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말들

12. 산책하는 말들 / 새해 목표

올해가 안 되면 이듬해라도

2024.12.31 | 조회 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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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마흔

위태롭지만 선명한 마흔의 글쓰기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작년 연말에는 어떤 글을 썼나 찾아보니 ‘올해 읽은 76권의 책’이었네요. 올해도 처음에는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어느샌가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써보려고 했지만 기억나지 않은 책을 제외하는 게 어쩐지 아까워서 그만두었어요.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는데 뭐가 아깝다는 건지... 어쨌든 새해에는 다시 도전합니다!

왜 흐지부지되었다 생각해 보니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 책을 다 읽고 나서 기록하려다 보니 놓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새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 적어볼 생각입니다.

 


 

 

12. 산책하는 말들 / 새해 목표

올해가 안 되면 이듬해라도

 

 

 

12월이 되면 올해의 다이어리를 기다린다. 돈도 취향도 고집부릴 만큼 넉넉하거나 높지 않아서 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마침 들어간 문구점에서 적당한 가격에 쓸모가 좋은 것을 발견하거나, 스타벅스에서 생각보다 프리퀀시가 꽤 모아졌다거나, 알라딘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가 보이면 살 뿐.

그러던 차에 올해는 다이어리가 무려 세 권이나 생겼다. 선물 받은 한 권은 내 년에 내 몸처럼 들고 다닐 생각이고, 한 권은 가계부로, 한 권은 목적을 정하지 않고 모셔두려고 한다. 쓰는 사람이 쓸 곳이 많아졌으니 좋은 징조라 생각해야지.

 

다이어리가 생기면 바로 하는 것은 ‘새해 목표’ 적기. 나에게 새해 목표는 단순히 새해 기분 내기 정도의 리스트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이어리를 열 때마다 첫 페이지의 목표를 눈으로 훑으며 아주 짧게라도 내가 어떤 한 해를 보내려고 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디쯤 왔나 자주 두리번 거린다. 그럼에도 못 지키는 게 더 많지만 내가 가는 길을 자주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심지어 나는 ‘새해 목표’ 옆에 ‘이듬해 목표’까지 쓴다. 이 목록은 당장 내년에 이루지는 못하지만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 때로는 2년 후의 것을 먼저 이룰 때도, 2년 후를 위해 올해 밑 작업을 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꽤나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내 새해 목표가 뭐 거창한 건 아니고. 문화다방 베스트셀러 되기라던가 연 매출 xxx 달성 같은 것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아이와 헬스장 가기, 팝송 한 곡 완벽하게 외우기 같은 하찮고 느슨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아래 두가지 목표는 ‘2024년 하고 싶은 것들’의 '희정' 목록에 쓰여있는 것이었다. 나는 새해 목표를 또 문화다방과 개인 두 개로 나누는데 올해의 희정이 잘 지킨 것은 두 가지 뿐이다. 이런.

  • 일일일채식. 공복 16시간 간헐적 단식. 58~59kg 유지.
  • 나를 닮은 집. 효율적인 집에서 만족하는 삶.

 

하루에 한 끼 채식 위주의 식단은 안나의 ‘채소 한 접시’ 프로그램으로 3개월 동안 잘 유지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 식단이 갑상선암 수술 전후 내 건강 유지에 공이 크다고 있다고 믿는다.

공복 16시간은 잘 지키다가 이번 달에 조금 아픈 이후로 조금 풀어두었다. 신기한 게 간헐적 단식에 익숙해지면 공복시간에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데 이제는 공복 시간에 외출해야 할 일이 있으면 간헐적 단식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먹는다.

스스로 컨디션이 좋다고 느끼는 몸무게는 58kg 일 때인데 자주 체중계에 올라가서 확인하고 59kg가 되면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덜먹으려고 한다. 60kg이 되면 비상! 비상! 너 요즘 건강 신경 안 쓰니? 적색 경보를 울린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게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나를 위한 조절이 된 후로 살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예 사라졌다. 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 게 중요하니까.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출간한 후에 나는 내 집이 나를 닮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새 집 꾸미기의 가장 큰 목적은 날 위한 집으로 만들기였다. 보기 좋은 것보다 내가 편한 쪽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래서 우리 집에는 의자도 책상도 많다. 어디든 앉아 쓸 수 있도록. 안방 침대 옆은 수납장이 한가득이다. 이삿짐을 날라주시던 분들이 진짜 여기에 놓는 게 많냐고 의아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집의 동선에 만족한다. 비로소 만족하는 집이 되었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올 한 해 지키는 못한 것들이다.

  • 우주랑 주 2회 아파트 헬스장 (이사 오면서 아파트 헬스장 사라짐)
  • 영어 공부 매일 꾸준히 (그놈의 영어 공부는 올해도 실패. 심지어 유료 결제한 수업 중도 환불)
  • 가계부 일기 쓰기 (가계부 일기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비공개 가계부로 바꿈)
  • 칼림바 연주 (아직도 칼림바를 안 샀다. 요즘은 텅 드럼이라는 것 검색 중)
  • 팝송 한 곡 완벽하게 외우기 (폴더에 좋은 노래만 잔뜩 담아놨다)
  • 타 출판사에서 출간 (남의 돈으로 책 내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여러분)

 

문화다방의 목표들은 다행히 이룬 것이 더 많다.

  • 지이 님 책 출간
  • 글쓰는 월요일 7기
  • 도서관 수업
  • 중년의 독립출판 연재
  • 8년 연속 기부

 

올해는 상반기 한 권 하반기 한 권 두 권의 책을 출판할 예정이었는데 상반기 책은 작가님의 개인적인 사유로 취소되었다.(작가님이 직접 독립출판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무척 기다리는 중.) 하반기에는 지이 님의 책이 <불안을 섬기는 세계에서는 확인까지가 사랑이라>라는 이름을 달고 무사히 나왔다. 올 한 해도 이 책으로 많이 배웠다.

글쓰기 수업은 7기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7기까지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고민하다 8기 공지를 했다가 취소하고 환불해 드렸다. 역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했어야....

와디즈는 정말 신기하게도 작년에 텀블벅 말고 와디즈에서 책을 팔아볼까 고민하며 새해 목표로 적어놓고는 아직 때가 아니다 시도하지 않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이 왔다. 내년 상반기에 구간을 다시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도서관 수업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무료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올까 싶었는데 웬걸, 열의가 넘쳤고, 수강생이 아닌 도서관에서 수업료를 받는 것도 마음이 편했다. 내년에는 더 자주 할 수 있었으면.

중년의 독립출판은 언젠가 출간을 목표로 연재 중이다. 책을 만들며 좋은 얘기 나쁜 얘기 사적인 얘기가 다 들어가서 블로그에 비공개로 쓰고 있는 중. 나이를 좀 더 먹고 20대에 좋아서 시작한 일을 중년이 되어서도 하면 이렇다더라라는 걸 말하고 싶다.

계엄으로 다 망친 연말. 기부를 위해 소책자를 만들려던 것이 시들해져 그냥 조용히 혼자 50만 원을 기부했다. 독자들과 함께 할 때는 100만 원은 했었는데 절반으로 줄어든 금액이지만 이어갈 수 있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문화다방에서 이루지 못한 것도 있다.

  • 스토어팜 오픈 (이 목표만 3년째. 대체 언제쯤...)

 

연말이라 친구와 갔던 타로집에서 지긋지긋하던 삼재가 끝나고 내년에는 운이 좋을 거라 하니 자중했던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말기’ 목표를 수정할 참이다. 다시, 원래 내 모드로 돌아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기’가 새해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마음껏 꿈꿔보는 2025년의 목표들.

 

* 2025년 하고 싶은 것들

 

문화다방

- 스토어팜 제작 (지긋지긋하다... 이제는 꼭)

- 사진집, 아트북 제작. 해외 유통 가능한 책 출판 (이것도 오래 생각만 하고 있었던)

- 해외 북페어 참가 (아마도 일본이나 태국)

- 하반기 에세이 1종 출판 (사진집이 늦어지면 어려울 수도... 일단은 목표!)

 

희정

금속 작업 시작 (천천히 작업실 찾는 중)

대여 사업 시작 (2년 전부터 생각만 하던)

타 출판사에서 출간 (일단은 뭐 계속 써야지)

악기로 한 곡 연주 (칼림바냐 텅드럼이냐!)

영어 공부 (올해는 진짜 하고야 만다)

핀란드어 공부 (헬싱키 다녀오고 야금야금 진행중)

 

 


 

2025년 저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1년이 지나고 편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무사히 몸과 마음을 돌보다가 올 한 해는 이랬답니다 저랬답니다 다정하게 이야기 나눠요. 

구독자님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24. 12. 31

희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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