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 단어를 찾은 곳
그런 밤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 바다가 떠오르기도 한다. 배가 너무 작아서 약간의 파도에도 세차게 흔들렸다. 아홉살 난 그녀는 겁이 나서 어깨를 웅크렸다. 머리와 가슴을 낮추다못해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했다. 그러던 한순간, 수천의 은빛 점들이 먼 바다에서부터 밀려와 배 아래를 지나갔다. 단박에 그녀는 무서운 것도 잊어버리고, 압도하는 그 반짝임들이 세차게 움직여가는 쪽을 멍하게 바라봤다........멸치떼가 지나갔다야. 배 고물에 무심히 걸터앉아 있던 작은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을린 얼굴에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 헝클어져 있던, 이태 뒤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한강, 흰, 85쪽
- 나의 단어라면
남루(襤褸)하다
- 단어를 찾은 곳
저물기 전에 물기 많은 눈이 쏟아졌다. 보도에 닿자마자 녹는 눈, 소나기처럼 곧 지나갈 눈이었다. 잿빛 구시가지가 삽시간에 희끗하게 지워졌다.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변한 공간 속으로 행인들이 자신의 남루한 시간을 덧대며 걸어들어갔다. 그녀도 멈추지 않고 걸었다. 사라질 -사라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통과했다. 묵묵히.
한강, 흰, 99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한식이 무지하게 땡기는 하루입니다. 나물 퍽퍽 넣어서 푹푹 비벼 먹고 싶어요. 음식이나 마음이나 너무 뜨거운 것보다 미지근한 쪽이 좋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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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
육회비빔밥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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