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수록 쉬운 것만 찾는 아이들
"우리 아이는 쉬운 문제만 골라서 풀어요."
"수학은 어려워서 안 한다고 하네요."
"학원에서 끌고 나가면 따라가는데, 혼자 공부할 때는 시도도 안 해요."

학부모님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만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는 아이들을 들여다 보면 어려운 공부에 도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틀릴까 봐, 틀리면 혼나거나 자신감이 떨어질까 봐, 늘 쉬운 것만 들여다보는 아이가 많아서 학부모님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그런데 곰곰이 돌아보면, 이건 요즘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갈수록 더 쉽고, 더 짧고, 더 편한 것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되다 보니, 어려운 공부는 아이들 입장에서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분량도 길고, 내용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도무지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도 들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요즘 같은 시대에 어려운 공부를 시도하고 끝까지 해내는 힘은 특별한 경쟁력이고, 더더욱 길러야 할 역량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혼란은 깊어져 갑니다.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기다려야 하나?'
'무리해서라도 어려운 공부를 시켜야 하나?'
'그런데 괜히 상처 받거나 공부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 이번 뉴스레터는 부모님의 이 고민에 답을 드리려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왜 어려운 걸 피하려고 할까요? 어려운 공부에 어떻게 도전하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도전이 아이에게 실패가 아닌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2. 어려운 공부, 시켜야 할까 말아야 할까?
요즘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어려운 공부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준비, 사고력 중심 수학, 고난이도 독해나 작문처럼 단순한 암기가 아닌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공부들입니다. 문제 해결력과 추론 능력 등을 키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부가 효과적인지는 아이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로 학습 현장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어려운 공부를 시킨 덕분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그 경험이 부담과 좌절로 남아 공부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느냐에 따라 말이 다르고, 정반대 사례들이 공존하다 보니 부모님들은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결국 요즘 부모님들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습니다.
💡 이 혼란을 줄이려면, 부모님이 먼저 어려운 공부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아이의 공부 정서를 지키는 동시에 도전하는 태도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3. 어려운 공부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부모님들이 처음 '어려운 공부'를 떠올릴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따라가기 어렵다던데, 지금부터라도 시켜야 하나?"
"명문대 보낸 엄마들이 다 그렇게 시켰다던데…"
이처럼 부모가 어려운 공부를 다음 단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할 때,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레테를 준비해야 황소 공부가 수월하대" "과학고 간 애들은 다 초등부터 수학 선행했다더라." 이런 식의 접근은 아이가 공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결과에 매달리는 태도를 남기게 됩니다.
문제는, 결과가 기대만큼 빨리 따라오지 않을 때입니다. 아이는 금세 자신감을 잃고, 공부 자체를 포기하거나 회피하려 합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어차피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 그래서 중요한 건,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라는 미래 시점의 논리가 아니라 '지금 이 공부가 왜 나에게 의미 있는가'를 이해시켜주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뇌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 사고력 수학 : 정답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전전두엽의 계획·추론·조절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집중력과 인내심, 조절 능력이 향상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힘도 키워집니다.
- 어려운 글 읽기와 작문 훈련 : 대뇌피질을 활성화시킵니다. 복잡한 정보를 언어로 조직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모든 과목의 읽기 쓰기 능력이 좋아지며, 특히 시험을 치르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 과학 개념을 연결해 설명하는 활동 : 해마를 자극합니다. 지식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대신에, 구조화시켜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배운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공부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2️⃣ 인생에 도움이 되는 태도가 만들어지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됩니다
- 한계에 봉착했을 때의 태도 :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붙잡고, 몇 번을 시도해도 안 풀리는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 정도면 됐어'라며 섣불리 끝내지 않고, 더 깊이 이해해보려는 자세가 생깁니다.
- 될 때까지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태도 : 어려운 공부는 정해진 방식만으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A로 해보다 막히면 B로, 그래도 안 되면 C로 바꾸며 자신만의 방법을 탐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세상에는 정답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해법을 찾으려 시도하는 태도는, 결국 삶 전체로 확장됩니다.
- 인생에 진지하고 겸손하게 임하는 태도 : 어려운 공부를 진지하게 해본 아이는 안다고 말하기 전에 조심스러워합니다. 자신이 해낸 노력의 크기를 알기 때문에, 타인의 노력도 쉽게 폄하하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 동시에 노력의 힘을 믿게 됩니다. 그 태도는 공부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진로 선택에서도 단단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3️⃣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줍니다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아이는,
단순한 칭찬이나 시험 점수에서 얻는 것보다 더 깊은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 순간 아이는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어려운 걸, 내가 결국 해냈어."
이 감정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아무리 어려운 것도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정서적 기억을 만들어줍니다.
💡 결국 어려운 공부는,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닙니다. 아이의 뇌를 깊게 발달시키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길러주며,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정서적 토대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어려운 공부의 힘입니다. 단순히 결과를 앞당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을 동시에 이끄는 통합적 경험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은, 오직 어려운 것에 '도전해본 아이'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한 걸음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것, 그게 부모의 역할일지 모릅니다.
4. 아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피하는 이유
많은 부모님들이 궁금해하십니다.
"왜 우리 아이는 쉬운 것만 하려 들까요? 도전하는 힘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히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1️⃣ 아이의 현재 수준에서 너무 어렵기 때문
공부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량이 갖춰진 후에야 심화 학습이 가능한 법인데, 많은 경우 이 과정을 무시한 채 곧바로 어려운 걸 시킵니다. 예컨대 학교 진도 복습도 안 된 상태에서 두세 학년 앞서 나가는 선행 학습을 하거나, 기초적인 연산 훈련 없이 사고력 수학이나 경시반처럼 난이도가 높은 수업에 갑자기 뛰어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마치 물에서 뜨는 법도 배우기 전에 깊은 물에 던져진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2️⃣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
이건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문대 보낸 엄마들이 시켰다니까, 진학에 필요하대서, 이런 말만 듣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는 표상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더러, 그마저도 아이에게 설명해준 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별다른 설명 없이도 아이가 잘 따라온다면 굳이 이유를 먼저 설명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왜 이걸 해야 해?"라고 묻는 순간만큼은 반드시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어려운 공부는 필수가 아니라, 아이의 선택으로 시작되어야 할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에 부모가 당황하거나 짜증을 내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넘어간다면? 아이는 그 공부를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공부는, 동기가 생기기 어렵고, 결국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에 불과해집니다.
3️⃣ 틀릴까 봐 무섭기 때문
수학 경시반에 들어갔다가 아예 수학을 손에서 놓아버린 아이, 사고력 수학을 하다가 '난 수학을 못해'라고 결론 내린 아이…. 학습코칭 현장에서 종종 만나는 사례입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만 평가 받았다는 점입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에 오래 있었고, 그 압박이 쌓이면서 도전 자체가 두려워진 겁니다. 원래 어려운 공부는 틀리는 일이 많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세부적으로 피드백 받지 못하면, 아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라는 자의식만 남기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실패나 경쟁을 피하려는 태도는 아이의 기질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어떤 아이는 틀려도 꿋꿋이 밀고 나가지만, 어떤 아이는 작은 실패에도 쉽게 주저앉습니다. 타고난 민감성과 감정의 회복력, 성취에 대한 욕구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어려운 공부를 시키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의 기질과 현재 수준을 고려해서 도전의 강도를 조절하는 일입니다.
💡 이처럼 아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피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작정 의지를 탓하거나 강제로 시키기보다, 아이가 왜 피하려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하나씩 풀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5. 어려운 공부가 필요하다면, 선행학습은 어떻게 하나요?
학습코치로서 어려운 공부의 필요성을 설명하다보면, 꼭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선행학습을 시켜야 할까요?"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늘, "무엇을 위해 선행을 시키시나요?"라는 질문으로 돌려드립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들보다 앞서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아서, 지금부터라도 진도를 빼놔야 나중에 수월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 시점에서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행학습은 단순한 진도 싸움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어떤 자극이 필요한 시점인지에 따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다루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입니다.
사실 모든 아이의 뇌는 똑같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는 아직 구체적인 사고 위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단계고, 어떤 아이는 추상적 사고로 개념을 이해하고 해석할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후자라면, 지금 배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더 높은 수준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뇌 발달에 훨씬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처럼 나선형 교육과정을 따르는 교과에서는, 한 번 배운 개념을 나중에 더 깊고 넓게 연결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선행학습은 '미리 배우는 일'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선행학습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긍정적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아이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그 학습이 어떤 역량을 길러주는지, 지금 이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공부는 우리 아이의 어떤 힘을 길러주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던져보세요.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인가요? 추론 능력인가요? 개념 간 연결을 파악하는 힘인가요?
또한 선행학습은 단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좋은 공부 습관과 태도를 만드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직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는 내용을 스스로 탐색하고, 모르는 개념을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 자체가 '어려운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줍니다. 이는 단지 몇 개월 빨리 배운다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꿀 수 있는 교육적 경험입니다.
💡 그러니 선행학습 자체를 비난할 필요도,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남들이 하니까 따라 시켜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맹목적으로 밀어붙여서도 안 됩니다.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그 배움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 그때 비로소 선행학습은 과잉 사교육이 아니라, 깊은 있는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6. 첫 번째 전략 : 진도가 아니라, 역량 중심으로 접근하기
부모님들이 아이의 공부를 설계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진도에 기준을 두는 것입니다. 몇 년을 앞서 선행을 했는지, 어느 난이도의 문제를 풀고 있는지에 따라 아이의 수준을 판단하고, 더 어려운 단계를 빨리 시켜야 따라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진도 중심의 접근은 공부의 위계를 무너뜨립니다. 기본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채 무작정 심화 단계로 들어가면, 아이는 금세 벽에 부딪힙니다. 마음 속에 좌절과 부담만 쌓일 뿐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선수 역량입니다. 예컨대 수학이라면 기본적인 연산을 정확하게 하는 능력이 갖춰져야 하고, 국어라면 문장 단위로 끊어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먼저입니다. 이 기본기가 없는데도 사고력 수학이나 어려운 독해로 뛰어들게 되면, 아이는 지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부담과 회피를 먼저 배우게 됩니다. 결국 모르는 것에 도전하는 힘이 키워지지 않고, '틀릴까봐 시도하지 않는 습관'만 남습니다.
특히 선수 역량은 학교 공부의 복습을 통해 충분히 점검하고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학교 숙제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읽고, 핵심 내용을 스스로 요약하고, 응용 문제를 풀어보는 루틴이 매일 또는 주 1~2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려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기초 학습 루틴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려운 공부를 왜 하는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공부를 통해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지, 명확히 하고 시작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력 수학을 한다면 정답률을 따지는 것을 잠시 멈춰야 합니다. 그보다는 조건을 바꾸어 사고하는 능력, 질문을 통해 정답에 접근해 가는 힘, 자신의 논리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게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어려운 문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과학 개념을 선행학습 한다면, 그 목적은 개념 암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고, 원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며, 일상 속 과학 현상을 스스로 설명하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비문학 독해나 작문을 시킨다면, '수능을 대비하려면 미리 해야 한다'는 접근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복잡한 내용 속에서 핵심 문장을 요약하고, 필자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정답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는 능력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들의 어휘력이 부족한 때에는, 한자로 구성된 단어를 공부하고 넘어가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 이처럼 어려운 공부는 '얼마나 앞섰느냐'보다 '무엇을 길러주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선행 작업들이 있어야, 공부가 아이에게 위협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도전이 됩니다.
7. 두 번째 전략 : 결과가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접근하기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어려운 공부를 시킬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피드백은
"몇 점 맞았어?"
"몇 단원까지 진도 나갔니?"
"다른 애들은 어디까지 했대?" 같은 질문들입니다. 점수나 진도, 레벨 향상 같은 외적 결과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자연스레 남과의 비교가 끼어들고, '지금 이걸 안 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는 식의 불안감도 함께 전달됩니다. 학습 시간을 지나치게 늘리려는 요구도 결과 중심 피드백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결과로만 평가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렇기에 조금만 틀려도 "난 못해"라고 단정짓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인 자기 효능감이 떨어집니다. 특히 초등 시절부터 이런 피드백에 노출된 아이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처럼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해당 과목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관을 만났을 때 극복하려는 힘보다, '어차피 못해'라는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지는 거죠. 시험에 대한 불안도 함께 커집니다. 결국 공부는 더 이상 성장의 경험이 아니라, 비교와 낙오의 부정적인 감정만 남기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피드백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좋은 성적이나 진도보다, 아이가 어려운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먼저 주목해 주세요.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구나"
"예전보다 더 오래 고민하며 풀었네"
"비록 답은 틀렸지만, 네 방식대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좋았어" 같은 말은,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며 성장 과정을 확인해주는 과정 중심 피드백입니다.
특히 아이가 어떤 인지적 과정을 밟았는지를 세분화해서 칭찬해주는 방식은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예컨대 "이번엔 문제를 그냥 푼 게 아니라, 조건을 하나씩 정리했네" 같은 말은 '어떻게 풀었는지'에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공부가 노력으로 향상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이러한 인지적 과정에 대한 피드백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지 전략을 자각하게 돕는 훈련이 됩니다. 문제를 읽을 때 어떤 순서로 조건을 정리했는지, 어떤 식으로 글의 구조를 파악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다시 떠올려봤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피드백은, 아이가 '나는 이런 방식으로 생각했을 때 공부가 잘 되는구나'를 체득하게 합니다. 결국 아이는 자기만의 사고 전략을 갖게 되고, 그 전략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게 됩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본격적으로 어려운 공부가 시작될 때, 자신의 인지적 강점을 명확히 알고 있는 아이는 혼란이나 두려움 없이 공부의 방향을 잡고, 중요한 시험에서도 자신 있게 문제를 풀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피드백을 받은 아이는 점점 '성장 마인드셋'을 갖게 됩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어떻게 풀어볼까?"를 생각하고, 틀리는 경험을 실패로 받아들이기보다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아이는 공부뿐 아니라 인생을 대할 때도, 두려움에 압도당하기 보다는 도전하는 자세를 먼저 택하게 됩니다.
💡 점수보다 태도를, 속도보다 과정을 보는 피드백이 결국 아이의 공부 습관과 정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꿉니다. 부모의 시선이 바뀌는 순간, 아이의 공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8. 세 번째 전략 : 미래가 아니라, 현재 중심으로 접근하기
부모님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편해."
하지만 아이들은 나중을 모릅니다. 몇 년 뒤에 올 입시보다, 눈앞의 숙제가 훨씬 더 실감 나고 버겁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공부를 시킬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이 공부가 왜 의미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일입니다. 3단락에서 다뤘듯이, 어려운 공부는 단순히 먼 미래의 입시를 위한 투자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고력 수학은 전전두엽을 자극해 집중력과 계획력을 발달시킵니다. 어려운 글을 읽고 쓰는 활동은 뇌의 언어·사고 회로를 강화해줍니다. 뇌 발달이란 점에서, 지금의 도전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 이상입니다. 또, 아이가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고,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끝까지 읽어내는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훈련이자, 한계를 마주하는 태도를 기르는 기회입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경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는 기억은 좋은 공부 습관인 동시에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밑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충실하게 지나온 아이는 노력과 성취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단지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성실하고 겸손한,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말입니다.
💡 어려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그 공부가 아이에게 지금 어떤 의미인지 먼저 이야기해주세요.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라는 막연한 약속보다, 지금 이 경험이 너를 어떻게 키워주는지를 이해시켜주는 것. 그게 아이의 동기와 자존감을 함께 향상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9. 어려운 공부는 아이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가 어려운 걸 스스로 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등 떠밀지 않으면 시도조차 안 하려 하고, 시켰다가 실패하면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조심스럽고,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려운 공부는 잘만 접근하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 발달을 돕고, 태도와 감정, 습관까지 함께 키워주는 총체적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어떤 공부를 시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접근하느냐입니다. 진도 대신에 역량 중심으로, 결과 대신에 과정 중심으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며 나아가는 것. 그 기본만 지켜도, 아이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 자랍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경험해봐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 살아갈 세상은 어려운 일의 연속입니다. 답이 없는 문제의 연속이고, 실패할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는 곳입니다. 학창시절에 어려운 공부에 도전해본 경험은, 분명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성적 향상이나 명문대 진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넘어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라는 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경험해 볼만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어려운 공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경험이 아이에게 단단한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다만 그 도전이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진도나 분량보다 아이의 호흡과 감정을 먼저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0. 나다운 공부 연구소와 함께, 어려운 공부에 도전해보세요
지금 우리 아이에게 어려운 공부를 경험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시도해볼 용기를 끌어내는 방법. 아이의 속도와 기질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도전할 수 있게 돕는 방법. 그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부모님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나다운 공부 연구소>의 학습코칭은 아이에게 딱 맞는 공부 솔루션을 찾아드립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해볼 수 있겠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 출발점을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지금 자녀의 수준에 가장 잘 맞는 도전을 설계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상담을 신청해 주세요.
✅ [학습코칭 프로그램 확인하기]
📩 [학습코치와의 상담 신청하러 가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