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Mint)

#104. 아이는 어쩔 줄을 몰라서

2026.01.06 | 조회 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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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꽃이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아이가 있었어. 곱게 뿌리 박혀 있는 꽃을 정말 말 그대로 어쩔 줄 모르고 좋아했지. 그렇게 한참을 예뻐하다 아이는 꽃을 꺾어 버리고 말았어. 평생 예뻐할 수 있다며 꺾어 버린 그 꽃은 투명한 화병에서 며칠을 겨우 버티다 죽었어. 고개 숙인 꽃 머리에서 팔다리 같은 꽃잎들이 후두둑 떨어졌어. 누군가 말했어.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그 예뻐하는 것을 가장 예뻐 하는 법은 원래 그 자리에 가만히 냅두는 일이란 것을 몰랐느냐고.

 

아이는 슬픈 표정으로 마른 세수를 했어. 그리곤 자연스레 쓰다듬은 턱에는 거뭇한 수염이 손가락을 찌르듯 누르고 있었어. 아이는 사실 아이가 아니었어.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아이라고 생각했어. 그 꽃이 없으면 안될 것 같았어. 엉엉 울고 싶었어. 사실 울었을 거야. 뾰족한 수염 끝에 눈물 방울이 맺힐 때까지 아이를 본 사람은 없었어. 아이는 사실 아이가 아니고, 아이도 알고 있었을 거야.

 

아이는 시간이 지나 잔뜩 작아졌어. 잔뜩 작아져서 그 수염난 얼굴 속 딱딱해진 눈가에 숨어 있었어. 얼굴만 가리면 못 찾을  줄 아는 유아처럼, 아이는 그 눈가 속에 숨어선, 영영 누군가가 자신을 찾을 일 없을 거라며 웃어댔어. 그러다 하루, 정말 딱 하루, 바람이 쐬고 싶어 폭 박아 놓았던 얼굴을 들었어. 그런데 알지, 가는 날이 장날, 아이는 그만 하얗게 핀 박하꽃을 봐 버린거야. 

 

옅은 보라 빛의 꽃잎들이 꽃을 이루고, 다시 그 꽃들이 하나의 꽃처럼 뭉쳐 있었지. 너무나 아름다웠어. 얇게 구부러진 꽃잎은 마치 자신을 부르는 손짓 같았을 거야. 아이는 감당하기 힘든 불안함을 느꼈어. 그리고 그 불안함의 양보다 딱 꽃잎 한 장 차이만큼의 설렘을 느꼈지. 아이의 온몸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어. 부풀어오르는 아이는 점점 커져 수염난 얼굴을 덮어 버렸고, 다시 더 커져 수염난 그 사람을 온통 덮어 버렸어.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박하꽃을 바라보았어. 그리곤 설렘의 양보다 딱 꽃잎 한 장 차이만큼의 불안함으로 중얼거렸어. 꺾으면 안돼. 꺾으면 안돼. 꺾으면....안돼...

 

(아이는 아주 조금씩 참기 시작했어. 일 분, 한 시간, 하루, 한 주,,,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조금 익숙해진거야. 살랑거리는 꽃잎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잠시 다른 일을 하다 올 줄도 알게 되었지. 투명한 화병은 먼지로 뒤덮인지 오래였어. 그렇지만 아이는 여전히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꽃을 예뻐했지. 그렇게 겨울이 왔어. 꽃이 전부 얼어 죽었는데도 아이는 마음을 멈추지 않았어. 멈출 이유도 느끼지 못했지. 이제 아이는 꽃이 없어도 꽃을 예뻐할 수 있게 되었어. 봄날을 믿었고, 스스로를 믿으니까.)

 

* 박하꽃(Mint)의 꽃말은 주로 '덕', '미덕', '환영'이지만, 때로는 '다시 사랑' 이나 '다시 한번 사랑하고 싶습니다.'을 가진다.


추신

가끔 찾아 뵙겠다고 했지만서도 고작 일주일 만입니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 주시길 바랍니다. 글의 마지막 문단은 일부로 앞뒤로 괄호를 쳤습니다. 저렇게 되기를 바라면서도, 저렇게 되었다고 늘 착각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잠정적 결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친구에게 보냈었는데요, 저로썬 쓰기 어려운 답장을 받아 감사했다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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