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단상]0003 - 찔레꽃
0003.담장 너머 또 하나의 서사
쥐똥나무 울타리에 파고 들었는가 하면 영산홍 군식에도 우람하다. 회양목에도 터져나오고 뭉친 도시의 근육에는 한결같이 넘나든다. 명자꽃 담장에 파고든 날은 먼저 피고 나중 피는 기막힌 시소를 즐긴다. 찔레꽃 향기에 취한 벌들이 요란하다. 쥐똥나무 꽃망울 가지런한데 활짝 피어 열어 제낀 찔레꽃 얼굴은 요염하다. 향기로 멀리 찾는 5월 초입의 초대에 무심할 수 없다. 눈만 돌리면 곳곳을 찾아 자리한다. 끈질기게 은근히 뻗어나간다. 언덕배기 사람 손타지 않는 곳마다 보란듯이 우쭐댄다. 당신들이 심어 놓은 의지에 보란듯이 올라탄다. 찔레꽃의 자재로운 서사에 이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