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의 서재 뭐하는 거에요?
나의 서재를 쓰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은 나의 서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일이다. 거창한 일이 아니지만 소중한 일이어서, 쓸데없는 짓 한다는 반응도 너무 대단하다는 반응도 받고 싶지 않았다. 거창한 일이 아님을 설명하는 데에는 거창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좋아하고 생각나는 것들에 대해 뉴스레터 형식으로 쓰고 있다고 정도 이야기하다보면,,, 조금 애매하지만 대충 알아 들었다는 눈짓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무언가 소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개하려면 내가 먼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의 서재는 나를 더 알아가기 위해 만든 내 이야기를 쓰는 곳이고,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쓴다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무엇인가 찾아내는 일을 한다고 소개할 뿐이다.
맨 처음엔 미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때 난 미움을 받고, 미움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미움이 참 열정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내가 싫어서 하는 일을 그렇게 까지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당하고 또 하면서 미움도 사랑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의 서재가 만들어 졌을까.
여전히 나의 서재가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의를 모른다고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나. 군대에서 시작한 나의 서재, 시작을 말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이렇게 올린다.
요즘 늘 비슷한 날들 속에,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즐거움과 설렘을 찾는 것이 제 작은 습관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1년, 딱 1년만 해보자고 시작한 글쓰기의 마지막 글은 어떤 일을 써야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늘 쓰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동화같지만 지극히 일상인 이야기. 당연하지만 너무하게 소중한 이야기.
아이와 노인이 걷는다. 노인은 한 손에 케익을 들고, 아이는 책가방을 메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맞췄는지 모르지만 둘은 같은 보폭으로 걷고있다. 노인은 백발은 싫다는 듯이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보라색 물에 담구어 놓은 듯이 전체가 보라색인 가방을 메고 있었다. 지극히 어디서나 볼법한, 하지만 찾아보려면 또 없는 할머니와 손녀였다.
나는 내가 지나가도록 피해주지 않으면 해서 조금 떨어져 뒤따라 걸었다. 작은 사거리가 나왔고 나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눈으로 둘을 쫓으려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가 뭔가에 홀렸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그 새까만 머리카락을 찾았다. 맞은편 길 건너였다. 그런데 혼자였다.
하지만 아이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노인의 눈을 따라가면 됐다. 노인의 시선을 따라가니 마땅히 그 아이에게 머물렀다. 아이는 길을 하나 더 건너 있었다. 아마 학원을 가는 듯 했다. 케익은 나중인 모양이지.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길을 가고 있었고 노인은 우뚝 서 있었다. 우뚝 서서 아이를 보던 노인을 우뚝 서서 보았다. 길을 건넌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추신 / 글
한 해가 지나고 쉰 두개의 제 이야기가 보내지며..언제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늘 밝은 일들이 잔뜩이면 좋겠습니다. 주변이 어두워서 밝은 밝음이 아니라, 밝은 대낮에도 찬란한 일들이요.
추신 / 그림
아쉽게도 마지막이 찾아왔네요. 거의 1년이 되는 기간동안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어 뿌듯하네요! 좋은 글에 작업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들 글을 읽으러 오셨겠지만 저의 그림이 조금이라도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제약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며 즐거웠어요. 어떤 날은 사놓고 쓰지 않았던 브러쉬를 써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손으로 그리기도 하고! 그림이라는건 저에게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주는 대상이었는데, 이때만큼은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참 특별했어요. 저는 이제 없지만! 새롭게 올라오는 글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요! 마지막은 항상 미련이 남는 것 같네요.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시 볼 날을 기대합니다. 남은 한 해 행복하게 보내세요!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