 등 폭넓게 읽어 보려고 한다.

그동안 독서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유희라서 필사를 한다거나 독서 리스트를 작성하는 피곤한 일은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순수하게 읽으며 즐기고만 싶었다. 하지만 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장점이 많아서 올해도 이어가려고 한다. 다만 공개하는 일은 올해로 끝이다.

내 독서리스트를 여러 사람에게 보이자니 마치 남에게 들키기 싫은 플레이 리스트를 까발린 느낌이랄까. 내가 읽은 책 목록이 절대 추천 목록이 아님을 꼭 알리고 싶다. 저 중에는 욕하며 읽은 책, 중고로 팔아버린 책도 있다. 이왕 읽기 시작한 건 대체로 끝을 보는 편이라 리스트에 한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다.

단점도 있었다. 자유롭게 읽지 못했다. 차마 리스트에 올리고 싶지 않은 그런 자기 계발서나 전 국민이 다 읽은 것 같은 베스트셀러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내년에는 더 자유롭게 온갖 책을 다 읽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의 독서 리스트는 더욱더 비밀리에 작성되어야 한다.

 

 

아래 2023년 내가 읽은 책 목록을 공개한다.

무척 좋았던 책에만 별을 달아 체크했다. 별이 없는 책이 좋지 않았던 것은 절대 아니나 그 사이 아주 별로였던 책들이 숨어있다.

 

1

1. 말끝이 당신이다 / 김진해 / 한겨레출판사 ⭐

2. 멈춰서서 가만히 / 정명희 / 어크로스 

3. 편지 쓰는 법 / 문주희 / 유유

4. 충만한 힘 / 파블로 네루다 / 문학동네

5.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 김원희 /

6.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오하라 헨리 / 북노마드

7. 곱게 지지 말기로 해 / 김진아 / 봄알람

8.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 휘프 바위선 / 을유문화사

 

2

9.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 위고 

10. 책 만드는 일의 쓸모 / 이성혁, 석영 / 스토리지북앤필름

11.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 책읽는수요일 

12. 아프면 보이는 것들 / 제소희, 김지원, 서보경, 윤은경, 박영수 저 외 8/ 후마니타스

13. 다정소감 / 김혼비 / 안온북스 

14. 책방에서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 김지선 / 새벽감성

15. 무과수의 기록 도쿄 / 무과수 / 무과수

16.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 메멘토

17. 숙박일지 / 고우정 / 열매문고 

18. 슬픔의 방문 / 장일호 / 낮은산 

 

3

19. 난 슬플 때 타코를 먹어 / 이수희 / 세미콜론

20.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 휴머니스트 

21. 배려의 말들 / 류승연 / 유유

22. 거짓의 조금 / 유진목 / 책읽는수요일

23.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유유 

24.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라우라 비스뵈크 / 심플라이프

25. 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 룬아 / 세미콜론

 

4

26. 사물에게 배웁니다 / 임진아 / 휴머니스트

27. 계절의 맛 / 정보화 / 지콜론북

28. 올드걸의 시집 / 은유 / 서해문집 

29.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 현암사

30. 호호호 / 윤가은 / 마음산책 

31. 엄마가 말했어 / 희숙,영신 / 영영

 

5

32. 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 문학동네

33.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 이다혜 / 세미콜론

34. 여행하는 말들 / 다와다 요코 / 돌베개 

35. 나와 봄과 새벽 사이 / 장보영 / 장보영

36.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 홍소영 / 이유출판

37. 여행의 이유 / 김영하 / 문학동네

 

6

38.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찰리 맥커시 / 상상의힘

39.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송은정 / 효형출판

40. 내 아이가 미워질 때 / 조앤 페들러 / 다온북스

41. 아무튼, 여름 / 김신회 / 제철소

42.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 권준호 / 안그라픽스

43. 부모의 말 / 김종원 / 상상아카데미

 

7

44. 읽는 직업 / 이은혜 / 마음산책 

45. 회복기 / 허은실 / 문학동네

46. 취미는 식물 / 권지연 / 김반장스튜디오

47. 걷는 존재 / 애나벨 스트리츠 / 위즈덤하우스 

48. 여행의 장면 / 고수리 외 9/ 유유히

49. 가장 행복한 곳으로 / 정빛그림 / 우디앤마마

50. 나의 작은 철학 / 장춘익 / 곰출판

 

8

51.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최혜진 / 한겨레출판사

52. 지극히 적게 / 도미니크 로로 / 북폴리오

53. 갑자기 어른 / 김져니 / 요호이

54. 우주에서 기다릴게 / 이소연 / 위즈덤하우스

55.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 양혜원 / 책읽는고양이 

56. 북촌 북촌 서촌 / 심혜경 | 윤화진 조성형 / 에이치비 프레스

57.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 최훈 / 정미소

58. 아홉 살 독서 수업 / 한미화 / 어크로스

59.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 김은하 / 학교도서관저널

 

9

60. 나를 찾아가는 직업 / 유성은 / 마음산책

61. 다정하다고 말해주세요 / 권나무 /

62. 출발선 뒤의 초조함 / 박참새 / 세미콜론

63. 밀밭에서 빵을 굽다 / 이성규 / 인문공간

 

10

64. 아무튼, 달리기 / 김상민 / 위고

65. 부부의 영수증 / 권진영 / 권진영

 

11

66.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 수오서재

67. 엄마는 반짝반짝 / 보람 / 헬로인디북스

68.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하재영 / 휴머니스트 

 

12

69.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요조 / 마음산책

70.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 황인찬 / 문학동네

71. SWEET DREAMS / 고예림 / rimko

72.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신지 / 잠비 

73.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 김준 / 웅진지식하우스

74. 헤르만 헤세, 겨울 / 헤르만 헤세 / 마인드큐브

75.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 서필훈 / 문학동네

76. 두 늙은 여자 / 벨마 월리스 / 이봄

 

 

 

한 해 동안 쓴 다이어리를 첫 장부터 다시 읽고 있다.

가장 첫 장에는 <2022년 내가 해낸 일들>이라는 다소 호기롭고 민망한 정신승리 기록이 들어있다. 읽다 보니 그래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기도. 한 편으로는 이렇게까지 그 해의 가치를 찾아야 했나 일 년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보인다.

 

2023년에는 내가 해낸 목록 같은 것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굳이 올해 내 성과를 글로 옮기지 않아도 나는 나를 이해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재수 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만 생각한 솔직한 마음이다. 성과의 크기를 남과 비교하지 않은지 좀 되었다. 그것 역시 올해의 성과다.

 

<2023년 하고 싶은 일들>중 몇 개는 이루었고 몇 개는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고 몇 개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해야 할 것들이 아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이었으니 그것들이 다시 하고 싶어지면 또 도전하면 될 일이다.

작년부터는 삶의 반경이 좁아지는 느낌이라 해마다 난생처음 해보는 것을 하나씩 만들고자 했는데 올해는 사케였다. 뭐든 책으로 배워야 하는 사람이니 사케에 대한 책부터 샀음은 물론이다.

언제부턴가 맥주는 맛이 없고, 소주는 느끼하던 차에 친구의 생일날 갔던 사케 바에서의 경험은 황홀했다. 막걸리는 토하고 와인은 취했으니까 이번에는 사케를 시작해 보자. 아무리 위스키가 대세라지만 나는 일단 사케의 세계에 기꺼이 발을 담갔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꺼내 첫 장에 올해 하고 싶은 것들 리스트를 적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종이 위에 내 머릿속을 옮기지 않고는 불안한 사람이니까. 내년에 내가 갈 길을 미리 점선으로 그려 둔다. 어디 그뿐인가 하고잡이 답게 2025, 2026년의 목표도 곁들인다. 2024년의 목표처럼 상세하지는 않지만 올해는 결코 해낼 수 없을 것 같고 내년이나 적어도 내 후년에는 이루고 싶은 것들은 이 칸에 자리 잡는다.

 

리스트를 적은 다음 페이지에는 매월 해야 할 것들을 적었다. 여기는 본격적으로 완수해야 할 들이 적혀있다. 내년에도 하루하루 매 순간을 허투루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숨 쉴 구멍을 조금씩 만들어 놓지만 역시나 빠듯한 계획표를 세운다. 언제나처럼 기쁘게 그리고 바쁘게 살 것이다.

 

2024년 난생처음 해보는 것에는 칼림바를 적었다. 마침 우리 집에 유일하게 있는 악기이기도 하고. 우리집 9살이 초등학교 작년에 학교에서 배우던 악기니 음악에는 영 취향도 재주도 없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재활용을 겸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머리가 아플 때 칼림바를 띵띵 거리며 소파에서 멍 때리고 싶은 것이 당장의 소박한 목표다. 칼림바를 연주하게 된다면 나는 드디어 태어나 처음 장기 자랑에서 할 것이 생긴 마흔 살이 된다.

 

첨부 이미지

 


 

구독자 님 올 한 해도 제 편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위로가 되든 자극이 되든 뭐라도 되는 글로 꾸준히 안부를 물을게요. 

 

위에 제가 얘기한 책은 <사케도감> 입니다. 아직 읽기 전이지만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저는 이제 12월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전송하고 적당히 취하려고 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역시 술이 빠질 수 없잖아요.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아주 사적인 마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