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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와 락밴드

#26. 계면쩍다, 황망(慌忙)하다

2025.06.30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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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계면쩍다

: ‘겸연쩍다’의 변한말.

cf) 겸연(慊然) 쩍다 :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

 

  • 단어를 찾은 곳

"자, 이건 흰젖제비꽃. 만나기 정말 힘든 꽃인데 운 좋게 찍을 수 있었어. 이름처럼 너무나 소박해서 좋아." 인화된 젖제비꽃은 무성한 타원형 잎들 속에 숨죽인 모습으로 다섯 송이쯤 피어있다.

이건 큰들별꽃. 다음 장소로 이동하느라고 계곡을 건너다가 기슭에서 이 꽃을 발견했는데••••."

김장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놀라 쳐다보니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푸른 잎사귀 속에 숨어서, 저토록 아련한 큰들별꽃들이, 깜박 깜박 조용히 빛나고 있는 거야. 안진진. 나, 그냥 울어버렸다. 너무 작아서•·•아니, 저 홀로 숨어서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도 되는가 싶으니까 무지 눈물이 나대•·•··."

이건 큰들별꽃의 아름다움을 반도 담아오지 못한 거야, 라고 덧붙이면서 김장우는 자신의 눈물을 계면쩍어했다.

양귀자, 모순, 103쪽

  • 나의 단어라면
오늘은 예감이 좋지않아. 조심히 다녀와. 객지로 애인을 보내는 그녀는 늘 기분이 좋지 않다. 예감이 예언이 되지 않기를, 그렇게 사랑은 무능력한 무당이 되길 꿈꾸고, 혼자 남은 그녀는 밤새 쌓인 애인의 숨이 다 빠져나가고 자신의 숨으로 방이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린다. 그녀의 숨만이 방 안에 가득할 때쯤, 그녀는 방 안이 새로운 물질로 가득 찬듯 답답하다.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은 숨에 막혀 죽지 않아 숨이 막혀 죽는 거지. 그녀는 뻔히 알면서도 가슴이 턱 막힌듯 숨이 차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애인이 돌아와 그의 숨으로 이 방을 다시 채워주었으면 한다. 방의 문은 애인이 돌아오기까지 열릴 생각이 없단다. 계면쩍은 얼굴로 그를 맞이한다. 그가 숨을 쉬면 망한 무당은 기뻐한다. 파랗고 숨 쉴만한 무언가 방을 가득 채운다.

황망(慌忙)하다

: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다.

 

  • 단어를 찾은 곳

김장우는 흰 꽃을 좋아한다.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들을 다 사랑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가장 압도하는 꽃은 흰색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봄에 피는 야생화 중에서 흰 꽃만을 찍어봤다고 했다. 큰들별꽃을 찍느라고 필름을 다섯 통도 더 썼다면서 김장우는 그 사진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김장우의 마음을 눈치챘다.

"큰들별꽃 사진, 나 주세요."

"안진진한테도 이 꽃이 감동을 주었나?"

"아직 눈물이 글썽거려질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 가져.

"실꽃풀하고 흰젓제비꽃도 주세요."

"이것도?"

"안진진한테 주려고 가져온 것 다 알아요. 작품사진 들고 온 것,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좋아하면 줄까 해서 들고 왔지•••·•." 김장우는 사진을 봉투 안에 정성스럽게 담아 내 쪽으로 밀어놓 았다. 그리곤 괜히 민망해서 시선을 이리저리 황망하게 돌렸다. 김장우와 만나면 나는 이렇게 선명해진다.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한다.

양귀자, 모순, 104쪽

  • 나의 단어라면
가시채 꽉잡고 온 장미 송이 불타는 말, 무지하게 빨간 조명 검고 윤기나는 바지, 혹은 머리 핏줄이 터져라 좋아하는 걸 외치던 낡아빠진 티셔츠를 죽어라 입어대던, 흐르는 핏물보다 맺히는 눈물에 황망해하는 맞아 너는 그런 놈이었지 촌스런 자식, 널 사랑해 <락밴드>

추신

두번째 글은 시로 준비했습니다. 시는 참 매력적이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합니다. 마치,, 바지에 튄 물감 자국들을 보고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맞춰보라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린 사람은 튄 자국이 이해가 될 지언정 자국만 본 사람들은 그림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매력이라면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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