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단상

파초

0008.차청借聽의 아취

2024.11.20 | 조회 54 |
from.
茶敦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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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단상]0008 - 파초

-차청借聽의 아취

 

파초는 선비의 고급스러운 운치를 대변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여간 극성스러원 집중이 아니면 가까이 할 수 없다.  소쇄원 48영에 파초를 노래한다. ‘적우파초’의 시경이 그것이다.

제43영 빗방울 떨어지는 파초잎(滴雨芭蕉)

어지러이 떨어지니 은 화살 던지는 듯(錯落投銀箭)

푸른 비단 파초잎 높낮이로 춤을 추네(低昻舞翠綃)

같지는 않으나 사향의 소리인가(不比思鄕廳)

되레 사랑스러워라. 적막함 깨뜨려 주니(還憐破寂寥)

-김인후, 소쇄원 48영에

‘43영 적우파초’는 시어로는 적요의 시제를 지니고 의미로는 선비의 거처를 상징한다. ‘소쇄원 48영’에서 파초의 위치는 불분명하지만, ‘소쇄원도’에는 제월당 남쪽에 식재되었다. 적우는 빗방울이다.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쓴 시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마지막 연의 파적요이다. 고요하고 쓸쓸함을 퍼뜩 깨트리는 순간의 시경이다. 

그러니 파초의 식재 위치는 어디어야 하겠는가? 선비가 주로 수양하며 기거하는 방의 앞이다. 소쇄원에서는 제월당 앞뜰이 되겠다. 파초의 크고 푸른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은銀 화살 같고 비에 흔들리는 파초잎은 푸른 비단을 두른 무희가 춤추는 듯하다. 

조지훈의 ‘파초우’도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에 “들어도 싫지 않은” 파초우를 듣는 창가의 풍광을 읊었다. 

파초우를 듣기 위해 사랑채 중심의 앞뜰이나 옆뜰에 심는다. 비 내리는 풍경을 소리로 듣는 게 가능하도록 배식한다. 날 좋을 때에는 파초 잎을 통해 녹색하늘을 만난다. 녹천이다. 파초의 잎에 시룰 쓰기도 한다. 그 중 차청(借聽)의 아취를 높이 여겼다. 

밀양 서고정사에서
밀양 서고정사에서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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