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실핀
온형근
입동 지나 숲은 새 융단 촘촘 가을 낙엽,
그것도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이면 가득할 것이라
바람에 쏠려 이리저리 흐를 것임을 익히 알았던 숲길
억장이 무너져 쏟아내듯 임천에 가득 가을볕 고통에 빛나는 황금 실핀
흙살에 저며 저네들 활엽의 허망한 방황 세로 꽂아 단단한 매듭 자리 잡았으니
알라딘의 요술 램프도 삼아 내지 못할 푹신푹신 오솔길의 솔갈비 융단
시작 메모
가을 낙엽이 지천이다. 입동(立冬) 즈음의 숲길을 걸으며 마주한 풍경이다. 특히 참나무과 나무들(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의 낙엽이 만들어내는 카펫에 주목한다. 자연스러운 융단의 모습이 마치 짜여진 것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시어 선택에 있어 '융단'이라는 표현을 중심 이미지로 삼았다. 낙엽이 쌓인 모습을 시각화한다.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을 그린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를 환상으로 떠올린다. 자연이 만들어낸 광경이 신비롭고 경이롭다.
'황금 실핀'으로 가을볕에 반짝이는 낙엽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흙살에 저며'라는 구절로 낙엽이 땅에 단단히 자리 잡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활엽의 허망한 방황'이라는 표현을 통해 낙엽이 떨어지는 과정의 무상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았다.
'솔갈비 융단'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 경이로운 광경은 인공적인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 섬세함과 장엄함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