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글다
- 단어를 찾은 곳
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다시 한 시간 뒤 슬리퍼를 끌고 나오자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 골목이 어둑해져 있었다. 아직 가로등은 켜지지 않았다. 두 손에 페인트 통과 붓을 들고 엉거주춤 서서, 수백개의 깃털을 펼친 것처럼 천천히 낙하하는 눈송이들의 움직임을 나는 멍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강, 흰, 15쪽
- 나의 단어라면
무람없다
- 단어를 찾은 곳
자신을 버린 적 있는 사람을 무람없이 다시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은 그때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 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한강, 흰, 97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나의 단어를 시작합니다. 제가 단어를 고르는 기준은 제가 백지에 써낼 수 있는지 입니다.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작품을 아시는지요. 너무 단순한 작품에 나도 하겠다 생각하면서도, 흰 벽만 주어진 내가 그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백지에 문장을 적어나가며, 제가 제 손으로 써 내려가고 싶은 단어들을 열심히 찾아보려 합니다. 가끔은 공부중인 스페인어도...할수도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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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왕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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