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해2.0 | 새로운 마음

안부를 물어요

2023.12.17 | 조회 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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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에세이 프로젝트 <물성과 해체>

구독자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물성과해체 김해경 작가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10월 5일 군사훈련입영으로 4주 간 훈련소를 다녀온 이후로 두 달 정도를 더 쉬고 돌아왔습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일면식 없는 친구들과 함께 먹고 자고 씻고 떠들며,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작업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소지품이라곤 메모장 하나와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한 권이 다였어요. 낮엔 훈련을 하고 저녁엔 하루키를 읽고 새벽엔 희미한 수면등 아래서 일기를 썼습니다.

썼던 일기에서 제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바로 "작업"이었습니다. 작가로서 작업은 아무래도 '글쓰기'에 해당하는 것이겠죠. 글쓰기를 통해 '작품'을 남기는 것이겠죠.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간 물성과해체를 통해 저희가 보여드린 글들이 구독자 님 마음에 작품으로 남았을까, 아니면 스쳐지나간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할까. 저는 왠지 후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일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가 느꼈던 소중한 감정이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정말 본질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구요. 그런 점에서 왠지, 우리는 조금 더 치열했어야 되었지 않은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훈련을 모두 수료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물성과해체를 바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정리하고 싶었어요. 구독자 님의 마음에 작품으로 남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방법을 강구했어요. 에세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경계가 모호한 장르를 문학으로 올바르게 섭취할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고민했어요. 또 저와 함께 물성과해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여러 작가님들께도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되기 위해 공부했어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물성과해체 2.0

물성과해체 2.0은 앞으로 이렇게 운영될 거예요.

“나는 함께 무언갈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공동체라든가 운동이라든가 그런 거창한 형식이 아니라 그저 속닥속닥, 함께.”(<김해경산문>에서)

  • ‘예술 작품으로서 에세이’ 프로젝트
    • 에세이는 문학이다. 우리는 이제 미셀러니(신변잡기, 경수필)의 단계를 뛰어넘어 작품으로서의 글쓰기를 지향한다.
    • 예술로서 텍스트는 시각적 혹은 청각적 감각보다 불분명한 물성이지만, 내재적인 파동이 만들어내는 큰 힘을 여전히 믿는다.
    • 물성과해체를 통해, 산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물성과해체 2.0이 지향하는 문학성이자 우리가 구축하고 싶은 작가세계이다.
    •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서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질감. 그리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며 세계를 확장하거나 탈피해갈 때 해체라는 형식은 자연스럽게 지니게 된다.
  • 활동에 대한 구체적 방안
    • 메일리 뉴스레터 발행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 가져간다. 다만 물성과해체 2.0은 하나의 프로젝트(1.0)이자 커뮤니티 성격(2.0)을 지닌다.
    • 커뮤니티의 기능은 글쓰기 공유, 작품에 대한 해설 및 비평, 토론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모임을 생성하고, 물성과해체 2.0에 소속된 작가들의 작업 능률이 더욱 상승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작품 성격의 모든 발행물은 멤버십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스터디 모집 및 편집 과정, 이벤트 등의 공지성 글은 무료로 발행한다. 기존의 발행물은 무료로 유지한다.
    • 운영체를 구성한다. 편집, 디자인, 브랜딩의 업무분장. 편집, 디자인, 수익정산 및 기타에 관한 정기 회의를 마련한다.
    • 멤버십 발행한 글들을 모아 1년에 한 번, 산문집을 발간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또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요. 내가 이것들을 모두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한 번 해보려구요. 이제 곧 새해잖아요. 2024년의 물성과해체는 조금 더 성숙한 형태로, 조금 더 완연한 작품으로 구독자 님을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이번 변화에 있어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참 많은 것도 다행이에요. 저는 정말 모든 사람들과 함께, 속닥속닥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대화들이 바로 공감이고 치유이고 변화이며, 성장이라고 믿어요.

전 여전히 술도 많이 마시고, 말도 많은 사람이에요. 여전히 즉흥적이고 대책도 없이 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또 여전히 글 하나 만큼은 놓지 않고 성과가 나든 안 나든 쓰고 있어요. 이런 저의 곁에 여전히 믿음을 주는 작가들이 있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기약하는 작가들도 있고, 무심한 척 하지만 누구보다 친애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매번 곱씹습니다.

 

불을 끄고 누웠다가
잊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다시 일어났다


암만 해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 있어 다시 불을 켜고 앉았을 때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은 없어졌을 때

(중략)


지나간 생활을 지나간 벗같이 여기고

해 지자 헤어진 구슬픈 벗같이 여기고
잊어버린 생활을 위하여 불을 켜서는 아니 될 것이지만
천사같이 천사같이 흘려 버릴 것이지만
아아 아아 아아
불은 켜지고
나는 쉴 사이 없이 가야 하는 몸이기에
구슬픈 육체여

김수영, <구슬픈 육체>에서

 

김수영의 말처럼, 불 끄고 누웠다가 잠도 못 이루고 다시 생각을 끄집어 내 새벽을 지샜던 날들이었습니다. 조금은 그립기도 했구요. 여물어가는 가을 끝에서 마음을 놓아버릴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놓여서 우리를 어떻게든 옮겨놓는 것처럼, 저에게 이 '작업'은 나설 때까지 애쓰며 침묵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구독자 님 앞에 나타나고 싶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작업을 보여줄게요.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물성과해체 2.0이 구독자 님의 삶 앞에 아주 작지만 분명한 설렘이 되길:)

 

감사합니다.

김해경 드림


김해경 작가 몸의 한쪽은 시를 연구하고 나머지 한쪽은 슬픔을 기록한다. 산문집 『뼈가 자라는 여름』(출판사 결, 2023)을 펴냈다. 인스타그램 @sskkhkng

에세이 프로젝트 『물성과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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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프로젝트 『물성과 해체』는 다양한 예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그 어떤 장르보다 자유로운 형식을 가진 에세이를 통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때로는 희망차고 때로는 비참할 이야기. 그러나 아마추어처럼 달려들고 프로처럼 진지할 이야기. 변화가 두렵지만 변화해야 할 때도, 견디는 게 지겹지만 견뎌야 할 때도, 우리는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네, 우리는 영원히 쓸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히 달라질 것입니다. 견딜 때보다 벗어날 때 더욱 성장하는 가재처럼, 벗어남이 무한하다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영원처럼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술처럼 영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든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물성과 해체』의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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